기적을 행한 박취득(라우렌시오)<2>
상태바
기적을 행한 박취득(라우렌시오)<2>
  • 박정현(홍성읍)
  • 승인 2014.08.21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황이 집전한 광화문 시복식에서 시복(복자)된 홍주 출신 박취득(라우렌시오)에 대한 이야기이다. 홍성의 순교자 원시장에 이어 교황이 집전한 광화문 시복식에서 시복(복자)된 박취득은 18개월여 동안 거의 매일 매를 맞고도 초인적으로 견뎌냈던 기적같은 신도라고 할 수 있다.

원시장은 겨울에 동사당하는 순교를 당했다면, 박취득은 아무리 매를 맞아도 죽지 않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을 졸라 처형해 달라고 하여 순교했다는 점이다.박취득은 지금 당진군에 속하는 홍주의 면천 땅에서 태어나 그 지방에 전파된 복음의 진리에 대해 듣게 되었다.

당진 면천 고을에서도 대단히 많은 신자들이 체포되었는데, 박취득은 교우들이 여러 달째 갇혀 있는 것을 보고는 자주 그들을 찾아가 위로하는 용기를 가졌다. 하루는 옥에  갇힌 교우들이 아침밥을 먹고 있는때, 그가 갑자기 나타나 관문을 두드리고 과감히 들어가 면천 군수 앞에 큰 소리로 외쳤다.


“무죄한 사람들을 사납게 매질하고 여러 달 동안 옥에 가둔 다는 것은 무서운 죄가 아닙니까?” “이 나무 칼이 너무 가벼우니 쇠로 된 것을 씌어 주시오”군수의 입장은 매우 난처하였다. 박취득이 대단한 인심을 얻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온 읍내 주민이 동요하는데다 불평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군수는 감히 그를 단죄하지 못하고 멀리 보냄으로써 귀찮은 존재를 물리쳐 버리려고 하였다.

그 결과 박취득은 해미와 홍주 관아로 보내졌고, 홍주에서는 잔인한 매질을 당하였으나 그의 용기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옥에 갇힌 지 한 달 남짓 되었을 무렵에 조정에서 석방하라는 명령을 내려 보냈으므로 순교의 영광을 얻을 수는 없었다.다시 박해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들은 박취득은 다른 곳으로 가 숨어 버렸다. 이제 그는 그만큼 겸손해져서 자기 힘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이 대신 잡혀가자, 모친의 자수 권고를 듣고는 이 권고가 하느님의 뜻인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이에 그는 하늘의 도움을 기대하면서 8월 19일 자진하여 면천 관아로 갔다.면천 군수 앞으로 가자 관장은 전날 피신한 것을 꾸짖었다. 이에 박취득은 “저는 관장의 체포령을 받기 전에 피신했는데, 제 아들이 대신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모친의 권유를 받아 이렇게 왔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이때부터 군수의 문초가 시작되었다. “너는 어찌하여 국왕과 그의 관장들이 금하는 나쁜 도를 믿는냐” “저는 나쁜 도를 따르지 않고, 다만 만물을 창조하신 천주를 숭배하라고 가르치는 참 종교의 몇 가지 계명을 지킬 뿐입니다. 저는 그 천주를 공경하고, 다음에는 임금님과 관장등과 제 부모와 다른 어른들을 공경하며, 제 친구들과 은인들과 형제를,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을 사랑합니다”

“너는 네 부모와 국왕과 관장들을 무시하고, 남들의 아내를 버리고, 재산을 쓸데없는 데 낭비하며,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지 않는데, 어제서 그렇게 모든 인륜을 어기느냐”“제가 가르침을 받은 제4계에는 부모와 어른과 임금님과 관장을 공경하고, 형제와 이웃을 사랑하라고 명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인륜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우리가 드리는 음식을 잡수러 오시지 못하시므로 드리지 않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참된 도리는 헛된 일을 물리치는 대신 실제로 참된 것만을 지키도록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들은 모든 규칙과 예의를 갖추어 죽은 이들을 장사지냅니다. 제6계에서는 일체의 의를 받을 것입니다.

사또께는 저를 죽이기를 원하시니, 이제는 제 몸을 뒤집어 놓고 목을 처서 당장에 죽여주십시오” “너희들이 모여서 종교 행사를 하는 곳을 대고, 두목들의 이름을 실토하라. 그놈들이 산중에 모여 있다는데 모인 곳을 사실대로 자백하라” “저희들은 두목이 없으며, 교우들이 산중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실입니다.

사또께서 그것을 아시면 왜 물어보십니까” 이 무렵 박취득은 다음과 같은 편지를 모친에게 보냈다.“불효자식 라우렌시오는 옥중에서 어머니께 제 심정을 알려 드립니다. 저은 항상 천주를 지성으로 섬기고 부모께 효성을 다하여 형제들과 화목하고, 제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에 천주의 명을 지키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저는 천주께 죄를 범하고 부모와 형제에게 제 모든 본문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삼구를 이기지 못한 저의 죄는 수없이 많습니다. 어머니, 제 불효를 용서하십시오. 삼촌과 형과 형수는 제가 더 잘 대접해 드리지 못한 것을 용서하시고, 제 죄를 사하여 주시고, 제 영혼을 구해 주시도록 천주께 기구하여 주십시오. 그렇게 하시면 천주께서는 당신들의 모든 죄도 사해 주실 것입니다”이튿날 옥졸이 잠든 사이 교우들이 박취득에게 다가가자, 그는 조용히 일어나 그들과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제 그의 모든 상처는 기적적으로 나아서 흔적조차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잠깐 동안 나가야만 하였는데, 옥졸이 잠에서 깨어 이 광경을 보고는 요술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쫒아가 새끼줄로 목을 졸라 죽였다. 이때가 기미년 1799년 2월 29일(양력 4월 3일) 오전 11시로, 그의 나이 30세였다.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종은 이렇게 순교하였다.

지난 18개월 동안 그는 순교의 여정에서 하루도 고문을 당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그의 발자국은 매번 피어린 자취로 남았다. 인간의 육체가 그렇게 형벌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지혜와 자비에 알맞은 동기로 어떤 위대한 본보기를 보여 주고자 하였다.

이후 박취득이 흘린 피는 글자 그대로 교우들의 씨가 되고 고향 인근 신앙 공동체를 지탱해 주게 되었다. 박취득은 예수님의 기적을 행하신 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글은 ‘한국 천주교회사’와 ‘경향잡지’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음을 밝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