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박해와 방 프란치스코 순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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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박해와 방 프란치스코 순교<4>
  • 박정현(홍성읍)
  • 승인 2014.09.0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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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박해 배경
신해박해가 끝난지도 여러 해가 지난 정조 21년 정사년(1797년), 충청도 남부지역에 사는 천주교 신자들은 뜻하지 않은 박해를 받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천주교를 증오하는 공주의 충청 감사 한용화가 도내의 모든 수령들에게 천주교인들을 체포하도록 명한 것이다.


비록 조정에서 1795년 이래로 주문모(야고보)신부의 종적을 찾기 위해 비밀리에 군사들을 풀어놓은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정조 임금은 물론 천주교로 인해 문제가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던 남인의 영수 채제공 정승 때문에 공식적인 박해는 일어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1797년 6월 한용화가 충청 감사로 부임하자 얼마 안 되어 사사로이 박해를 일으킨 것이었다. 이후 정사박해는 그의 후임으로 부임한 이태영과 김이영에게로 이어졌고, 특히 무오·기미년(1798~1799)에 심하였다. 당시 박해자의 앞잡이 노릇을 한 것은 배교자 조화진이었다.

김여삼과 함께 초기 박해의 밀고자로 유명한 그는 정사박해가 일어나자 지필묵을 파는 필공이나 행상을 칭하고는 교우들이 사는 집을 염탐하고 다녔으며, 신자들이 체포될 때는 함께 체포되어 들어갔다가 석방되어 나오곤 하였다. 교우들은 그 밀고자가 찾아와서는 십자 성호를 그으며 천주교 교리를 설명하곤 하였으므로 의심 없이 교회 사정을 말해 주었고, 또 다른 교우들을 일러주기까지 하였다.

조화진은 그 후 1801년에 옥에 갇혔다가 그 안에서 목을 매어 자결하였다. 이 교묘한 밀고자와 충청 감사의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일어난 정사박해 과정에서 100명이 넘는 신자들이 체포되거나 순교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기록을 통해 찾아 볼 수 있는 순교자는 기껏해야 얼마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한국 천주교회가 1세기 동안의 박해를 겪으면서 수 없이 탄생시켜야만 하였던 ‘무명 순교자’의 반열에 들어가 있다. 하느님만이 그때 당신의 영광을 위해 고통을 당한 이들의 이름을 아실뿐이다.


방 프란치스코의 순교
방 프란치스코는 면천 ‘여름이’(현 당진군 면천면 대치리) 고을 태생으로 감사의 비장을 지냈다. 그러다가 고향 인근에 전해진 복음에 대해 듣고 나서는 누구보다 빨리 이를 받아들였다. 방 프란치스코는 천주교에 정식으로 입교하자 박취득(라우렌시오), 원시보(야고보) 등과 함께 자주 만나 교리를 연구하였으며, 이내 교우들 중에 뛰어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순교자들의 행적을 듣는 순간 자주 눈물을 흘리면서 간절히 순교하기를 열망하였다. 1798년 홍주에서 잡힌 그는 6개월 동안 매우 많은 형벌을 당해야만 하였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전해지지는 않는다. 다만, 전승에 따르면 그와 함께 사형 선고를 받은 교우 두 명이 관례에 따라 사형수에게 주는 마지막 식사를 받고는 눈물을 흘렸는데, 방프란치스코는 오히려 기쁨에 빛나는 얼굴로 천주와 동정녀 마리아께 감사를 드리고 나서 동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한다.

“창조하시고 보존하시는 것도 천주의 은혜이지만, 사또가 이렇게 후한 대접을 해주는 것도 섭리의 은혜인데, 어째서 당신들은 슬퍼하고 풀이 죽어 있소. 그것은 마귀의 유혹이오. 만일 이렇게 우리가 천당을 얻을 좋은 기회를 놓친다면, 나중에 또 어떤 기회를 기대할 수 있겠소” 이때 천주께서는 그의 권고와 격려와 효력을 부여해 주셨다. 그의 두 동료는 자기들의 나약함을 뉘우쳤고, 오래지 않아 그의 마음에 있는 거룩한 기쁨을 같이 하였다.

그들 셋은 함께 홍주 읍내에서 순교하였는데, 방프란치스코가 이때 매를 맞아 죽었는지 목이 졸려 죽었는지 알 수 없다. 순교일은 1798년 12월 16일로 전해진다. 지난 8월 로마 교황 방한에 맞춰 시복된 124위 중 홍주 출신 4명에 대해 모두 살펴보았다. 시복 후에는 시성이 있을 것이다. 홍성에도 성인 4분이 탄생한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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