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준비 선물 고르는 손길 정성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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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준비 선물 고르는 손길 정성 가득
  • 주 향기자
  • 승인 2014.09.0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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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목장… 넉넉한 인심은 덤이요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청명한 가을 날씨 속에 열린 홍성 대목장에는 추석특수를 보기위한 상인들과 차례 상에 쓰일 제수용품과 가족 친지들의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인정 넘치는 오일장의 정겨운 풍경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대하·꽃게로 어물전 ‘북적’
여기 저기 물건을 두고 흥정이 펼쳐진다.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려는 손님과 상인 사이에 보기 좋은 실랑이가 대목장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이것저것 정성스레 고른 양손에는 보따리가 벌써 한 가득 들려있다. 역시나 가장 바쁜 곳은 어물전과 채소전, 생선포를 뜨는 상인의 노련한 칼질에 금세 나뭇잎 모양의 예쁜 포가 만들어 진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대하와 싱싱한 꽃게가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대하, 그거 비싸서 우린 못 먹어 자식새끼 입에 들어가는 거니까 사지” 장을 보러 온 김옥분(74·장곡면 반계) 씨는 입 호강에 즐거워할 자식들 생각에 아껴뒀던 쌈지 돈을 내놓으며 그저 싱글벙글이다.


참기름 내고 떡방아 돌고
방금 쪄낸 윤기 나는 송편과 색색이 예쁜 찰떡, 구수한 인절미와 팥고물이 넉넉히 묻은 시루떡이 한 가득이다. 직접 빚은 것은 아니지만 송편을 보니 한가위의 넉넉함을 느낄 수 있다. 방앗간에는 오랜만에 떡쌀과 기름을 내러 온 아낙들로 북적인다.
송편 빚을 쌀가루를 빻기 위해 떡방아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참기름과 들기름 짜는 고소한 향기가 가득하다. 추석 과일로는 뭐니 뭐니 해도 사과 배가 단연 인기. 차례 상에 올릴 과일과 채소를 고르는 주부의 손길이 야무지다. 오랜 만에 모인 가족 친지들과 나눠먹을 생각에 지갑은 가벼워지지만 마음만은 풍요롭다.


3000원 보리밥집 ‘문전성시’
방금 찌어낸 만두와 찐빵, 금방 튀겨낸 뜨끈뜨끈한 어묵은 5일장의 명물이다. 숭숭 썰어주는 구수한 순대와 돼지머리 고기는 맛도 좋지만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에 5일장의 정겨움을 더해준다. 3000원짜리 보리밥 집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곳에 삼삼오오 모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맛난 점심도 먹고 오랜 만에 친구도 만나 이야기꽃을 피운다. 식사 중에 자식들 선물자랑이 이어졌다. “옷은 사다줘야 마음에 안 들면 그렇고… 뭐 쓰잘머리 없는 것 사오는 것 보단 돈이 제일 좋지” 오연화(73·장곡면 월계리) 씨의 말에 둘러앉은 할머니들이 “그려, 그려” 맞장구를 친다.


홍성 대장간 부자가 함께
홍성 오일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 있다. 불꽃이 빨갛게 달아 오는 불가마가 있는 대장간이 그것이다. 이곳은 기능보유자 모무회씨와 그의 아들이 대를 이어 함께 운영한다. 명절을 앞둔 이번 장에는 무뎌진 칼을 갈거나 새 칼을 사러온 손님들이 많다. 대장장이 모무회씨가 불로 담금질한 쇠를 자루에 끼우면 아들은 숯 돌에 정성스레 날을 세운다. 예산에서 장 구경을 왔다는 윤영구씨(55)는 대장간을 보고는 소중한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감격스러워 한다. “아직도 이런 곳에 대장간이 있다니 믿기지 않아요. 아주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장에 왔다가 봤었는데…” 윤씨는 추억을 사듯 부엌칼, 호미, 낫 등을 구입하며 마냥 즐거워한다.


뻥~튀기 주전부리로 최고
5일장에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은 역시 온 장안을 구수한 튀밥 냄새로 가득 채우는 뻥튀기 아저씨다. 쌀, 콩, 옥수수, 흰떡, 누룽지 등을 동그란 쇠 통에 넣고 열을 가한 뒤 치익 김빠지는 소리와 함께 ‘펑’하면 하얀 튀밥들이 그물통발 속으로 솨르르 빨려 들어간다. 곡물재료에 따라 이름도 다양한 최고의 주전부리로 변신한다. 추억이 생각나는 수십 가지의 옛날과자도 노점에 좌악 펼쳐졌다. 입천장이 다 까지도록 먹는 옥꼬시, 우두둑 우두둑 씹는 소리가 일품인 센베이, 소라과자와 젤리, 사탕 등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동네 어르신들은 손자손녀를 주려고 벌써부터 한 보따리씩 보물 챙기 듯 챙겨 놓았다.


마음은 이미 고향 앞으로
야무진 베트남 새댁은 명절음식과 아이들 새 옷 장만에 여념이 없다. 경제사정이 어려워 올해는 양말이나 속옷, 샴푸와 햄 세트 등 저가상품을 파는 곳이 가장 붐빈다. 김인숙(47·홍성읍 오관리)씨는 “오랫동안 뵙지 못한 부모님과 이제 장성한 조카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며 선물을 고르는 손길에 정성이 묻어난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형제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훈훈함에 추석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고향집 앞으로 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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