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도 제사 참여… 개방적 가풍의 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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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도 제사 참여… 개방적 가풍의 종가”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4.09.0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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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곡면 양주 조씨 충정공파 종가의 추석맞이


조상 모실 제물 챙기랴 손님맞이 음식 준비하랴 추석을 준비하는 주부들은 몸이 열 개라도 바쁠 지경이다. 유서 깊은 종부네는 명절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풍경을 살짝 엿봤다. 장곡면 산성리 학성산 아래 자리잡은 양주 조씨 충정공파의 종가 사운고택은 고즈넉한 모습으로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사운고택을 지키는 이는 12대 종손 조환웅 씨와 종부 최금숙 씨다. 오랜 세월을 이어온 뿌리 깊은 종가의 명절 준비가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종부 최금숙 씨는 명절보다는 오히려 평소 고택을 관리하는 것이 힘들다며 웃는다.

“평소에는 고택을 찾아 불쑥불쑥 드나드는 사람들도 많고 고택을 관리하는데 손이 많이 가지만 종가라고 해서 명절 준비가 특별할 것은 없어요. 전해내려 오는 독특한 음식들이 몇 가지 있지만 선대부터 허례허식을 피했기 때문에 제물 준비는 간소하고 합리적으로 하죠”

그래도 종가의 추석맞이는 규모가 다를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제수를 비롯해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음식까지 준비해야 하는 등 챙겨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올해는 추석 전 가문에 전해오는 음식을 소개하는 EBS 방송촬영도 앞두고 있어 추석 제수를 준비하는데도 빠듯하다.


“가문에 ‘음식방문’이라는 책이 내려옵니다. 추석을 앞두고 있어 바쁘지만 내포 지역을 소개하는 방송에 필요하다니까 좀 힘들더라도 안 할 수 없죠. 그래도 옛날 생각하면 요즘은 명절 준비가 많이 줄었죠” 양주 조씨 가문의 가전 음식은 종부의 손과 ‘음식방문’이라는 책을 통해 전해내려 온다.

이 책은 12대 종손인 조환웅 씨의 증조할머니가 1891년에 기록한 책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화향입주법, 두견주법, 소국주법, 송순주법, 신묘향법 같은 술빚기와 두텁떡법, 혼돈병법, 복영도화고법, 신검채단자, 석탄병법 같은 떡 만들기, 진주좌반연법, 승기약탕법, 삼합미음법, 증구법(개찜), 동화석박지법 같은 요리와 반찬 만들기 등 69가지의 조리법이 전해내려 온다.

명절 차례상에 올라가는 화전도 음식방문에 전해내려 오는 것인데 제철에 나는 꽃이나 잎이 아름다운 식물을 이용해 겉을 꾸미고 속에 삶은 밤과 꿀을 섞은 속을 넣어 모양만 예쁜 다른 화전과는 차이를 보인다. 최금숙 씨는 서울이 고향으로 남편인 조환웅 씨를 따라 26년 전에 홍성에 내려왔다.

고택을 지키겠다는 남편 뜻에 따라 함께한 것이다. 종가의 시집살이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언성 한번 높인 적 없이 따뜻했다. “시부모님들은 항상 온화하고 화내시는 모습을 볼 수 없었어요.

예부터 여성들을 존중해온 가풍이 있었기 때문인지 늘 사랑으로 대해주시고, 딸처럼 잘 챙겨주셨죠.” 그도 그럴 것이 양주 조씨 가문은 과거부터 며느리를 포함한 집안의 여성들도 제사에 참여했을 정도로 개방적인 가풍이 전해온다.

“예전에는 명절이 참 힘들다는 생각도 했죠. 하지만 힘들어도 가족, 친지와 함께 즐기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때라고 생각해요. 명절정신 살려서 즐겁고 행복하게 보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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