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산이 된다 '백제부흥군길 오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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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산이 된다 '백제부흥군길 오서산'
  • 정리/정수연<내포문화숲길 교육팀장>
  • 승인 2014.12.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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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 담긴 이야기<5>

매혹적인 서해를 만끽할 수 있는 정상

고개를 지나 또 고개, 산을 넘어 또 산으로 그렇게 길은 늘 이어져 있다. 경기도에서 시작해 대전을 지나 서해의 태안반도까지 이르는 산줄기, 금북정맥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산이 있으니 바로 오서산이다. 충남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산으로 3대 명산에 속하는 이 산은 예로부터 서해안 천수만 일대를 항해하는 배들에게 나침반 혹은 등대 구실을 했기에 ‘서해의 등대산’으로도 불렸다.

오서산 정상 풍경.

까마귀들이 많이 서식해서 ‘까마귀의 보금자리’ 오서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또 다른 의미로 오서산의 오(烏)는 삼족오를 뜻하며 태양과 산악을 숭배했던 백제인 들의 신앙의 중심이었다고 문헌 당나라지리서 한원의 (백제전)에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오성산으로도 불리며 지역주민들의 안식처가 되어왔던 오서산은 백제부흥운동의 거점 중의 하나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서해의 풍경, 그리고 특히 가을이면 끝없이 이어져 있는 억새의 향연 덕분에 오서산은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오서산 정암사.

다양한 등산코스가 있지만 내포문화숲길 백제부흥군길과 만나는 길은 바로 산 아래 마을인 상담마을 회관 앞을 지나는 길부터 시작하여 정암사를 지나는 코스이다. 정암사는 백제 성왕 5년에 담욱율사가 창건한 절로 전해지는데 불기 2532년 충남 전통사찰 68호로 지정되었다.

내포문화숲길의 산실이기도 한 가야산 수덕사의 24개 본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주지스님인 법룡스님이 가지고 계신 백제부흥군길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다.

“백제부흥군 길을 알리는 데 오서산만한 곳은 없다고 봅니다. 왜냐면 여기엔 복신이 마지막까지 머물렀다 전해지는 굴(복신굴)로 추정되는 곳도 있으니까 전체적인 백제부흥군 흥망의 스토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또 여기 정암사 앞뜰에서 내려다보면 저 멀리 광천지역 전부가 보입니다. 광천은 한 때 배가 드나드는, 해상교통이 활발한 정기항로의 거점이기도 했는데요. 간척지 조성에 따라 옛 명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 되었죠. 해서 광천을 살리는 데에도 오서산이, 백제부흥군 길이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오서산을 찾는 등산객에게 광천의 특산품 토굴새우젓이나 김을 쇼핑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의외로 이러한 테마가 있는 숲길의 스토리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길 끝에 머무는 마을
오서산 상담마을

한 때는 200여 가구 가까이 살았던 큰 마을, 허나 지금은 두 명 혹은 한 명으로 약 45여 가구만 남은 이곳은 오서산 바로 아래 마을 상담마을이다.

“여기가 참 물이 좋았슈. 그냥 냇가물을 먹고들 살았지. 지금이야 이렇게 큰 길이 나있지 옛날에는 길도 사람 하나 겨우 다닐 정도였다구. 그리고 죄다 다 산이고. 산도 다 벌거숭이 산으로 나무가 하나도 없었슈 다 땔깜으로 썼으니께. 60년도 박정희대통령 때부터 나무심기운동을 해서 그때부터 이렇게 조금씩 우거지게 된 거지”

일곱 살 나이에 부모와 형제들을 따라 여기 상담마을로 오게 되었다는 배연희 노인회장의 이야기다. 그 시절 누구나 먹고 살게 없던 시절, 보령 천북면에서 온 가족이 이주해 오셨다고 하는데 대부분 산을 기대고 사는 화전민의 삶은 대부분이 비슷했으리라 짐작된다.

실제로 오서산은 충남의 보령과 청양 그리고 홍성 이렇게 세 개 지역에 걸쳐 있는데 그래서 그러한지 옛날에는 화전민의 이동이 많았단다.

“나는 아들 둘에 딸 하나인데 먹고 사니라 애 많이 썼지. 여기서 나무를 해서 광천까지 다니면서 나무장사도 하고 그랬어. 그 때 무슨 차가 있남! 다 걸어 다니는 거지. 또 땅은 어떠하고. 파면 순 돌덩이 뿐이었어. 나무판을 이용해서 조금씩 전부 다 사람 손으로 만든 논들이여, 여기가”

지금과는 현저히 다른 모습의 상담마을을 회상하는 노인회장의 얼굴에는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자식들을 길러내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이 가득하다. 벌거숭이 산에 나무가 우거지면서부터 오서산은 등산객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결정적으로는 상담마을 주차장 자리인 곳을 마을 주민이 군에 내놓은 일이라고 노인회장은 전했다. 주차장이 먼저 잘 마련되는 덕분에 지금의 잘 포장된 도로도 날 수 있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오서산 가을 억새가 장관일 때는 상담마을도 모자라 아래 중담, 하담에 마련된 주차장까지 차들이 빼곡히 들어설 정도로 등산객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다시 찾아가고 싶은 마을 그리고 내포문화숲길
내포문화숲길(특히 홍성구간)에서 오서산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백제부흥군길의 정점인 복신굴이 존재할 뿐 아니라 오서산을 통해 가장 이 길의 의미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마을에서 진행된 내포문화숲길 마을 장터.

이렇기에 상담마을 주민들로부터 시작되는 백제부흥군길의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아직은 마을 분들이 그저 “여기가 ‘내포문화숲길’이라고 하더라고” 정도의 수준이지만 조금씩 소통의 기회가 늘어난다면 등산객 누가 물어보던지 오서산 곳곳에 숨은 백제부흥군길의 의미를 알려줄 날이 오지 않을까 또 찾아오는 등산객 역시 오서산 억새가 아닌 백제부흥군길을 거닐고 싶어 오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본다.

‘내포문화숲길 홍성센터 스토리텔링’ 그 길에 담긴 이야기
내포문화숲길 홍성센터에서는 청운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친구들과 함께 홍성구간의 숨은 이야기들을 직접 지역의 어르신들을 만나 뵙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구술 : 정암사 주지 법룡스님 & 상담마을 배연희 노인회장님
채록 : 청운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소미애
정리 : 내포문화숲길 교육팀장 정수연
사진제공 : 내포문화숲길 홍보팀장 길익균
** 내포문화숲길은 내포지역의 역사, 문화, 생태자원을 바탕으로 내포지역의 4개시군 (서산시, 당진시, 홍성군, 예산군)에 조성된 800리의 장거리 걷는 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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