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홍주, 천주교 순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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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홍주, 천주교 순례의 길
  • 정수연<내포문화숲길 교육팀장>
  • 승인 2014.12.1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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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 담긴 이야기 <7>

 


내포문화숲길 홍성구간에서 천주교순례길은 홍성성당을 시작해서 장군상 오거리 백야 김좌진 장군의 동상을 지나 홍성재래시장을 가로지른다. 가로지른 여정은 현 보물538호인 홍성 오관리 당간지주를 거쳐 생매장터를 지나 군청에 다다른다.

약 2km가 넘는 코스로 성인걸음으로 한 시간이면 넉넉히 돌아볼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홍성은 역사적으로 충청도 최초의 순교자 원시장을 포함하여 공주 다음으로 많은 순교자가 나온 곳이다.

순조실록에서는 ‘홍주(홍성의 옛 이름)를 위시로 하여 내포지역이 사학(천주교)가 가장 심한 지역이다’라고 전하고 있다. 목민심서의 정약용이 금정 찰방(지금의 역장)으로 좌천된 이유도 이 지역에 천주교 신자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천주교도를 배교하여 천주교도가 아님을 증명하라는 속내가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당시 홍주)에서 처형을 당한 천주교 신자들은 성 밖으로 그냥 시체를 던져 버렸다고 해요. 남아있는 역사적 증거는 하나도 없고 오로지 구전으로 떠도는 이야기이죠. 그 이야기 하나 때문에 성곽을 함께 돌았어요. 돌면서 일일이 순례하신 당시 분들을 떠올리며 기도했죠.

그리고 지금의 태평식당 자리인데요. 거기가 저자거리로 천주교 신자들이 조리돌림을 당하던 곳이었거든요. 그 곳에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북문 밖이었던 생매장터가 있는 곳도 찾아가고, 마지막으로 홍성성당 큰 벚나무 아래에서 성지순례를 마무리했는데 꼬박 6시간이 넘는 과정이었답니다”

교황님의 방문으로 이전부터 무려 10년이 넘도록 홍성을 찾아오는 많은 천주교 신자들에게 홍성이 가진 천주교 성지로서의 의미를 전달해 온 조현옥 (홍성성당 성지 분과장)씨가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는 성지순례의 순간이다.

 

 

 

 

                                         조현옥 홍성성당 성지분과장.

우연히 성당의 천주교역사공부모임을 통해서 시작한 공부가 (당시 홍성에는 지금의 문화해설사도 없던 시기였다고 한다) 이제는 홍성의 천주교성지를 눈 감고도 그림처럼 설명할 수 있게 된 조현옥씨가 의미를 강조하는 몰랐던 또 하나의 순례길 이야기가 있다.

“홍성에서 청양까지는 매우 의미 있는 순례길이 있어요. 홍성은 병인박해 이후에도 천주교 신자들의 죽음이 계속되었거든요. 그렇게 홍성에서 죽임을 당한 신자들을 유해를 가져다 묻은 것이 바로 청양의 줄무덤이란 곳입니다. 줄무덤 성지라고도 하지요

. 그 줄무덤까지 가는 그 길이 바로 의미가 깊은데 아주 옛 길이라 찾는 게 쉽지가 않았어요. 지금의 차가 다니는 길이 아니기 때문에 광천과 장곡 일대를 수소문해서 알 수 있었던 길이죠. 이 길은 장터를 돌아다니는 보부상들도 걸어 다녔던 길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성지순례를 둘러싼 주변길.

맨 처음 이 길을 제가 걸을 적에는 앞에서 풀을 쳐내며 새롭게 길을 만드는 수준으로 걸었답니다. 이 길을 죽임을 당하였던 신자들의 후예가 몰래몰래 지나갔던 겁니다. 죽임을 당한 조상들의 유해를 지니고 말이죠. 지금 걸어도 거의 4시간 이상 가야하는 길이니 당시에는 아마 밤을 꼬박 새워 걸었어야 했을 길이라는 게 천주교 신자로선 뭉클한 거죠. 이런 길들을 앞으로 내포문화숲길 천주교순례길에서 더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재 한국천주교회에서는 전국의 성지를 걸어보는 ‘전국 성지걷기문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말 그대로 전국의 성지를 찾아 그 의미를 되새기고 스탬프를 찍어서 모으는 프로그램인데 홍성 역시 전국 주요 성지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올해 교황님의 방문을 계기로 충남지역의 천주교 성지 곳곳에 전국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순교성지들과 다르게 홍성은 이미 많은 성지들이 생활공간 속으로 들어가 버려 흔적을 찾기 쉽지가 않아요. 어떤 분들은 순례를 와서 군청만 보고 가지 군청 안에 있는 옛 관아 비석을 보지 못하기도 하지요. 더 꼼꼼히 안내를 할 수 있는 해설안내판이 필요합니다.

또 이미 옥터 자리는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어요. 많은 신자들이 죽임을 당한 중요한 자리임에도 말예요. 이러한 것들도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꼭 성지순례만 신자들이 하지 않아요. 그 성지를 둘러싼 주변 관광지라든지 혹은 또 다른 문화유적과 연계해서 보기를 원하죠. 그런 면에서 내포문화숲길이 가진 잠재력은 충분한 거 같아요.

동학역사인물길 혹은 백제부흥군길과의 연계를 통해서 더 많은 네트워크들이 만들어지고 교류되면 좋겠습니다” 길이란 것이 그렇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뭔가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도 만들어지기도 한다.

또 그 길을 안내하는 사람에 따라 길의 성격과 내용이 천차만별로 변하기도 한다. 홍성의 경우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의 이르기까지 역사의 중심에 있던 고장이기에 더 많은 이야기와 길이 서로 엮여질 수 있다고 조현옥 씨는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포지역의 역사, 문화, 생태를 아우르는 내포문화숲길의 활약이 주목되는 것을 아닐까?

<내포문화숲길 홍성센터 스토리텔링> 그 길에 담긴 이야기
내포문화숲길 홍성센터에서는 청운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친구들과 함께 홍성구간의 숨은 이야기들을 직접 지역의 어르신들을 만나 뵙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구술 : 조현옥 님 (홍성성당 성지 분과장)
채록 및 정리 : 내포문화숲길 교육팀장 정수연
사진제공 : 내포문화숲길 홍보팀장 길익균

** 내포문화숲길은 내포지역의 역사, 문화, 생태자원을 바탕으로 내포지역의 4개시군 (서산시, 당진시, 홍성군, 예산군)에 조성된 800리의 장거리 걷는 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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