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새들의 사랑이 건강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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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새들의 사랑이 건강하지 않은가
  • 김세호<홍성조류탐사과학관 연구위원>
  • 승인 2014.12.2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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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探鳥) 여행에서 배우다 <2>

동물의 세계에서 번식은 최고·최대의 목표
암컷 새의 주의를 끌기위해 화려한 수컷 새


새의 수컷은 일반적으로 암컷 보다 화려한 모습이다. 암컷의 주의를 끌어 짝짓기를 할 수 있도록 수컷은 진화를 거듭했다. 장끼는 아름답고 까투리는 평범하다. 꿩과의 새 공작 역시 수컷이 화려한 장식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눈길을 끄는 수컷의 외양은 종족의 번식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눈물겨운 숙명의 길이다. 이것은 또 포식자의 공격을 감당해야 하는 위험한 도발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컷들이 아름다운 것은 짝짓기를 위한 필사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생존에는 불리해도 번식에 유리하면 진화할 수 있다는 ‘성선택론’의 실례로 공작을 들기도 한다. 암컷 새들이 화려하지 않는 것은 알을 품어야 하는 비교적 장기간의 시일 동안 포식자인 적(敵)으로부터 쉽게 발견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번식은 동물에게 최고·최대의 목표다.

구애 및 교미의 짝짓기 행동은 먹이 찾기와 함께 모든 동물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다. 이들에게 섹스는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한 본능적 충동인 것이다. 화려하고 건강한 공작이 번식에 유리한 것은 암컷 공작이 그런 수컷과의 짝짓기를 통해 우수한 자식의 탄생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수컷 새의 경우 화려한 새일수록 그 집단 내에서 서열이 높아 암컷들이 선호한다. 더 화려하고 더 건강한 수컷과 교미하면 서열이 높은 새끼를 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동물의 왕국’에서 서열이 높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먹이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말한다.

우두머리는 먹을 기회가 많고, 먹이를 먹을 때 우선권을 행사하기 마련이다. 먹이가 풍부할 때는 서열이 낮아도 먹을 수 있으나, 먹이가 부족한 경우 함께 먹기가 어렵고 눈치를 보면서 기다려야 한다. 심한 경우 굶어 죽을 수도 있는 것이 비정한 야생의 세계다.

 

 

 

 

짝짓기 춤을 추는 재두루미 수컷(오른쪽).

수컷의 짝짓기 행운이 잘 생긴 깃털 등의 아름다운 외모에 있다는 것은 다소 당혹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사랑에는 돈이 든다(Love costs money). 수컷은 많은 투자를 하고 암컷을 유혹한다. 군함새 수컷은 가슴을 크게 부풀려 암컷을 유혹한다. 극락조(참새목 풍조과의 새. 풍조(風鳥)라고도 한다.

매우 이름답고, 크기는 참새만한 크기에서 비둘기만한 것까지 다양하다)의 경우 암컷은 수수하지만 수컷은 장식깃 등이 화려하다. 수컷은 낙엽 따위를 청소해서 무대를 만들어 갖가지 동작으로 춤을 추는 등 매우 특이한 구애행동을 한다. 암컷은 수컷이 차린 무대를 차례차례 들러보면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골라 교미한다. 추파(秋波)는 누가 먼저 던져야 하나.

동물은 대부분 수컷이 발정하여 먼저 암컷을 유혹하는가. 수컷이 나비인지 암컷이 꽃인지가 헷갈리는 세상이다. 그리고 인간은 암컷이 먼저 유혹하는지 수컷이 먼저 유혹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다. 수컷인간은 암컷인간의 다양한 행동을 자기를 유혹하는 것으로 종종 오해하고 무척 용감해지기도 한다.

새들처럼 남자가 아름답다면 여자들이 서로 다툴 것이다. 그렇다면 ‘용자(勇者)가 미인을 차지한다(The brave deserves the fair)’는 속담은 멍청한 것이 된다. 섹스는 남녀 사이에 이루어지는 가장 본질적이고 총체적인 대화(對話),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식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인간의 경우도 남성이 선택권이 있는 듯이 보이지만 유전자의 수준에서는 사실상 여성이 선택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건강하고 우수한 형질을 선택하고 잘 키우려는 유전자가 여성에게 더 강하다(모성의 위대함)는 분석도 있다. 암컷과 수컷의 유전학적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수컷은 가능한 한 많은 암컷에게 정자를 퍼트려야 하고 암컷은(수컷들의) 수많은 정자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자식을 낳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수컷의 욕망은 암컷에게 일단 정자를 집어넣고 암컷을 차지하는데 있으나 암컷의 관심사는 주로 자식을 낳고 키우는 데 있다고 한다. 수컷은 욕망을 채우는 양(量)을 추구하고 암컷은 좋은 유전인자, 튼튼하고 믿을만한 질(質)을 추구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수컷은 우선 섹스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컷이 원하는 사랑의 실현, 교미(交尾)의 불타는 야망, 한 바탕 질펀한 정사의 욕망은 죽음까지도 불사한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사마귀를 들 수 있다. 사마귀의 수컷은 교미의 대가로 자기 몸을 암컷에게 제공한다. 사마귀 암컷은 교미 중에 수컷의 머리부터 잡아먹어 영양을 보충하고 장래에 태어날 새끼를 양육할 준비를 한다.

사마귀 암컷은 그 수컷에게 숙명적으로 팜므 파탈(Femme fatale)이 되는 셈이다. 암컷에게는 아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태어난 아이가 더 훌륭할 것을 바란다. 암컷이 낳은 자식(유전자)은 관계한 수컷에 관계없이 50%는 무조건 내(뱃속에서 나온) 새끼라는 확신이 있다. 또 우아하고 매력적인 여성들은 남자들과의 경솔하고 일시적인 관계보다는(태어날 자식을 위해) 신중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선호한다고 한다.

심리학자와 진화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외모(外貌)보다는 지위와 경제력을 갖춘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들의 경향은 거의 모든 심리학적 실험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고 한다. 잦은 친자확인(親子確認) 유전자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세상이다.

특히 세인의 관심을 끄는 친자확인 소송(전 총리, 재벌 회장, 장관, 아나운서 출신 정치인과 재벌급 2세, 유명 탤런트 등)에서 피고(被告)는 주로 수컷 쪽이며, 대부분 패자(敗者)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컷들이 그만큼 무기(武器)를 함부로 휘둘렀으며, 결국 암컷보다도 무책임하다는 반증(反證)이기도 하다.

막장 드라마의 인기 소재, 출생의 비밀과 관련을 가진 출세한 인물들이 현실에서도 많은 것이 당혹스럽기도 하다. 영웅호색(英雄好色)하고 누구나 미인을 좋아한다고 한다.

천하의 열국(列國)을 주유한 공자는 “나는 아직 색(色)을 좋아하는 것만큼 덕을 좋아하는 군주를 본 적이 없다(吾未見好德如好色者也)”고 탄식했다. 인간이 성(性)을 대할 때 번식보다는 쾌락을 우선적으로 보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영웅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수컷은 거의 대부분이 호색한의 이기적 DNA가 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가 전하는 다채로운 사연도 최소한 그 절반 이상은 바람기 가득한 플레이보이(play boy)를 방불케 하는 신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들의 세계 역시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다. 혼외정사의 몽정스님, 간음정사의 사정대사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사는 세상이기도 하다. 또 각종 인기 오페라 스토리 등은 남녀간의 ‘사랑과 전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示唆)한다.

보거든 꺽지 말고
꺽었으면 버리지 마소
보고 꺽고 꺽고 버림이
군자의 행실일까.
두어라 노류장화(路柳墻花)니
누굴 원망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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