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마을, 행복한 귀농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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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마을, 행복한 귀농을 꿈꿉니다
  • 조 원 기자
  • 승인 2015.01.08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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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장곡면 신동리 오필승 이장


“제 취미요? 마을 만들기입니다. 어떻게 하면 마을을 더 아름답게 가꿀 수 있을까, 요즘도 그 생각이 가장 앞서고 있습니다” 오필승 이장(장곡면 신동리·57)의 하루는 마을주민들과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밤새 안녕하셨는지 묻는 일부터 시작해 주민들의 이야기와 고민을 들어주며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하게 다가선다. 요즘은 이른 아침부터 만나는 일이 많이 줄었지만 농번기에는 새벽부터 밭에서 일하는 주민들을 찾아가 힘을 북돋아 준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은 이런 소소한 대화 속에서 여물어 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장곡면 신동리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령화라는 깊은 늪에 빠져 있었다. 인구는 감소되고 마을에는 청년층이 사라지면서 농촌에는 활력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로부터 권역단위 마을로 선정되면서 얼어붙었던 마을은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 같은 배경 뒤에는 오필승 이장이 있었다. 이곳 원주민도 아닌 그가 당당하게 이장에 선출될 수 있었던 것은 마을을 향한 그의 애정 때문이었다.

교회 목사이기도 한 그는 2003년 새로운 사역지를 찾던 중 친구 목사로부터 이곳을 추천받았다. 신동리에는 아직 교회가 세워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처음 두 해는 예배당과 사택을 짓느라 바쁘게 보냈지만 몇 안 되는 신도만 상대하다보니 어느 새 여유로움으로 가득했다.

이런 그에게 땅에 내어주며 농사를 권유한 주민 덕분에 2006년 처음 농사를 시작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농사를 짓는 동안 마을의 고령화 문제를 피부로 느꼈다. 그 때부터 오 이장은 목회 외에 마을을 살려야 겠다는 나름의 고민을 시작했다.

마침 2010년 충남도농업기술원에서 귀농대학 1기생을 모집했다. 이왕 농사를 짓는 마당에 더 알고 짓자는 마음으로 귀농대학에 들어갔다. 100시간 교육을 마칠 즈음 평소 고민하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만한 실마리를 만났다. 전북 진안에서 말이다. “귀농단체인 ‘뿌리협회’를 통해 이거다 싶었습니다.


고령화 마을을 타개할 수 있는 비결로 그들은 귀농인 유치를 첫째로 꼽은 겁니다. 그 때 우리 군도 귀농인 단체를 만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튿날 방문한 와룡마을에서는 마을 만들기에 대한 아이템도 얻었다. 21가구의 작은 마을인 와룡마을은 귀농 예약자들이 줄을 서고 있을 정도로 당시 귀농1번지였다.

와룡마을은 지산지공(地産地工 지역의 생산물은 지역에서 가공한다) 운동을 펼치며 인삼을 홍삼으로 가공하는 등 가공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었다. 1가구당 소득도 꽤나 높았다. 마을 위원장의 설명회를 듣고는 홍성군 마을 만들기에 대한 도전 욕구도 불일 듯 일어났다.

“귀농대학을 수료하면서 이 두 가지를 계획으로 적어 내었습니다. 지금은 그것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귀농대학을 졸업과 함께 지역 수료생과 의기투합하여 군 귀농인 단체를 결성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도시민들에게 창구 역할을 시작한 것이 어느 덧 군농업기술센터와 연결되어 본격적으로 귀농센터를 운영하게 됐다.

관에서 적극 운영하니 귀농 관련 문의도 많아졌고 귀농인도 꾸준히 증가했다. 실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장곡면만 해도 30여 가구가 유입되는 성과를 거뒀다. 1년 간 귀농인 창구역할을 담당하며 홍성군 귀농인 보금자리를 정착시킨 그는 마을 만들기로 돌아섰다. 고민 끝에 홍성저수지를 자원으로 한 둘레길 조성을 계획했다.

이를 위해 신동리, 지정2리, 지정2리, 도산2리 4개 마을 이장들과 ‘장곡면 마을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이어 ‘홍성군 마을 만들기 사례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해 주민들의 반응을 살폈다. 토론회가 큰 방향을 일으키자 농어촌공사와 군으로부터 농촌마을종합개발 사업설명회 제의가 들어왔다.

그동안 준비한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어필한 오 이장은 결국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을 받아냈다. 오디, 누에, 냉이 특산 지역을 표방한 ‘오누이권역’ 사업은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농어촌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명목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사업비 42억 8000만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앞으로 지정2리 마을회관 리모델링, 무선방송설비 등의 기초생활기반시설 사업과 오누이 예절교육관 리모델링사업 등을 진행할예정이다. “사실 우리가 예상했던 저수지 둘레길 사업과는 다르긴 했지만 마을에 새로운 시설들을 갖추게 돼 매우 기뻤습니다. 내년에는 마을 주민들이 출자금을 모아 매입한 땅(1254㎡) 위에는 다목적 회관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입니다”

신동리 다목적 회관은 교육의 목적으로 설립될 예정이다. 단순히 이론적인 교육만 아니라 주민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체조나 취미 등 프로그램을 기획해 즐거움이 가득한 공간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마을 홍보마케팅, 정보화구축, 컨설팅, 마을운영지원 등의 지역역량강화사업도 병행 추진돼 마을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마을권역이 만들어지면서 마을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주민들이 마을 일원으로서의 자부심을 회복한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귀농 문의도 평소보다 많아졌다. 이 같은 변화의 불씨를 당긴 오 이장은 지난 2013년 당당히 마을 이장으로 선출될 수 있었던 이유다.

“목사의 일이 어디 따로 있을까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낮은 자세로 섬기라는 명령에 순종할 뿐이지요. 외지인을 이장으로 뽑아 주신 것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입니다” 목사라는 직함 위에 농부를 표방하고 있는 그는 임대한 3,300㎡의 논에서 벼를 재배하고 있는 아직은 서툰 농사꾼이지만 장곡면에서는 가장 먼저 체험 농장을 운영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해는 하우스 고추를 재배하며 본격적으로 친환경 농업을 시작했다. “수고한 만큼 양식을 거두는 것은 성경의 원리이기도 합니다. 천직(天職)이라 불리는 농사를 통해 농부로써 이장으로써 목사로써 살아가고 싶은 게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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