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부석사 품은 도비산 서해바다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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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부석사 품은 도비산 서해바다 한눈에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5.03.0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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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마음의 행복 찾는 숲길 여행 <2>

▲ 도비산에서는 맑은 날 천수만과 서해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 등산로도 잘 정비돼
천수만, 안면도까지 아름다운 해안 한눈에 조망


충남 서산시 부석면 취평리에는 도비산(島飛山·352m)이 있다. 동네를 안고 있는 나지막한 산이지만 ‘섬 도(島)’와 ‘날 비(飛)’를 쓰는 도비산은 ‘섬이 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천수만 쪽에서 보면 도비산은 바다 위에 떠서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까. 도비산에 오르면 서해바다와 천수만, 멀리 태안의 안면도까지 아름다운 해안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또 도비산은 휴식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패러글라이딩 등 레포츠와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산림휴양공간으로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산에는 신라 문무왕 17년(677)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가 자리 잡고 있는데, 등산로도 잘 정비돼 있다.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도 전해 내려오고 있는 곳이다.

부석사 큰 법당인 대웅전과 목룡장, 심검당이 길게 누운 소처럼 나란히 늘어서 있다. 선가에서는 예로부터 마음을 소에 빗대어 자신의 본래 자리를 찾는다는 뜻으로, 심우(尋牛)라는 표현을 썼다. 비범한 인재를 키워내는 곳이라는 뜻의 많은 선객을 가르쳤던 ‘목룡장(牧龍莊)’과 지혜의 칼을 찾는 집이라는 뜻으로 ‘지혜 중의 지혜’를 찾기 위해 제자를 길렀던 ‘심검당(尋劒堂)’의 현판은 근현대 한국불교의 상징인 경허 스님의 글이다. ‘부석사(浮石寺)’의 현판은 경허 스님의 제자인 만공 스님의 작품이다. 글씨 끝머리에 ‘칠십옹(七十翁)’이라고 적은 문구가 눈길을 끈다. 일흔 살의 늙은이라, 과연 겸허의 가르침이 아닐까. 만공이라는 법호는 경허 스님에게서 받았다고 한다. 이렇듯 도비산에는 유서 깊은 사찰인 부석사와 동사가 있으며, 북면에는 석천암이 있다. 옛날에는 봉수대가 있었다고 전하며 1416년 조선조 태종이 아들 세종과 함께 7000여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내려와 도비산을 중심으로 사냥을 했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다.

또한 부석면과 부석사의 이름은 물에 뜬다는 뜻의 ‘부(浮)’ 자와 돌 ‘석(石)’ 자로 ‘물에 뜨는 바위’ 라는 뜻이다. 부석사에서 내려다보이는 천수만에 ‘검은녀’라는 바위가 있었다고 한다. 조수와 상관없이 언제나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바위여서 이 지역 이름과 절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간척사업으로 천수만이 메워지며 검은녀가 묻혀 지금은 검은녀의 상징석을 세워 주민들이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도비산 산자락을 구불거리며 올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나무들이 마중 나오며 새소리가 들린다. 도비산 산행은 부석사 주차장을 기점으로 하면 수월하다. 주차장의 이정표에는 ‘부석사 0.5km, 해넘이 0.8km’라 적혀 있다. 500m를 걸어 부석사에 닿으면 여기서 정상은 20분 정도면 닿는다. 부석사가 산의 팔부능선 언저리에 있기 때문이다.

▲ 도비산에는 산책로와 전망대 등이 잘 조성되어 있다.


도비산의 정상에 도착하면 전망대와 함께 태안반도와 안면도가 그림처럼 펼쳐져 한눈에 들어온다. 서해바다가 넘실거리며 세계적 철새도래지인 천수만이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아름답다. 서북쪽으로는 서산 시가지와 해미읍내가 품에 안기며 남북으로는 햇살과 바다 향을 머금고 있다. 지금은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철새들의 쉼터가 되었지만 1970년대 말까지는 이곳 사람들의 젖줄인 갯벌이 펼쳐져 있던 청정지역이다. 도비산의 동쪽과 서쪽에는 차로 오를 수 있는 임도와 등산로가 잘 갖춰져 있어 해돋이·해넘이와 서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만들어져 있다. 산길을 걷다보면 동서방향에는 기암괴석의 바위 무더기가 벼랑을 이루고 있어 아름답게 어울린다. 특히 정상에서 북서쪽 능선에 자리한 바위들은 도비산을 제일의 명소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집채만 한 바위들이 수십 개가 모여 있어 그 자체로도 장관이다. 바위무더기의 서쪽 끝은 천연요새처럼 거대한 성문을 이루고 있다.

도비산 곳곳의 바위무더기와 벼랑은 잘 갖춰진 산책로와 전망대, 쉼터 등과 어우러져 산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손짓 한다. 간월호와 부남호를 사이에 두고 있는 도비산은 낮은 편에 드는 산이지만 주변이 확 트여 있어 날씨가 좋으면 아주 멀리 바다 섬까지 보인다. 내륙방향의 구릉지의 여유와 함께 시원하게 마음을 쓸어내리며 감상할 수 있는 한 폭의 그림이다. 도비산에서 일제시대 민족정기를 말살한다는 구실로 박은 것으로 추정되는 ‘쇠말뚝’이 발견됐다는 설명은 3월을 목전에 두고 또 다른 충격이고 아픔이다. 쇠말뚝은 정상에 세워져 있는 사각정 옆의 길이 15m 높이1.5m 크기의 바위에 모두 7개가 북두칠성과 비슷한 모양으로 박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도비산에서 맞는 해넘이 저녁노을은 서해바다와 함께 장관을 연출한다.

도비산을 찾은 인근지역 주민들은 가야산, 팔봉산, 부춘산, 황금산 등 주요 명산에 목재계단을 설치하는 등 등산로를 정비하여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알리고 있는 서산시의 모범적인 산림행정에 박수를 보낸다고 자랑한다. 이렇듯 지역의 주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등산을 즐길 수 있도록 생활권 등산로를 조성하고 이에 대해 지속적인 정비를 추진하는 일은 곧 주민을 위한 행정이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산림 치유공간을 조성하고 테마가 있는 등산로 등을 조성하여 등산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분명한 것은 도비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제일의 눈 맛은 정상에서 내려다 본 산 아래 너른 들판이다. 툭 터진 시야에 바라만 봐도 배부른 풍경이 한 가득이다. 홍성의 백월산과 용봉산, 오서산도 이처럼 사람들에게 산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을 제공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도비산을 내려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세운 절로 알려진 작은 바위섬에 있는 간월암(看月庵)을 둘러보는 것도 한 맛이다. 간월암은 밀물 때는 섬이 되고 썰물 때는 길이 열리는 바위섬이다. 간월암을 거쳐 남당항 주변에서 맛보는 새조개, 대하 등 해산물 맛도 일품중의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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