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의 눈썹 닮은 아미산, 쉬어가라 손짓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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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의 눈썹 닮은 아미산, 쉬어가라 손짓하네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5.03.10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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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마음의 행복 찾는 숲길 여행 <3>

▲ 아미산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로 분포돼 있으며 흙길과 돌길, 계단이 어울리며 등산로와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당진시 전경·서해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는 당진 8경
잘 정비된 등산·산책로 시민들의 건강휴식처로 인기
폐교로 문 닫은 유동초교는 아미미술관으로 재탄생

당진시 면천면 죽동리와 송학리, 순성면 경계에 자리한 아미산(峨嵋山·해발 349.5m)은 당진의 명산으로 꼽힌다. 아미산은 멀리서 보면 ‘미인의 눈썹같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처럼 야트막한 산세가 편안하고 곱다. 아미산은 당초 소이산(所伊山), 소미산(所尾山), 배미산으로 불리었는데, 중국에서 죽어가는 승상의 아들을 아미산의 신인(神人)이 나타나서 종두를 하여 두창을 막아 살린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아미산 정상에 오르면 거칠 것 없는 확 트인 조망이 단연 압권이며, 완만한 산행로는 산책하듯 오를 수 있어 그 맛이 쏠쏠하다. 아미산은 서쪽으로는 다불산(해발 321m)을 펼치고, 남쪽으로 몽산(해발 299m)을 분가시켜 새가 양 날개를 펼친 형상이다.

삼한시대에 마한 땅이었던 당진은 통일신라 때는 혜성군, 고려시대에는 운주, 조선시대에는 면천군으로 불렸다. 고려시대 초기는 지방제도가 설치되지 않고 지방호족이 다스렸으며 성종2년(983)에 전국을 12주로 나눌 때는 공주에 속했다. 고려 현종 9년(1018)에는 운주(지금의 홍성)에 속한 당진현 이었으며, 고려 16대 예종 원년(1105)에는 감무(監務)를 두었다. 고려 말엽 공민왕 7년(1358)에는 홍주목에 속했다. 조선시대 초기에도 고려 때와 같이 홍주목에 속했다가 태종 13년(1413) 당진에 다시 현감을 두고 충청도 당진현이 되었다. 2012년 1월 1일 당진군이 당진시로 승격, 2읍 9면 3동이 되어 현재에 이른다. 아미산 남쪽 자락에는 면천읍성이 남아 있고, 주능선에는 면천읍성의 외성이었다는 몽산성의 흔적이 아직까지 희미하다.

아미산 산행의 시작은 당진외국어교육센터를 들머리로 삼아 오른다. 운동장 우측의 임도 입구에는 좌측은 ‘아미산 정상 1.5㎞’, 우측은 ‘아미산 정상 790m’라고 적힌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 길은 1~2봉을 찍고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이며, 오른쪽은 정상으로 오르는 지름길인 셈이다. 아미산은 소나무와 참나무류가 주로 분포되어 있으며 고라니, 다람쥐, 꿩 등이 주로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등반로 초입은 벚나무와 단풍나무가 나뭇잎을 떨군 앙상한 가지들이 산행객을 맞이한다. 밤나무, 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겨울 산의 조용하고 고즈넉함을 넉넉하게 보여주고 있다. 1997년 아미산 정상에 아미정을 세웠고, 1999년에는 누구나 산속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삼림욕장을 조성했다.

▲ 아미산의 국가지점 번호판.<사진 왼쪽> 내포문화숲길 중 백제부흥길 구간이 아미산을 지난다.<사진 오른쪽>


임도를 따라 10여분 거리의 북서릉에 들어서자 정자가 ‘쉬어가라’고 손짓하는데 이곳을 지나면서 울창한 송림이 터널을 이루는 곳이 제1봉이고, 이곳에서 정상을 바라보고 오르면 헬기장을 조성해 놓은 제2봉(구들봉)이 맞이하며 사방으로 시야가 확 터진다. 삼거리에서 북서릉을 타고 오르자 길게 이어진 50여m 거리의 계단길이 가파르다. 가파른 계단길을 지나 한숨을 몰아쉬며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에는 육각형 누각이 오롯이 앉아 있다. 아미정은 당진팔경 중 하나이다. 정자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조망이 시원하다. 북쪽으로는 서해바다가 쪽빛 몸을 살짝 드러내 보이고, 북동쪽으로 멀리 서해대교가 아련하게 다가온다. 동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삽교호 방면으로 산릉이 파도처럼 넘실대며 이어진다. 눈앞에 펼쳐지는 겨울 산의 시원한 조망은 가야산 산릉 곁으로 다불산과 몽산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멀리로는 당진시내의 아파트단지가 성냥갑처럼 손바닥만 하게 시야를 붙잡지만 가슴은 활짝 열려 시원하게 마음까지 잡는다.

특히 아미산의 1봉에서 3봉까지 오르는 길에는 쉼터와 함께 각종 체육시설은 물론 유명 시인의 시를 적은 안내판이 잠시 발걸음을 잡아 멈추게 한다. 한 편의 시를 감상하면서 오르는 동안 심심치 않게 등산로와 계단, 흙길과 돌길,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적절하게 어울리며 산행에 여유를 더해준다. 여기에 내포지역이 지닌 유구한 역사와 문화적 전통이 어우러지며 자연·생태적 가치를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체험문화 숲길로 조성된 내포문화 숲길이 산행객을 부른다. 내포문화 숲길 중 백제부흥군길 구간(29.2km, 대덕산~아미산~둔군봉~합덕제)이 아미산을 지나고 있어 이곳에서도 자연스레 맛볼 수 있다. 아미산과 몽산 등산로 일원에 당진시는 도로명과 건물번호가 없는 지역의 위치를 나타내는 국가지점번호판 17개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국가지점번호판은 그동안 소방서, 경찰서 등 각 기관별로 다르게 사용하던 위치표시 체계를 국가에서 통일한 제도다. 우리나라 국토와 해양을 격자형으로 일정하게 구획(가로 10m× 세로 10m)해 지점마다 문자와 숫자를 조합한 10자리의 좌표 방식으로 부여한 통일된 위치표시체계다. 당진시가 아미산 등에 설치한 국가지점번호판의 지점번호는 산림, 해양 등 주민이 살지 않는 비거주지역의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로 각종 재난·사고 등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한 위치 안내와 인명구조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당진의 아미산을 비롯한 내포지역의 땅 대부분은 비산비야(非山非野)다. 낮은 언덕과 들, 구릉지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람들이 없음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형적 특징과 함께 내포지역에는 태안과 서산의 마애삼존불상 등과 수덕사, 개심사와 같은 백제시대 불상과 절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중국 불교 유입의 경로로 추정될 만큼 불교문화 유적이 많은 곳으로 손꼽는다. 또 하나 아미산 자락에는 아미라는 이름의 미술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시골구석에 웬 미술관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그렇지만 분명히 아미라고 이름붙인 미술관이 있다. 모나미라는 볼펜 이름은 프랑스어로 내 친구라는 뜻에서 따온 것처럼 ‘아미’는 프랑스어로 ‘친구’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미 미술관은 프랑스에 살며 부부의 연을 맺은 서양화가 박기호·설치 미술가 구현숙 부부가 폐교로 문을 닫은 당진 유동초등학교를 10년여에 걸쳐 고치고 가꿔 예술혼이 듬뿍 담긴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탄생시킨 곳이다.

아미산은 당진시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으로 숲이 울창해서 매력이 넘치는 산이다. 홍성의 백월산과 모든 여건이 흡사한 곳이다. 하지만 아미산은 잘 정비된 등산로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서 당진시민의 건강휴식처로 인기가 있는 산이지만 홍성의 백월산은 아직까지 등산로와 산책로가 체계적으로 잘 정비되지 못한 것이 다를 뿐이다. 아미산의 정상에 마련된 아미망루가 당진팔경 중의 하나로 꼽힌 이유를 알듯하다. 이렇듯 아미산은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쉼터와 각종 체육시설은 물론 유명 시인의 시를 감상하면서 오르내릴 수 있는 등산로와 계단, 흙길과 돌길이 적절하게 어울리며 여유를 더해주면서 문화예술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소통과 공감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충남도청소재지 홍성군의 인구 절반 이상을 안고 있는 산이 홍성의 진산인 백월산이다.

따라서 백월산에도 이러한 시설 등을 갖추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여 잘 정비한다면 군민들의 건강휴식처, 예술과 문화, 역사를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백월산의 등산로나 산책로 등을 군민들을 위해 잘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산은 사람이 어떻게 지키고 가꾸느냐에 따라 생명력이 넘치기도 하고, 죽은 산으로 멍하니 머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성의 백월산도 군민들을 위한 생명력이 넘치는 산으로 잘 가꿔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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