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관계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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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관계 증명
  • 이윤자 <수필가, 홍성도서관 문예아카데미 회원>
  • 승인 2015.03.13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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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사전적 의미는 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그로부터 생겨난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가까운 혈육들로 이루어지는 집단이라고 되어있다. 이렇게 본다면 당연히 부모 형제나 손자, 그 구성원이 혈연으로 엮어진 자연 조직일 것이다 . 요즈음 한 일간지에는 경기도 안성에 4대 10식구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보도되었다. 이 가정은 항상 웃음소리가 시끌벅적하다. 많은 사람들이 증조할아버지를 중심으로 아들 ·손자 · 증손자와 한데 어울려 4대가 함께 사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고 할 것이다. 이 모습은 멀지 않았던 우리의 가장 큰 미풍양속으로 자랑할 수 있는 제도였다. 지금은 이 가족의 행복한 모습 기사가 먼 나라 이야기를 보는듯하다. 마치 아프리카 아름다운 초원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이 4대 가정은 아버지와 아들이 옷을 같이 입지만 각자의 역할이 분담되어 있다고 한다. 핵 가정에 익숙해진 현재의 우리는 대가족이 함께 좁은 공간에서 북적 대는 모습이 낯설 수도 있다. 이 가정도 처음에는 어색하고 번잡하였으나 지금은 익숙해졌다고 한다. 가족들의 얼굴은 행복이 충만하고 밝고 진실했다. 사진을 찍기 위하여 억지로 멋진 모습을 지은 표정이 아니었다. 기사를 읽으며 떠오르는 것은 읍사무소에서 가족 관계 증명서를 떼어 보고 씁쓸했을 때의 일이다. 가족 관계 증명서의 가족의 개념은 나와 남편과 내 자녀 3명과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 어머니만 나의 가족이다. 시부모님도 내 가족이 아니고 내 형제들도 가족이 아니다. 내 피가 흐르는 형제나 손자도 가족이 아니라는 것이다. 형제의 가족 관계를 알려면 부모님의 가족 관계 증명서, 손자의 가족 관계를 알려면 아들 가족 관계 증명서를 떼어 보아야 한다. 이 변화된 시대는 사전적 의미도 달라질 것이다.

호적법은 1960년부터 시행되다가 지금의 가족 관계법이 2008년에 제정 되면서 폐지되었다. 법이 바뀌기 전에 호적법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호적법은 일본 강점기시대 잔재로 우리 민족을 효과적으로 탄압하기 위해 만든 제도를 해방 후에도 이어서 쓰고 있다 한다. 또한 시대의 발전에 따라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재산 상속 등 여러 문제에 국민의 합의점을 찾고자 여러 과정을 거쳐 법이 대체되었다고 한다. 문화는 사회 구성원에 의해 공유되는 지식, 신념, 행위의 총체라면 멀지 않아 가족법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가족 개념마저 자라나는 후손들에게는 삶을 더욱 삭막하게 하는 관습이 될 것이다. 지금도 많은 우리 미풍양속은 퇴색하여 점점 가족은 멀어진다. 법적으로 아들은 가족이지만 손자는 가족관계가 아니다. 손자가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예쁘기만 한 손자가 자식들보다 멀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아까운 것도 없고 생활에 활력을 주는 손자가 가족이 아니라는 가족 관계법은 우리 사회를 변하게 하는 중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제도는 사회의 필요에 따라 수정하고 보완하는 동안 변화된다. 하지만 사회적인 갈등을 겪으며 오랜 논란 끝에 개정한 법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은 아닌가 한다. 이 가족법도 그중 일부분일 것이다. 누구나 손자가 가족이 아니라는 말을 들으면 충격일 것이다. 어디에도 양면은 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쪽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느 면이 더 소중한가를 모두 숙고하여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양면을 잘 보완하고 결과 후에 있을 또 한 면을 꼭 살펴보아야 한다. 꼭 필요하다면 후에 돌아올 한 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제도를 개선할 때는 천천히 전문가와 각계의 충분한 연구를 바탕으로 관계자의 결정에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사회로 방향이 개선되어 나갔으면 바람직하겠다. 우리의 밝은 미래로 가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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