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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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희망
  • 이원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5.12.2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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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눈앞에 다가오니 명년을 대비한 작은 소망 하나를 꿈꾸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 꿈의 한 자락을 밝힘으로써 꿈에 대한 실천의지를 굳건히 해가며 올 한해를 즐거운 마음으로 마무리 짓고 싶다. “꿈꾸는 자는 그 꿈을 닮아간다”고 얘기한 체 게바라는 의사였으나 혁명을 꿈꿨기에 자기 말대로 혁명가로 생을 마쳤듯이,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부친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가며 광대의 길로 접어든 한 사나이는 결국 연극을 가르치며 먹고 살고 있다. 사무엘 베케트는 20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걸작 드라마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허공에는 죽은 자들의 통곡 소리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하는데, 필자가 느끼기에는 온 세상은 갖가지 크고 작은 희망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미 성취가 된 희망들이 아직 실현을 위해 익어가고 있는 꿈들을 한껏 격려해주고 있는 것이 우주의 이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 방송연기 학과에도 1997년 개설된 이래 키워온 몇 가지 크고 작은 꿈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연극’으로 우리 홍성에 이바지 하는 것이다. 일테면 학기 중이나 방학 중에 만든 연극을 가지고 양로원이나 경로당이나 교도소 혹은 도서 벽지를 찾아가서 공연을 해주는 일이다. 그러나 학과가 생긴 지 내년이면 20년이 되는데도 그 작은 소망 하나를 실현시키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다. 또 하나는 홍성을 배경으로 한 멋진 극을 한 편 써서 홍성을 대표하는 고정 레퍼터리로 만들어 보려는 것이다.

그 동안 내포축제 때마다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대첩을 기념하여 전 학과생이 골고루 참여하기도 여러 번 했으나, 이 고장이 낳은 숱한 위인들에 대해서 제대로 극화를 한다거나 오늘날의 홍성의 삶을 다룬 수준 높은 극은 아직껏 만들어 내지를 못하였다. 그러던 차에 꿩 대신 닭이라고, 지난 11월에 <홍성읍내>라는 제목의 공연을 마련한 바 있다. 헌데 이틀간의 공연동안 홍성 주민들이 줄잡아 70,80명이나 관극을 하고, 학생 연출자와 주연 배우가 홍주 신문사의 부름으로 인터뷰가지 하게 되는 망외의 소득을 얻게 되고 보니 이 작품을 창작실습 수업의 공연물로 추천했던 필자의 가슴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었던 것이다.”그래! <홍성읍내>를 좀 더 다듬어 보는 거야! “사실 <홍성읍내>는 미국의 소설가요 극작가인 쏜튼 와일더(Thornton Wilder)의 걸작 <우리읍내(Our Toun)>의 극 배경을 홍성으로 바꾸고 기본 뼈대를 그대로 살린 것이다. 하여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원작이 인생의 보편적인 모습을 창의적으로 아주 잘 극화했기 때문에 무대에 올릴 때마다 어김없이 관객의 심금을 울려왔다.
우리 학생들은 <홍성읍내>공연을 준비하면서 바쁜 학교생활과 빡빡한 연습일정 속에서도 우리 홍성에 대해서 좀 더 배우고 알고자 집단으로 혹은 나뉘어서 몇 차례 홍성읍내의 주요 관공서며 시장, 홍성 천년 둘레길등을 찾아 다녔다.

내년에 다시 공연을 하게 되면 우선 제목부터 <홍주 읍내>로 바꿔야겠다. 홍주신문에서도 진작부터 줄기차게 체계적으로 ‘홍주’라는 고유의 지명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지 않은가? 사실 고을 주(州)자가 붙은 지역은 하나같이 유서 깊은 도시요. 그 지역 인근 일대에서 가장 핵심적인 고장이 아니던가? 경주, 전주, 무진주(광주), 충주, 청주, 해주, 명주(강릉), 울주(울산), 신의주… 충청도 서안부권의 중심지 홍성(홍주)이 그 옛날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지자체 산하 각 분야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볼 때, 우리 대학교 방송연기학과도 내년에는 또 다시 뭔가 뜻 깊은 일을 해야 될 터인즉, 그 작은 실천의 하나로 필자는 연극  <홍주읍내>를 공들여 만들어서 주민들 서로가 홍주읍내에 산다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해 보려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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