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변혁도구로서의 미술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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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변혁도구로서의 미술을 말하다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7.11.11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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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고암미술상 수상작가 박은태

민중들 삶의 현장 찾아다니며 화폭에 담아

작가로 살기? 그래서 밥만 먹고 삽니다!
박은태 작가의 ‘홍성시장에서(2017 캔버스에 아크릴)’.

전시장에 들어서니 어두운 조명 아래 한 남자가 손에 아크릴 물감을 묻혀가며 색깔을 덧입히고 있다. 혹시 작품이 훼손이라도 된 것일까. 캔버스의 끝, 색깔을 덧입히는 작가의 모습이 각인된다.

제3회 고암미술상 수상작가인 박은태 작가는 1961년 전남 강진 출신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이 화가라고 하자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다. 작은 깡시골에서 면서기, 선생, 농부 외 다른 직업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화가로 밥 먹고 살겠다고? 작가는 자신의 꿈을 접고 상고로 진학해 졸업 후 공장에 들어갔다. 7년간의 노동자 생활이 현재 작가의 그림을 그리는 바탕이 되어주었다.

그림에 대한 작가의 열망은 27살에 미술대학 입학으로 이루어졌다. 대학을 다니면서는 낙도 지역의 미술선생을 꿈꾸었다. 그러나 80년대 사회변혁 시기를 지나가며 미술이 사회변혁도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가끔 지적이나 오해도 받아요. 새마을운동이나 한강의 기적이 뭐가 어때서 비판을 하냐, 당성이 의심스럽다, 뭐 이런 식이죠.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가진 자들을 위한 나라지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어렵고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화가로서 그 현실들을 담아내려 합니다.”

한국의 민중미술은 80년대를 맞아 최고 전성기를 맞이한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점점 쇠퇴하는 기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박은태 작가의 그림에서 민중미술의 원류를 찾아볼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반가운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는 세 가지 세션으로 나뉘어 총 43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성상/성스러운 사람들(1996-2007)’에서는 따뜻한 가로등(2000, 장지에 아크릴), 80년대의 이야기(2005, 장지에 아크릴) 등의 그림을 통해 노동자들의 지친 삶에 대한 애환을, 발 연작에서는 행상을 하며 자식을 키워 온 어머니의 고된 삶이 거칠고 어둡고 강렬한 색으로 표현된다.

‘몽상/욕망하는 사람들(2009-2012)’에서는 우리나라의 모순된 사회문화적 현상들과 소외된 이들을 중첩시켜 좀 더 적극적인 미술로서의 말걸기를 시도한다. 위대한 대한민국(2010 장지에 잉크젯출력, 그 위에 아크릴), 떠나라! Leave!(2009 Pigment print) 등은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과감히 보여주고 있다.

‘망상/희망하는 사람들(2014-2017)’에서는 지금의 현재에 집중하며 소외된 이들의 모습을 전면에 배치한다. 팽목항의 대한민국(2014 캔버스에 아크릴), 한강의 기적(2014 캔버스에 아크릴), 기다리는 사람들(2015 캔버스에 아크릴) 등은 세월호의 아픔을 그림에 담아낸다. 한편 시민청에서(2016 장지에 아크릴), 가라뫼에서(2016 장지에 아크릴), 홍성시장에서(2017 캔버스에 아크릴) 등은 작가가 직접 민중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만난 그들의 고단함을 화폭 전면에 담아낸다.

박은태 작가는 현재 경기도 고양의 작업실에서 아내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작가로 먹고 살기 어렵죠? 그래서 저는 자전거 타면서 밥만 먹고 삽니다.” 예술계도 부익부 빈익빈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어렵다고 해서,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해서 등등의 이유를 들이대지 않고 자신의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 박은태 작가, 여전히 미술이 사회변혁의 도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지 않고 있다고 믿는 박은태 작가의 다음 작업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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