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읍 초교 두 번째 통폐합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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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읍 초교 두 번째 통폐합을 지켜보며
  • 현영순<삼성연합의원 원장>
  • 승인 2018.09.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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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을 뒤로 하고 계절은 어느 덧 초가을 문턱까지 왔다. 곧 대한민국 구석구석은 각종 축제란 이름으로 한바탕 흥겹겠지만 씁쓸한 여운과 소란스러움에 대한 불편함을 지울 수가 없다. 언제부턴가 나라의 계절 변화는 고요함보다는 소란스러움이 앞선다. 남들이 부러워했던 동방의 등불,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내 고향 광천에서도 오랫동안 이어져온 광천 김·새우젓 축제 준비에 한창이니 기대가 자못 크고 알찬 준비와 진정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관심과 적극 참여가 필수적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그늘 작은 학교 폐교와 통폐합은 내 고향 광천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곳에서도 작은 소동과 갈등이 있다. 서당과 향교, 사숙, 의숙 등 교육기관이 역할을 해오던 과거에도 교육기관은 그 지역의 모든 정신과 가치의 중심이고 출발점이었다.

몇 년 전 광동초, 대평초, 광신초, 광남초가 지역 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입학생 급감으로 인해 광천초등학교라는 이름으로 1차 광천읍 초등학교 통폐합이 있었다, 당시 덕명초도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덕명초를 제외한 다른 4개 초등학교가 (구)광동초 자리에서 학교시설 리모델링 후 광천초라는 생소한 교명으로 통폐합하며 새 출발했다.

당시 필자는 모교와 홍성 교육청, 광천읍사무소 등에서 얻은 자료를 통해 관내 학생 배치와 향후 입학 가능성 등을 들여다보고, 덕명초를 제외한 다른 4개교 통합은 향후 저출산과 젊은 세대의 광천읍 이탈 등에 의해 다시 통폐합 논의를 해야 할 소지가 있으니 통폐합을 좀 늦춰서라도 지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상호 배타적이 아닌 지역의 다양한 문제점을 한데 묶어 해결책을 정해보자 제안했었다.

어느 학교든 다 훌륭한 역사와 전통이 있고, 명망 있는 동문들이 배출돼 지역과 국가에 헌신해온 분들이 수없이 많다. 그 많은 동문 선후배들의 도전과 좌절, 희망과 절망, 진취적 용기들이 모여 학교의 역사와 전통이 됐고 일정부분 광천의 정신이 만들어진 것에 기여함을 부인하지 않겠다. 다만 일제 식민치하에서 궁경면(현, 광천읍) 면장으로도 일했던 일농 서승태 선생은 1908년 개신 유학자 입장에서 지역민의 계몽과 교육만이 일제에 저항하는 힘을 키우고 식민지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사재를 털어 덕정마을에 학교를 세워 오늘의 덕명초등학교 역사의 씨를 뿌린 것이다. 덕명초의 역사에 다소 부침은 있었으나 필자는 나름 광천 근현대사에서 광천정신의 출발이었고 그 시작이 이렇게 웅대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고 주민들도 잊어서는 안 되며 함께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소중한 정신이라 주장하고 싶다. 광천에 남아 있거나 고향을 떠나 타지에 있다 해도 그 정신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덕명초 역사의 위대함이 이렇게 면면히 흐르고 있는 중에도 2차 광천읍 초등학교 통폐합은 지역 학령인구 저하에 따른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술한 바와 같이 모든 초등학교는 각자 나름의 역사와 소중한 가치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로 회귀해 그 본류를 쫓아 올라가면 광동초 광남초는 덕명초로부터 분교됐었고 광신초는 광동초에서 분교됐었다. 덕명초는 일농 서승태선생의 정신으로 탄생했고, 나머지 4개교는 대한민국 근대화 과정 중 인구 증가에 따른 행정의 필요에 의하여 탄생됐던 것이다.

필자는 현실적으로 현재 학습조건이 더욱 풍부한 광천초로 덕명초가 통합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통합된 학교명은 광천초가 아니라 덕명초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해도 절대 무리가 아니며 모든 학부모와 지역민들에게도 누가 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으로 이 제안을 하는 것이다. 배타적 주장이 아니라 한마음으로 광천의 정신이 오롯이 스며있는 덕명이란 이름을 함께 지켜 나가보자는 제안이다.

물질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정신의 가치가 앞서지 않으면 빈 껍질만 남는다는 것을 우리는 많이 지켜봤다. 지역민 모두가 참여해 자라나는 후세들에게도 덕명이란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고 지켜줬다는 증거를 남겨주고 싶다. 곧 있을 우리 고향의 가을 축제. 축제가 꼭 경제적이어야 하는가? 라는 의구심 하나만으로도 축제의 내용이 확연히 달라지고 풍성하며 내실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조만간 있을 2차 광천읍 초등학교 통폐합 공개토론에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적극 참여와 의견으로 작은 갈등을 봉합하고 한마음으로 미래를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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