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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술을 마시는가?

술이라는 물질이 언제, 어디서 나타나, 왜 사람들이 마시게 됐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으나, 전 세계의 아주 오랜 역사나 신화에서부터 술이 등장한 것을 보면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술을 즐겨왔던 것으로 추측된다.

술을 마시게 되는 심리적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술을 마시면 어떠한 기분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러한 상태를 맛보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술을 마시게 되면 ‘기분이 누그러진다’, ‘걱정이 완화된다’, ‘즐거운 마음 상태가 된다’, ‘긴장을 해소할 수 있다’ 등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에 반복적으로 음주하게 된다. 우리는 술을 마시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고 복잡한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 편안한 방법이 음주일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음주를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될 수 있을까?

연구에 의하면 술을 마시는 그 순간에만 그리고 소량의 음주를 할 때에만 그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음주량이 과량이 될 경우에는 오히려 스트레스 수치가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신체가 편안하게 흡수할 수 있는 양의 알코올만 섭취했을 때가 가장 이상적이며 그 이상을 넘어가면 오히려 신체에 새로운 스트레스를 더 얹어주는 셈이 될 것이다.

또한 술은 어떠한 집단의 단결을 도모하는 의례적인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각종 모임과 직장 회식 등에서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술을 활용한 회식자리를 갖는 것은 아주 당연시되고 있다. 그 밖의 가정 내 제사 등에서 가족들끼리 음복을 하는 것도 우리의 조상들과 현 가족들이 모두 하나임을 느끼기 위한 의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음주가 이러한 사회적 윤활유와 같은 긍정적 순기능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음주가 개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그 미치는 범위가 대단히 넓고 크다. 만성적이고 과중한 음주로 인해 음주자가 결국 각종 질병에 걸리는 것 이외에도 교통사고, 작업장에서의 사고, 여흥을 즐기다가 발생하는 싸움, 더 나아가 폭행, 성폭행, 강도, 살인 등의 각종 범죄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전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미쳐서 보건의료문제, 사회복지문제, 사법문제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폐해는 속칭 알코올중독자와 같은 일부 집단에게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우리의 음주관행은 ‘적절히’ 또는 ‘사교적’으로 술을 마시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는데 술자리에서 자기 의사에 따라 적당히 마시도록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 문화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파도타기, 폭탄주 마시기, 2차나 3차가기 등으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음주 문화가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폭음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곤 한다. 다행히도 근래 들어 세대가 변하고 국민의식이 조금씩 성장하면서 이러한 부적응적인 음주문화를 개선해 나가려는 사회적, 집단적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알코올 의존이란 용어 속에는 ‘사회적 의존’이라는 개념이 포함돼 있다. 우리 개개인이 음주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개선시키느냐에 따라 사회 전체가 음주를 바라보는 방식과 문화가 달라지게 되고 사회가 개인에게 강요하고 있는 음주에 대한 의식적, 무의식적인 압박 또한 점차적으로 완화되고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남동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남동현 칼럼위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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