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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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노인들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8.12.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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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다큐

굽은 자신의 허리만큼 폐지를 주워 싣고 가는 한 할머니가 차들이 다니는 도로 위를 힘겹게 밀고 가는 모습은 사뭇 위태로워 보인다. 할머니 뒤로 한 승용차가 지나가기 위해 경적을 울리자 할머니는 힘겹게 옆으로 물러섰다가 다시 도로 위를 걷기 시작한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굳이 도로를 걷는 이유는 인도는 보행자 통로이기도 하지만 높낮음이 심해 리어카나 밀차를 끌고 다니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 노인들은 그 흔한 보호 장비 하나 없이 맨 몸으로 도로 위를 나선다.

폐지 줍는 할머니 폭행, 교통사고 사망 소식 등의 일도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 노인들이 하루 종일 폐지를 수거해 버는 돈은 한 달에 20만 원 남짓이다. 폐지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1kg당 50원 안팎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폐지 줍는 노인들을 보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일상화된 익숙함이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지만 노인복지정책은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며 노인일자리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20년 동안 보편적인 현상이 돼버린 폐지 수거 노인에 대해 한국은 어떤 대책을 마련해 왔을까. 그저 안타까운 사회현상으로만 주목됐을 뿐 정부나 지자체에서 폐지 줍는 노인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나 정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2017년 9월 충남도 조사 자료에 따르면 홍성군에서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의 수는 68명으로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7명, 노령연금을 받는 이는 6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빈곤노인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이 아닌 그들이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올 수 있게 하는 정책 개발이 필요한 지금, 또 다시 길 위에서 불편한 진실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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