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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은 정책, 현실 세계로

낙관(樂觀)은 에너지다. 난감한 현실에 유머를 더한다. 우리 민족성이 그랬다. 중국의 ‘산해경(山海經)’에도 “동쪽에 군자의 나라가 있는데 그들은 예의 바르고 서로 사랑하며 사양하기를 좋아하며 다투는 일이 없다”고 썼다. 요즘처럼 한반도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 적이 있던가. 북한 핵 폐기를 두고 미·북의 신경전이 그렇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은 해외에 나가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해 국제사회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후유증이 낳은 경기침체, 현 정권이 전 정권이 한 일을 ‘적폐’로 규정하면서 나라가 온통 쑥대밭이다. 기업 활력 없이 경제는 잘 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정부는 반기업·반시장 기조 아래 국민 세금으로 대중영합주의 정책을 편다. 무릇 정부 정책은 공정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서로 기대고 사는 국민을 부강하게, 빈약하게 할 수도 있어서다. 국제투자 유입도 좌우한다. 국가 재정 건전성은 국민 행복의 척도다. 하버드대 데이비드 랑드 교수가 문화가 빈부의 차이를 결정짓는다고 했듯이, 작금의 정치 현실은 조선의 정치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를 정의한다는 것은 난감한 일이다. 정치인이 양반·평민시대와 옷차림이나 머리스타일만 다르고 시대정신이 없다면, 조선시대 당파싸움 때와 다른 게 뭔가. 이런 미개한 정치독재가 지속한다면 국민 분노의 파장은 예측불허다. 인간은 시간 속에서 자신을 변화시켜나가는 존재라는 것을 잊어서야 되겠는가. 우리나라 정치판은 시시하게 싸운다. 양당정치 파와 다수 당파가 서로 유리한 선거구 시스템을 채택하려고 혈안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소수당 의석은 늘고, 다수당 의석은 줄어들 공산이 크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부정적이고 야3당은 선거구제를 바꿔 손쉽게 의원 숫자를 늘릴 수 있어 대환영이다. 내 행복과 충족은 남의 불행과 결핍의 증거인 셈이다.

경제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경기와 물가 상승속도를 조절하려고 금리를 올린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법인세를 인하하고 금리를 올려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은 뒷북에다 딴 짓이다. ‘대기업 때려잡기’를 하면서 일자리는 대기업이 만든다고 한다.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시대착오적 법 제도와 규제로 일자리 창출의 동력이 될 신산업은 줄줄이 비행기를 탄다. 국내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네이버와 SK텔레콤, 서승우 서울대 교수 등이 일본, 싱가포르, 중국, 미국에서 신사업을 열고 있다. 이런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로 내세울 수 있나. 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말마따나 늦기 전에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고개가 갸우뚱해질 정도로 ‘북한 집중 투자’ 일색이다. 모든 문제의 핵심인 북한 비핵화 전제 없이 북·미는 물론 남북 관계의 진전은 생각할 수 없다. 최근 내수경기가 침체되고 민생은 뒷전인 상황에서 북한 땅까지 철도를 연결하겠다고 난리 법석이다. 지나치게 친북 편향적이다. 나라 안은 끊이지 않는 철도·통신 등 국가 기간망 관련 사건·사고가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데 말이다. 정권 탄생의 산파인 민노총이나 시민단체의 도를 넘는 아우성에도 공권력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이런 것인가.

위임받은 다섯 해의 권력은 덧없이 흘러가 버릴 수 있다.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살신성인하는 모습을 한국정치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인가. 숨겨놓고 가려놓았다가 나중에 대반전을 줘야 하는 것이 ‘소설의 묘미’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에요’라고 생텍쥐페리는 말한다. 그 순간 행복을 느끼려면 지금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현 정부에 그런 뭐라도 숨겨져 있다면 천만다행이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군주론·한비자’를 읽고, 강력한 군주의 통치기술을 배우려는 위정자! 그 사람이 백미(白眉)다. 권력은 추락을 부른다.

한학수 <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칼럼위원>

한학수 칼럼위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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