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농촌, 농촌학교 살리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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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농촌, 농촌학교 살리는데 있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06.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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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가정, 지역을 이어주는 울타리 '농촌학교'
농촌형 특성화 프로그램 등 농촌학교 강점 살려야

▲ 장곡초 반계분교 학생들의 우리밀 가꾸기 활동 모습.
본지는 지난 3월부터 3개월에 걸쳐 <작은학교가 희망이다>를 주제로 농촌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자 노력하는 소규모 학교들의 우수사례와 함께 학교를 살리려는 노력들에 대해 소개했다. 농촌의 작은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배움의 울타리이자 지역민들의 문화․공동체 공간으로 지역사회의 구심점 역할과 돌아오는 농촌을 선도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열악한 환경 속 농촌의 소규모 학교지만 활성화 시켜 주목받고 있는 학교를 분석한 결과 학교 혁신을 주도한 학교장의 리더쉽을 그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었다.

이미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금당초등학교와 홍동중학교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심재능 교장의 경우 학교를 살리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동창회는 물론 지역주민들을 설득하는 한편,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으로 부임 5개월만에 교육공동체의 관심을 학교로 돌려 도시에서도 찾아오는 농촌학교로의 활성화에 성공한 사례로 유명하다. 당시 심재능 교장은 "학교로 아이들이 돌아오면서 인구증가와 함께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지역이 활기를 찾게 됐다"며 "학교의 존폐여부가 지역발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통폐합만이 농촌학교의 대안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배양초등학교의 경우 교장 초빙제를 통해 2007년 부임한 엄기정 교장은 읍지역 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의 차가운 냉대속에도 하루에 수십차례씩 직접 찾아가 설득하고 배양초만의 특색있는 학력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참여도가 100%에 이를 정도로 학교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이고 있으며 학생들이 떠나는 학교가 아닌 찾아오는 학교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엄 교장은 "농촌의 소규모 학교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학교장이 뚜렷한 교육관을 갖고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갈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여기에 학교장의 의지를 전교직원과 지역사회가 믿고 따라 줄때 비로소 작은 학교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타지역 사례를 보면 전북 완주군의 이성초등학교는 2007년 학생 수가 25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놓였지만 2009년, 125명으로 늘어나 지역사회가 활력을 찾고 있다. 이는 학교장이 동문회를 부활시켜 학교 살리기에 동문이 나서게 하고,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과 지역주민을 위한 평생교육 등을 통해 󰡐찾아오는 학교󰡑를 만들어 지역주민의 참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강원도 평창군 면온초등학교는 2005년, 21명의 학생만 남아 폐교 직전이었지만 2006년부터 교장이 학교 살리기에 나서서 2009년 157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학부모가 교사로 참여하고 지역자원을 활용한 수업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경기 광주시 남한산초등학교도 2000년 폐교가 결정된 학교였는데 신임 교장이 부임하여 지역사회 유지·시민 단체와 힘을 모아 학교 활성화에 힘을 모아 2009년 151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적극적인 학부모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학교장의 의지가 학교 발전의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도 큰 몫을 했다.

둘째로, 소규모 학교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살린 농촌형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작은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갈산초의 경우 면지역에 위치해 영어를 학습할 수 있는 시설이 전무하다보니 영어교육에 대한 욕구가 높은 학부모들의 요구에 부응해 2006년부터 풀브라이트 재단과의 협약 하에 우수한 원어민 보조교사를 확보해 주당 20시간의 영어 교육을 충실히 수행해 오며 영어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영어체험학습실, 영어퀴즈함 설치, 영어동아리 활동, 이색적인 외국문화체험 활동 등을 전개하며 학생들에게 영어접촉시간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전국100대 영어교육리더학교에 선정된데 이어 올해도 역시 <다양한 영어체험 활동을 통한 영어 의사표현 능력 신장>이라는 주제로 2년 연속 선정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금마중학교는 지난해 농촌지역 맞춤형 그린복지 프로젝트와 학력신장 기어(GEAR)프로젝트, 나를 찾아가는 꿈 트리 프로젝트 등 농촌지역에 맞는 특성화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선정하는 '2009 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우수학교(100대 교육과정)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장곡초 반계분교는 농촌지역의 특성을 살려 학교주변환경과 학교 내에 위치한 텃밭을 이용해 농산물 수확체험 등의 생태체험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우리밀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직접 재배해서 키운 우리 밀가루로 통밀빵을 만들고 학교 텃밭에 전교생이 모여 그 동안 물을 주고 열심히 가꾼 감자를 캐며 농촌지역에서만 가능한 수확의 기쁨과 흙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지역 특성상 맞벌이 가정, 조손가정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의 자녀들이 대부분인 금마중학교와 광남초등학교는 하교 후 가정으로 돌아가도 돌봐줄 부모가 없고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사교육을 접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농산어촌 연중 돌봄교실을 운영해 저녁 9시까지 저녁공부방에서 식사를 제공하며 학생들의 부족한 교과지도를 하고 있다. 또한, 하교 시 통학차량을 운행해 학생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셋째로는 이러한 학교의 노력에 지역사회의 활발한 학교 운영 참여가 더해져야 한다. 장곡초 반계분교의 경우 귀농자녀가 6명으로 전교생 중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지역과 학교를 살리겠다는 지역민과 졸업생들이 부단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8년 소규모학교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열린 통폐합 설명회에서 지역 주민 대다수(50~60%)가 폐교를 반대해 지난 해 3월 예정이었던 반계분교의 통폐합은 일단 유보되기도 했다. 또한, 반계분교 35회 졸업생인 김오경 씨는 전교생의 등․하교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학교 통학버스를 운행하고 있으며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지역에 대한 소개와 함께 빈집정보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7가구 총 18명의 귀농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또한, 배양초 총동창회는 2008년부터 모교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입학생들에게는 1인당 30만원의 입학축하금과 월 3만원씩 5개월간 교통비를 지원하고 전학생들에게는 20만원의 격려금과 10만원 상당의 학용품·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전교회장과 반장에게 축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7회 졸업생 맹영철(대도상사) 씨는 신입생들에게 10만원 상당의 학용품과 매년 2회 1학기와 2학기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학용품지원과 전교생에게 손목시계를 지급하는 등 후배들이 무한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모교 살리기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김오경 씨는 "귀농자들이 늘게 되면 농촌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그들이 투자하는 부분에 대해 지역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귀농희망자들은 대부분 귀농지 선택 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근처에 학교가 있느냐의 여부"라며 "고령화로 변해가는 농촌지역에 젊은 귀농인구를 유입시켜 지역을 살리고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지역 내 학교가 살아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소개한 사례들로 볼때 뛰어난 경영자(교장)와 창의적인 프로그램, 학부모 및 지역주민들의 협력이 있다면 농촌의 소규모 학교도 얼마든지 살아날 수 있고 교육환경 개선과 함께 학력 수준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농촌 소규모 학교의 지역 여건을 무시한 채 획일적 기준에 따라 통폐합을 실시하는 것은 농촌 교육을 악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이농 현상을 부채질하여 농촌의 황폐화를 초래할 것이다. 학교 없는 지역에 어느 누가 거주할 것인가. 폐가는 점점 늘어가고 부동산 가격은 점점 하락해 지역 경제는 침체해질 것이다. 또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농촌의 문화전당인 학교를 농민들로부터 박탈함으로써 농촌의 교육문화 시설을 말살하는 공동화 현상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소외된 지역일수록 교육문화 시설이 확충돼야 한다. 단지 학생수가 적다는 이유로 농촌학교를 없앨 궁리만 할 것이 아니라 농촌실정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도입해 농촌교육을 살리는 것이 곧 농촌을 살리는 길이다. 따라서 농촌의 작은 학교 살리기는 곧 농촌 지역사회 살리기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농촌의 소규모학교라는 타이틀에서 활력을 되찾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학교로 변화한 홍동중학교의 경우 전국의 농촌교육복지 운영학교 중에서 모범사례로 평가받아 연인원 450여명이 넘는 교육관계자들이 학교를 방문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는데는 앞서 말한 농촌학교의 강점을 살려 이뤄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정로 교장은 "아동이 성장, 발달하는 기본적인 터전은 가정과 지역에 존재하는 학교이다. 학생수 만을 잣대로, 또 경제적 논리를 기준으로 하는 통폐합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역사회 모두가 상생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나라의 장래를 보장하고, 백년대계를 책임지는 교육정책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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