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청소년들 "갈 곳도 마음 둘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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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청소년들 "갈 곳도 마음 둘 곳도 없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12.1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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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공원ㆍ건물 옥상 등 배회, 방황의 늪에 빠져 일탈행위 일삼아
청소년들 욕구와 판단 반영된 청소년들만의 문화공간 마련돼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청소년이 자살하는 이유 1위는 학업 스트레스로 몇 년째 순위가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나친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과 부모들의 무관심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자살뿐만 아니라 폭력ㆍ가출ㆍ흡연ㆍ결석ㆍ기타 교칙 위반 등 여러 형태의 문제 행동을 야기하고 있다. 학업 성적이 우수하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의 내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지 말이다. 또한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인성교육이다. 이에 군내 청소년들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자정이 가까워 오는 늦은 저녁 시간대. 홍성읍에 위치한 공원과 외진 곳에 인적이 드문 밤이면 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음주흡연 등 탈선장소로 변모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인근 주민 한 모씨는 "어린 학생들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공원 내 팔각정에서 술 마시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고 청소년 남녀가 부둥켜 안은 채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며 이들에 대한 생활지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 김 모씨는 "새벽에 건물 옥상에 올라가보면 술병, 종이컵, 담배 꽁초 등이 수북히 쌓여 있어 치우고 내려오면 그 다음날 또 다시 어지럽혀져 있다"며 "날이 추워지니 청소년들이 건물 옥상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유예학생인 중학교 1학년 A양은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오후 2~3시경 집을 나선다. 학교 앞에서 하교하는 친구들을 만나 다음날 새벽까지 배회하다 새벽 1~2시쯤 집에 귀가하는 것이 A양의 하루일과다. 역시 학교 부적응으로 유예 중인 중학교 2학년 B군은 집을 나와 친구들과 지낸지 두 달이 됐다. 낮 시간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은 저녁시간, 친구들과 함께 유흥비로 모두 탕진한다. 갈 곳도 마음 둘 곳도 없는 청소년들은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상업용 업소를 자신들의 문화 공간이라 여기며 출입하고 제재 당하게 되면 어른들의 눈을 피해 공원이나 건물 옥상, 또는 자신들만의 아지트로 숨어들게 된다. 홍성군청소년지원센터에서는 청소년 유해환경으로 문제되고 있는 PC방, 공원 등을 주4회 순회하며 위기 및 가출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을 통해 귀가 조치하거나 환경이 여의치 않은 경우 쉼터입소를 통해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아웃리치(길거리 상담)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강제로 청소년들을 규제할 권한이 없어 위기청소년들을 구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청소년지원센터 조현정 팀장은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 대부분 부모나 사회의 무관심으로 관계형성에 있어 욕구불만인 상태"라며 "지역사회 모두가 위기 및 가출청소년의 심각성을 인지해 위기청소년을 조기에 발굴,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위기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대화가 부족하고 정에 굶주린 탓에 관계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선입견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지 말고 먼저 다가가 감싸 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시기에는 충돌과 방만함의 문화가 있고 끝없는 시행착오와 열정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온통 성인문화 공간인 현실에서 호기심 많고 방만한 청소년들은 마땅히 자신들의 끼와 열정을 표출할 공간을 찾기 위해 어른 흉내를 내며 성인문화 공간으로 들어와 놀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청소년의 일탈만 탓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문화를 형성하도록 지자체, 청소년단체, 학교 등 관련기관에서 긴밀한 협조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관내에는 1만8000여명의 청소년들을 위한 건전한 여가활동이나 취미생활을 뒷받침할 만한 문화체육시설이 절대 부족한데다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마저 마땅히 없어 이들이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곳이 없어 거리를 방황하거나 PC방, 골목길 등을 방황하며 거리를 헤메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문화 속에서 교류하고 고민하며 자신들이 가진 끼와 열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면 어른들의 모습을 모방하지 않아도 청소년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달으며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청로회 이철이 회장은 "혈기 왕성한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표출 할 기회와 공간이 없다보니 잘못된 방향으로 자신들의 열정을 과시하고 있다"며 "기성세대가 가지지 못한 열정과 패기를 가진 청소년들이 자신들만의 문화를 가지고 고유한 색깔을 내며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79곳의 청소년 쉼터를 이용하는 553명을 조사한 결과 첫 가출 평균 나이는 남자 13.3세. 여자 13.8세로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면서 부모와 불화가 심해져 가출하는 것이다. 이들은 가출한 뒤 친구나 가출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물건을 훔치거나 성매매에 나선다. 성매매 경험이 있는 10대 여학생의 50% 이상이 가출한 뒤 성매매에 빠진다는 통계도 있다.

가출도 심각한 사회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가출한 아이들에 대해 본인은 물론 사회 전체가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이제 이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은 사회가 져야 한다. 턱없이 부족한 가출 청소년 보호시설을 더 늘리고 예방 프로그램 개발과 청소년들의 욕구와 판단이 반영된 청소년만의 문화공간 마련으로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방치된 채 범죄의 길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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