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의 오래된 양조장·폐건물에 문화예술 꽃을 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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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오래된 양조장·폐건물에 문화예술 꽃을 피우자
  • 취재·사진=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3.12.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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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정미소·양조장에 문화예술이 꽃피다 〈8〉
홍성에서도 지난 1974년에 지어진 광천농협 폐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잇슈창고로 재탄생했다.
홍성에서도 지난 1974년에 지어진 광천농협 폐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잇슈창고로 재탄생했다.

최근 도시 비전과 목표에서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고 있는 ‘문화예술’이라는 콘텐츠를 도입해 지역의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 등을 재활용하는 도시재생 정책이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 등을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해 지역문화와 경제 활성화, 도시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움직임은 세계적 흐름이다. 이로 인한 산업유산의 가치는 문화예술 정책에 반영을 넘어 도시공간 계획에서 필수적으로 다뤄야 할 영역이 되고 있다.

이러한 도시의 문화적 재생에 대한 요구는 물리적 재개발의 부정적 결과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도시발전의 지향점으로 출현했다. 아울러 변화하는 도시의 비전과 목표에 맞추어 삶의 공간에 대한 문화·예술적인 접근과 함께 일상생활 속에서도 문화·예술적인 풍요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가는 창의적 계획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문화·예술적 재생이란 도시 재탄생 전략의 한 방법으로 문화예술과 관련한 요소들이 주민들의 삶의 중심이 돼 도시를 재생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심 쇠퇴와 인구감소 문제의 해결 차원에서 오래된 정미소나 양조장 등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 등을 활용해 문화예술과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은 도시내 경제적 거점으로 각종 인프라의 완비, 도심 입지 등 도시의 문화재생 가능성이 높아 그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활용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다면 도시재생을 위한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의 잠재된 가치를 보존하면서 문화·예술적 가치를 담아서 재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도입한다면 건축물 재생의 차원을 넘어서 도시의 문화재생을 이끌어 문화예술 등의 가치실현과 관련된 차별화된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이나 마을마다 소중한 보물들이 있다. 널리 알려진 유물, 유적만이 아니다. 마을 사람들의 생활 터전으로 사용되고 공통의 기억이 서린 곳들 역시 소중히 간직하고 보전해야 하는 곳이다. 예를 들면 마을의 교회, 정미소, 양조장, 공동우물, 이발관, 공동창고 등이다. 어느 마을에나 있었고, 누구나 드나들었고, 그에 얽힌 기억들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곳들이다.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중에서 유난히 우리의 실생활과 근접했던 것들 중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미소와 양조장 등에서 폐산업시설의 잠재된 가치를 모색해 새로운 문화·예술적 활용방안 등을 찾아보고자 한다.


■ 폐산업 시설, 문화예술시설 등 재탄생
옛것이 자꾸 사라지는 요즘 쌀을 도정하고 곡물을 가공하는 시설을 갖춘 ‘정미소 또는 방앗간’이라고 불리며 웬만한 시골마을이면 한두 개씩은 있었다. 특히 벼를 수확해 쌀로 만들려면 정미소(방앗간 또는 도정공장)를 찾아야 했다. 당시엔 정미소 사장이라면 ‘동네 최고 부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러한 정미소의 전성기는 1970년 이전까지였다. 그 후 정부의 양곡 수매량이 늘어남에 따라 동네 정미소는 점차 쇠퇴했고 최신시설을 갖춘 정부양곡 도정공장만 남게 됐다. 

‘정미소 또는 방앗간’은 시골 마을의 가장 큰 공장이자 가난한 시절 풍요의 상징이었다. 1980년대 초까지 2만 개가 넘던 정미소는 쌀값 폭락과 대형 자동화 미곡처리장에 밀려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탕탕탕…’ 신명 나던 정미소 발동기 소리도 잊혀진지 오래인 지금, 아직도 시골 농로를 돌면 모퉁이쯤에 제자리를 지키며 우직하게 오랜 단골을 기다리는 나이가 100살이 넘은 정미소가 있다. 또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중에서 유난히 우리의 실생활과 근접했던 곳이 ‘양조장 또는 주조장’이었다. 오래된 주조장(양조장)은 대부분 지역이나 마을의 중심지에 자리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연원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는 1916년 주세령 시행규칙을 통해 ‘부·군·도청 소재의 부·면 또는 조선 총독이 지정한 시가지 이외의 장소에 주류 제조장을 설치하고자 하는 때에는 면허하지 않는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양조장(주조장)’은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공간 중 하나였다. 입지만 봐도 양조장이 지역사회 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형성된 역사적 산물임을 알 수 있다. 근현대 술 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자료집에는 1934년부터 1995년까지 술은 양조장에서만 만들 수 있었기에 근현대 술 문화 중심에는 양조장이 있었다.

과거에 농촌에서는 정미소 업자와 양조업자는 대개 부자라고 했는데, 오늘날 양조장 운영자들도 지역사회 활동에 많이 참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 주조장 또는 양조장은 1980년대 후반까지 읍면 단위로 번창하다가, 이후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이처럼 정미소나 양조장과 같은 폐건물이나 폐산업 시설은 오랫동안 해당 지역 내에서 경제적 거점 역할을 했기 때문에 도로와 철도, 상하수도, 전기 등의 각종 인프라가 이미 완비돼 있다. 또한 입지면에서도 대체로 도시의 중심부나 주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적절하게 활용할 경우 지역의 문화예술 등 재생의 거점으로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방치된 폐건물이나 폐산업 시설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부식된 기계설비나 오염된 폐수, 각종 폐기물 등이 정화되고, 폐건물이나 폐산업 시설이 문화예술시설 등으로 재탄생될 경우 살아있는 문화예술이나 환경교육 등 지역주민들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재활용될 수도 있다.

 

지난해 6월 24일 열린 잇슈창고 플리마켓.
지난해 6월 24일 열린 잇슈창고 플리마켓.

■ 복합문화창업공간 ‘홍성잇슈창고’ 명소
최근 들어 폐건물이나 폐산업 시설의 가치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도시개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에 의해 재평가되고 있다. 

과거 산업화시대에 중요 역할을 수행했던 폐건물이나 폐산업 시설 중 기능 상실과 노후화된 산업시설은 도시의 흉물로 철거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산업구조 변화는 오히려 새로운 기능 부여를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 등 새로운 가치를 담아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지역의 자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의 정미소나 양조장 건물에서 잠재된 가치를 모색해 새로운 문화예술·경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까닭이다.

홍성의 경우도 지난 1974년에 지어진 광천농협 폐창고 3동(연면적 1152.58㎡, 건물 1152㎡)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 ‘잇슈창고’로 재탄생시켰다. 잇슈창고는 창업, 창작, 전시, 공연, 촬영스튜디오, 영화관람 등을 할 수 있는 청년창업 공유 공간과 레스토랑 등으로 꾸며 지역민의 문화·예술·교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내 자연 놀이터도 조성해 지역주민을 위한 공동육아, 스터디, 아동·부모들의 북카페 겸 스터디룸으로 운영하고, 지역의 맞벌이 부부, 한 부모 가정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유료 야간돌봄 놀이 서비스도 지원하고 홍성을 찾는 청년들이 쉬어갈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홍성 청년들의 지역착근형 창업 공간으로 운영된다. 홍성의 광천 시골 허허벌판의 폐창고를 리모델링해 지난해 4월 문을 연 복합문화창업공간인 ‘잇슈창고’는 1년여 만에 방문객 3만5000명을 돌파하고 매출 5억 원을 달성하는 등 지역의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잇슈창고는 대형카페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카페 공간이 아니라 안쪽으로 3개의 공유오피스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청년창업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청년창업자 양성사업은 홍성의 유무형 자산을 활용한 창업 활동을 하는 39세 미만의 청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잇슈창고 공유오피스는 냉난방 잘되고 쾌적하다. 뿐만 아니라, 촬영 장비, 복합기기, 인터넷 등을 제공하고 있다.

잇슈창고는 청년창업자에게 창업 지원금(300~500만 원)을 사업성에 따라 지원한다. 지난해 창업에 성공한 포프는 홍성의 오서산, 용봉산, 백월산의 정취를 담은 룸스프레이 3종을 출시했으며, 궁리포구, 죽도 등을 담은 룸스프레이도 본격 판매하고 있다.<끝> 
 

잇슈창고 청년창업공간 내부 모습.
잇슈창고 청년창업공간 내부 모습.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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