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따로 있나? 즐겁게 어울려 사는 게 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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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따로 있나? 즐겁게 어울려 사는 게 최고지"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3.04.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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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면 신리마을 이서준 이장

▲ 이서준 이장이 마을회관 2층에서 사진을 보며 마을의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

18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서부면 신리 이서준(60) 이장은 "사람들이 즐거운 마을이 희망 마을"이라며 사람 좋은 웃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대대로 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온 이 이장은 서부면에서 두 번째로 장기간 임기를 맡고 있는 이장으로 기록된다. 1996년 경 바다에 인접해 있던 신리마을은 어업권 등 보상 문제로 마을에 불화가 생겼다. 마을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갈라졌다. 마을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했다.

"단합을 위해서 새로운 일꾼이 필요하다며 마을 어르신들이 추천해 덜컥 이장을 맡았습니다. 이장을 맡고 처음 2년 간 마을 사람들을 화합시키느라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이 이장은 우선 오래되고 낡은 마을회관 대신 새로운 회관을 짓기로 하고 2000년 마을 주민들 의견을 모아 지금의 자리에 마을회관을 건립했다. 홍성군에서 이처럼 주차장도 넓고 위치도 좋고 터도 넓은 곳은 없을 거라며 자랑이 대단하다. 마을회관을 짓는데 출향인들의 도움이 컸다. 광천농협 이달순 상무가 출향인 모임을 만들고 주도해 기금 500만원을 모았고 마을 표지석을 기증했다. 이후 해마다 추석이 되면 회관에 모여 신리 향우회 주최로 콩쿠르대회 및 노인경로잔치를 개최했고, 신리 마을의 전통 행사가 됐다.

"TV와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고향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일 시간이 없었는데 콩쿠르대회가 옛 추억도 살려주면서 사람들 간의 정도 더욱더 돈독하게 하는 것 같다. 해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규모가 더 커지고 있다." 이서준 이장은 요즘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 공모를 신청하고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 이장이 구상하는 희망마을 사업 중의 하나는 전통방식 그대로 벼농사를 짓는 것이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고령화된 마을의 노인들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후대에 고유의 풍습을 계승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사업이란 설명이다.

이 이장은 장수 이장의 비결로 투명성과 소통을 꼽았다. 마을회관 부지 및 건물 등기를 이장 개인의 명의로 하지 않고 '신리마을회'로 등기를 냈다. 18년 동안의 회의록을 전부 보관하고 있었으며 마을 통장이나 모든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든 일은 마을 주민들 의견을 참고해 추진했다. 이 이장의 수첩에는 마을의 온갖 역사가 소상하게 기록돼 있었다. 돌아가신 마을 어르신들의 이름과 기일은 물론 각종 마을행사 지출 내역까지 낡은 노트에 깨알같이 적혀 있다. "우선 희망마을 만들기 공모에 당선돼 마을을 좀 더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믿고 따라와 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지금처럼 화합해 이웃끼리 마주치면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웃음을 건넬 수 있는 행복한 마을로 가꾸고 싶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것보다 더불어 사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서준 이장의 희망마을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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