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근대건축물이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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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근대건축물이 사라지고 있다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4.03.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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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논리 밀려 적산가옥 철거 위기 직면
전문가들 “체계적 기록․보존 대책 필요”

홍성지역의 역사적 산물인 근대 건축물이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부족과 개발논리로 인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근대 건축물들은 근대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도시개발 과정에서 이미 철거되거나 철거위기에 놓여있는 건물들이 대다수여서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잇는 기록마저도 단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역 역사학계에 따르면 홍성지역에 남아 있는 근대 건축물들은 대부분 1900년대 이후 지어진 적산가옥(일본이 패전하고 한국을 떠나면서 남긴 건물들로 적의 재산이라는 뜻)들이다.
해방 뒤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적산가옥을 싼 가격에 불하함으로써 일본인들이 살았던 적산가옥은 이때부터 지역민들의 삶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적산가옥들은 그동안 일제의 잔재로 여겨져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관리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고 지자체들에 따라서는 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해 미술관, 박물관 등으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기도 하고 있다.
관내에는 홍성읍과 광천읍을 중심으로 주택, 창고 등 적산가옥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홍주성 내 홍성군지역대 맞은편 2층 가옥 등을 비롯해 광천읍 광천역 앞 농협창고, 광천읍 네거리 인근 2층 가옥, 홍성전통시장 철물점 거리, 엽연초생산조합이 사용했던 홍성읍 연초창고(구 KT&G) 등이 손꼽힌다.
하지만 지역 내 적산가옥들은 이러한 국내 시류와는 달리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점차 사라지고 있어 보존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
최근 광천읍 도로구조개선사업으로 일제시대 2층 가옥이 헐리는 등 각종 개발사업 과정에서 곳곳의 근대 건물이 철거되거나 철거 위기에 놓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철거 이전에 자료보존·기록 등의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근대 건축물들은 공법이 특이해 한번 철거되면 다시는 복원할 수 없는데다 그간의 생활상과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광천역 인근 농협창고의 경우 홍성읍 연초창고(구 KT&G)와 마찬가지로 흙과 대나무살을 얽는 형태로 지어진 벽채의 공법이 특이한데다 천장부의 골재 보존상태가 양호해 보강공사를 거친다면 문화공간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철거 이전에 근대건축물의 가치를 정확히 진단하고 기록물로 남겨두는 것은 물론 보존가치가 인정될 경우 일부분이라도 채취해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 관내 근대 건축물에 대한 현황파악과 함께 체계적인 조사와 기록도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화계 한 전문가는 “다른 지자체에서는 적산가옥들을 지역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복원해 활용하고 있지만 홍성에서는 검토도 거치지 않고 철거를 강행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무조건 철거를 할 것이 아니라 건물들의 가치를 알아보는 절차를 거친 뒤 결과에 따라 철거 혹은 보존을 결정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문화계 인사도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방치된 근대건축물과 같은 지역의 유휴공간을 활용하라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며 “적산가옥을 단순히 철거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근대문화유산으로 바라보는 의식전환과 더불어 행정적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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