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미친 듯이 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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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아 미친 듯이 일하기
  • 맹다혜<곰이네농장 대표․주민기자>
  • 승인 2014.03.27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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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 맡은 일이 안정을 찾아가자 슬슬 하우스의 일이 시작됐다.
2월 중순에 심어서 부직포로 덮어놨던 대추방울토마토는 순을 잡아줘야 할 시기가 훌쩍 지나서 부랴부랴 순을 잡아주었다.
평소에 농사를 전업으로 하면서 보아왔던 토마토의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약하고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죽지 않고 살아준 게 고마웠다. 잠깐 동안 토마토 크는 모양새가 왜 이러냐며 화가 나긴 했었다.
그러나 한가지 일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데 투잡을 하면서 거기다 그 어렵다는 농사에 대고 은근히 잘 되길 바라는 것도 욕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취급해 놓고 이만큼 살아준 게 더 고마운 일이지”라며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풀을 뽑아댔다.
토마토에 비해 지난 가을부터 혹한을 견디고 살아남은 애플민트는 날이 따뜻해지자 미친 듯이 자라기 시작해서 하우스를 다 덮으려는 기세로 크고 있다.
전에 허브농사를 가르쳐준 분께서 사실 허브라는 게 향기 나는 잡초일 뿐이라고 하시던 말이 생각난다.
이런 식이라면 점차 그냥 놔둬도 잘 크는 허브로 주작목을 바꿔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아무튼 내 하우스에서도 봄이 오고 새벽 일찍 출근하면서 시골 공기를 마시다보면 봄의 냄새가 기분 좋게 느껴진다.
휴일이나 퇴근 후에 하우스에 들어가면서 내가 진짜 꼭 이렇게까지 일해야 하나 싶다가도 들어가서 뭔가를 하다보면 생각이 바뀐다.
내가 이러니까 농사를 짓는다며 토마토 순의 냄새, 애플민트 냄새, 흙냄새, 풀냄새에 금새 행복해진다. 그러다 다시 다음날 출근해서 뻐근한 팔다리 허리 어깨를 느끼며 좀 후회스럽고 그렇다.
그래도 새벽 5시 출근해서 학교로 식재료를 배송하시는 분들과 일을 하다보면 “정말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많구나. 나도 허구한 날 농촌에 와서 고생을 얼마나 어떻게 했다”며 떠벌리기 좋아했는데 별것도 아니었다 싶다.
더군다나 학교급식 지원센터에 출근하며 홍성 사는 애들 밥 잘 먹이려고 내집 애들 밥은 못챙기는 아이러니한 분들 뵙고 있자면 안타깝기도 하고 따뜻한 마음이 든다.
개인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일하는 것이 홍성에 사는 아이들을 위한 일, 홍성에서 농사짓는 농부들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어려움도 참고 견뎌가며 일을 하고 계신 것 같다.
농촌에서 사는 게 어렵긴 하지만 사람을 미친 듯이 일하게 만드는 수많은 의미가 있는 곳 같다.
환경을 지킨다는 의미, 건강한 먹거리를 만든다는 의미, 지역 농부들에게 힘이 된다는 의미, 정직한 육체노동의 의미, 자연을 통해 배우고 함께 산다는 의미, 하다못해 그냥 살아남는 게 의미라는 생각까지 꼽자면 수도 없기 때문에 힘들지만 매력적인 곳이다.
봄도 오고 일하기도 좋은 날씨인데 올해는 제발 좀 농부들에게 행복한 농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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