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궁리 갈매기 횟집 도순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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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궁리 갈매기 횟집 도순자 씨
  • 김현선 기자
  • 승인 2014.06.20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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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음식으로 이웃 사랑 “나누니 행복 두배”

양로원·복지시설 등 찾아 멸치·직접 담근 김치 전달
홀로 어르신들께 반찬도 주변 지인도 함께 봉사  “이제는 자식들도 나서요”

홍성 8경 중 하나인 궁리 포구에 가면 나눔의 삶을 살고 있는 도순자(58) 씨를 만날 수 있다. 저녁 느지막이 찾아간 도씨의 횟집은 손님들이 이미 자리를 털고 일어났는지 분주히 상을 치우는 모습이었다. 가게에 놀러 온 이웃을 “이제는 뭐 가족 같은 사람들이지”라고 말하며 인사하는 도씨의 모습은 영락없는 푸근한 이웃집 아주머니였다. 서울 출신인 도씨는 35년 전 지금의 남편을 만나 ‘콩깍지가 씌어’ 이곳에 내려오게 됐다. 지금은 부부와 딸이 함께 횟집을 운영하고 멸치잡이에 나서며 바닷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횟집 옆에는 작은 텃밭을 만들고 상추와 쑥갓을 심어 놓았다. 먹을 만큼 자란 상추와 쑥갓은 바로바로 손님상에 오른다. 아직은 횟집이 비수기라 한가하지만 멸치잡이가 시작되는 7월이 되면 도순자씨 부부는 바빠진다. 남편은 배를 몰고 멸치를 잡으러 가고 아내는 배 타러 나간 사람들의 음식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멸치를 잡아 올리는 것에서부터 말리기까지 멸치잡이에는 사람 손이 많이 든다.

처음 도씨가 나누는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멸치잡이 배에서부터다. 10여 년 전 멸치잡이에 나서는 사람들의 모임인 양조망협회에서 은하면의 장수양로원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도씨는 사람들과 함께 손수 담근 김장김치와 직접 잡은 멸치를 가지고 양로원을 찾았다. 협회 사람들과 함께 찾은 양로원에서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고 괜스레 마음이 좋아졌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박수치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께 괜히 마음이 좋더라구유. 그 다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하고 생각하게 됐어유.” 멸치잡이를 하면서 같이 잡힌 생선들을 보고도 “반찬해서 나눠먹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도씨는 자신이 가진 걸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멸치가 많이 잡히고 그걸 가지고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몰랐는데 나누면서부터 ‘누군가에겐 소중한 게 될 수 있구나’ 싶더라구요.” 이후 도씨는 근처 양로원, 고아원 등의 사회복지시설에 자신이 잡은 멸치를 가져다 드리기 시작했다. 도씨의 선행을 알게 된 이웃 별미횟집의 한정숙씨는 자신도 함께 하길 청했다. 동갑내기인 둘은 도씨가 멸치를 기부하면 한씨가 필요한 기관단체를 알아보고 전달하는 역할을 맡아 기부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나는 붙임성이 없는데, 정숙씨는 성격이 털털하고 붙임성도 있어서 같이 있으면 힘이 나고 재미있어.”
도씨는 혼자였을 때보다 함께 하니 기쁜 마음이 더 커졌다며 한정숙씨를 “봉사와 기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계기를 만들어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도씨는 사회복지법인 청로회에도 3년 전부터 멸치를 기부해오고 있다. 이렇게 기부된 멸치들은 화요일마다 반찬봉사를 하시는 어머님들 손에서 멸치볶음, 조림 등으로 만들어져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께 전달된다. 이번에도 청로회에 1.5kg 상자의 멸치 100박스를 기부한 것을 포함해 올해에만 300여 박스의 멸치를 관내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했다.

“우리 아들도 여기저기 뭐 좀 가져다주고 오라고 하면 좋아해. 자기도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마음이 더 좋대. 그런 말 들으면 나도 더 기분이 좋아져”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도 기분 좋다 말하는 어머니를 둔 덕일까, 하나밖에 없는 아들도 도 씨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고 한다. “기부한 물건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면 마음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주변의 말에 도순자씨는 가만히 미소 짓는다. 제 것을 남에게 주면서도 연신 “내 마음이 좋아져”라고 말하는 도 씨를 보며 소박하게나마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사는 삶의 즐거움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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