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적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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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적 통찰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5.01.1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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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적 통찰이란 지금의 상태가 어떻게 해서 되었는가를 통찰하는 것이다. 통찰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환히 꿰뚫어 보다’라는 의미다. 지금 여기에서 어떤 청소년을 만났다고 가정하자. 내가 그 청소년에 대해서 아는 것은 지금 내 눈 앞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다. 그런데 그 말과 행동 하나를 보고 우리 성인들은 마치 그 청소년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판단한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기준을 토대로 평가한다. 과연 그 청소년에 대해서 얼마나 깊이 알고 그런 평가를 내리는 것일까?

어느 개그맨이 트라우마(심리적 외상)에 대한 말을 유행어로 만든 적이 있다. 그 트라우마와 청소년을 관련지어 부모들이 알아두면 유용한 것이 있다. 심리적 외상은 크게 1회성 사건과 지속적 반복적 사건으로 구분된다. 여기서는 지속적 반복적 사건을 중심으로 설명하면, 우선 지속적, 반복적 사건을 통해 겪는 것을 복합외상이라고 한다. 복합외상을 겪은 아동은 크게 2가지 특징을 갖게 되는데 그것은 대인관계 문제와 정서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학교에서는 학교폭력과 더불어 교사와 갈등을 일으키는 청소년이 많다. 어느 누구의 잘못을 떠나 감정조절이 안 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언뜻 생각해보면 정말로 그 일이 그렇게 화를 내고 폭언을 할 만한 일이었던가?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말 한마디가 그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말 한마디가 그 학생에게 강렬한 정서적 자극을 주었다는 것이고, 그 자극에 학생은 반응을 했다는 것이다. 어른과의 관계 악화와 정서조절 실패는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이하 PTSD)라는 표현이 있다. 이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침습증상이다. 쉽게 말하면 갑자기 불쑥 떠오른다는 뜻이다. 악몽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가장 극단적인 것은 플래시백이다. 즉, 과거 현장으로 돌아가서 그 느낌을 받는 것이다.

두 번째는 회피증상이다. PTSD의 핵심기제인데 피하다보면 현재 괜찮고 그 불편한 느낌을 받지 않으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인지와 기분의 부정적 변화이다. 즉, 사건을 경험하기 전에는 나도 괜찮은 사람이었지만, 사건 후에는 나는 무능하고, 세상은 불공정하고 등등의 감정을 갖는 것이다. 네 번째는 과각성 증상이다. 몸이 사건에 준비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즉, 불면과 작은 일에도 깜짝 놀라고 주의집중이 안되며, 기억력 저하 현상이 생긴다. 그 외에 우울, 불안, 중독문제, 섭식문제, 신체화 증상, 자해 행동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청소년은 우울의 증상이 성인과는 확실히 다르게 나타난다. 짜증을 부리는 아이는 우울 가능성이 있다. 성인은 행동반경이 줄어들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등 양상이 청소년과는 다르다. 복합외상이 생기는 사건의 대표적인 것은 가정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이는 이유도 모른 채 지속적으로 폭력에 노출될 뿐이다. 지속적인 부부싸움도 어린 아이에게는 큰 사건이 된다. 사회에 있는 성인들과 학교에 있는 교사들은 아이의 겉모습으로만 판단하고 있지 실제 삶은 거의 모른다. 길거리를 가다가 혹은 학교장면에서 반항적이고 급격한 감정의 변화를 보이는 청소년은 우리가 감싸주어야 할 존재들이다. 정말로 상식과 기본예절에 벗어나는 말과 행동을 하는 청소년을 보게 된다면 우리는 발생적 통찰을 꼭 해봐야 된다. “천사 같은 아이였을 텐데 그 짧은 삶을 살면서 얼마나 견디기 어려웠으면 저렇게 표현을 할까?”라고. 알고 보면 그 천사 같은 아이의 잘못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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