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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낙조

어느 때 부터인가 바다를 좋아하게 되었다. 먼 바다에서부터 굽이치는 물결, 발밑에서 하야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파도, 모래와 자갈이 경쾌하게 뒹구는 소리가 종종 환상에 젖어들게 되었다.

예전에는 맹목적으로 자주 바닷가 풍경을 즐겼지만, 그 정도로는 잠시 머물다 가는 바람 같아서 아쉬움이 남았다. ‘저 바다와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는 없을까?’ 궁리한 끝에 바다낚시를 시작하였다. 낚시를 하면서부터 바다는 내 몸의 일부가 되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바다가 그리우면 낚시가방을 들고 찾아갔다. 그 때마다 바다는 칭얼대면서 나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노라면, 파도는 먼 바다에서 있었던 이야기와 전설들을 속삭이곤 한다. 그 중에는 나의 추억이 깃든 이야기도 회상시켜 주기도 한다.

오랫동안 서예에 침잠했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는 서예가로 알려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서예를 비롯한 예술 활동에 대하여 스스로 회의감에 젖게 되었다. 그 돌파구가 낚시였다. 한창 낚시하는 재미에 쑥 빠져 지냈지만, 시나브로 자신에게 허무라는 구덩이가 깊게 파여져 가는 것을 인지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 없었다.

마침 즐겨 입던 흰 바지가 바래지고 있었다. 더 입자니 남들에게 추해 보일 것 같고, 버리기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했다. 그 때 지인이 천연염색을 하고 있어서 찾아갔다. 이왕이면 내 마음에 맞게 만들기 위해서 지인의 도움을 받으면서 손수 염색 작업을 하였다. 그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이후로 천연염색의 오묘한 색감에 도취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낚시와 천연염색은 나를 꽉 채워주었다. 특히 황해 바닷가에서 종종 만나는 낙조는 내 인생의 파노라마를 돌리는 듯이 깊은 감회에 빠져들게 만든다.

‘인생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한 것처럼 산골짜기를 떠난 물은 되돌아갈 수 없다. 종국에는 바다에 이르러 산비탈을 지나온 이야기, 냇물이 되어 마을 모퉁이를 돌아온 이야기, 넓은 들녘을 거친 강물 이야기들이 여러 빛깔로 제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오늘도 색동저고리처럼 반짝이는 그 이야기들을 담아 와서 내 화폭에 천연염색을 한다.


이은련 작가
충남문화예술상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대한민국전통미술대전 우수상, 충남미술대전 특선, 홍성군 농업농촌식품산업정책 심의위원회 위원(현재), 충남서예가협회 회원, 충청남도 기술명인(천연염색), 손끝세상 강사, 순빛공방(천연염색) 대표

이은련 작가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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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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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림 2019-08-17 17:51:06

    동심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불현듯 솟아납니다 전 어려을적 할머니손에서 자랐어요 초등학교 4년때 돌아가신 어머님처럼 할머니를 어머님 처럼 모시며살았구요 해마다 6월이면 학교에서 6.25 행사가 끝나면 모두들 작살를 들고 바다물에 뛰어들어가 작살을 쏘아대며 팔뚝만한 고기를 서너마리를 잡곤 했지요 그때의 짭짤한 바닷물 내음새 짠맛 전지금도 바다를 사랑합니다 은련선생님 처럼 예술계통에서 일도 많이했구요 그레서인지 많은 관심이 갑니다 그리고 응원 한없이 하겠습니다 화이팅~   삭제

    • 최규원 2019-08-16 20:16:47

      은련님이 서예가로 활동하시다 시 천연염색가로 변신하시는동안 서해 황해의 낙조에 숱한 갈등과 비밀을 간직하고 많은 고뇌의 강을 건너 가파른 언덕을 넘고 넘어오신 역경을넘어 드디어 지금에 이르심은 인간승리자로 존경합니다   삭제

      • 권영득 2019-08-16 20:00:41

        황해라는 표현이 맛깔스럽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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