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어설픈, 그러나 가슴 벅찬 꿈을 품은 예비교사들
상태바
아직은 어설픈, 그러나 가슴 벅찬 꿈을 품은 예비교사들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1.04.23 0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여고 교육실습 선생님들(박성진, 차준희, 심정은, 김한라, 류미선, 이미희, 정은정, 박지선, 최진영)인터뷰

홍성여고 교육실습 선생님들


홍성여고에는 동국대, 순천향대, 이화여대, 청운대 등에서 나온 9명의 예비교사들이 실습 중이다. 조금은 어설프고 낯선 환경에서 뜨거운 열정으로 현장의 모습을 익히고 있는 교육실습선생님들을 만나 보았다.


예비교사로서 현장에 나와 본 소감은
박성진(청운대 중국학과)
=여러 선생님들 중 저만 유일하게 남자라 처음엔 적응이 잘 안됐습니다. 더군다나 총각 선생님이 여고에 나왔으니 주변의 시선이 몹시 부담스러웠는데 오히려 지금은 여고의 생활이 더 편합니다. 아이들도 잘 따르고 너무 착해서 실습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여학교라 다른 여자 선생님들에 비해 관심을 많이 받는 건 사실입니다. 다른 선생님들의 말에 따르면 연예인보다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구요.

차준희(순천향대학원 교과교육학과)=저는 늦깎이 학생인데 다른 동료 선생님들과 많게는 10여 년 가까이 나이차가 나지만 세대 차이가 없는 직업 중의 하나가 교직인 것 같아요. 실습 생활이 너무 즐거워 앞으로도 매일 여기로 출근했으면 좋겠어요.


교사가 되려고 마음먹은 이유나 동기는
심정은(청운대 중국학과)
=10대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20대가 달라지고, 또 30대가 바뀌고 결국 그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좌우된다고 느꼈어요. 따라서 10대의 교육이 가장 가치 있다고 느껴 중·고등학교 교사가 되려고 마음먹었어요.

김한라(청운대 중국학과)=대학에서 후배들에게 내가 가진 지식을 조금 나눠주고 함께 공부를 하다 보니 너무 보람되더라구요. 남을 가르친다는 게 벅찬 감동으로 느껴져 교직을 선택했어요.


교원임용고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류미선(이화여대 일반사회과정)
=중등임용고시 응시인원을 기준으로 5만 여명이 시험을 준비하지만 이들 중 교단에 설 수 있는 사람은 4.6%에 불과합니다. 합격률 5%인 사법시험보다 확률이 낮은 셈이지요. 가장 큰 문제는 중등교사 자격증이 너무 남발되고 있어요. 따라서 자격증 부여에 좀 더 강력한 제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교육예산을 늘려 기간제교사나 인턴교사 등 비정규교원 대신 정규 교원 확충을 늘려야 합니다. 또한 교원임용고시사전예고가 보통 그해 5월 정도에 나는데 이왕이면 시험일 일 년 전에라도 여유있게 다음 해의 충원 인원이나 학과 등을 고지해 준다면 그나마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헛수고를 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시험 준비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현 교육제도에 대해 비판한다면
이미희(이화여대 역사전공)
= 집중이수제는 과목별 수업시간을 1개 학년에 집중 배정, 가르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학생의 과목 부담을 줄이고 창의적 재능 발굴을 목표로 지난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부터 본격 적용됐는데 수업 부담은 일부 덜게 될지 모르나 예체능 및 기술, 컴퓨터 과목 등의 홀대 문제가 야기됩니다. 특히 제가 역사를 전공하다 보니 학생들의 역사 과목에 대한 관심이 너무 없고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됩니다. 지나치게 효율성만을 추구하다보니 교육의 본질적인 면이 경시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류미선(이화여대 일반사회과정)=현장에 나와 깜짝 놀란 것은 수준별 이동수업이었습니다. 상중하로 나뉜 수업이 얼마나 학력 증진에 도움이 될지 의심스러웠습니다. 한두 문제로 반이 달라지고 가장 낮은 등급의 반이 되지 않기를 아이들이 무척 바라고 있었어요.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나눠 놓으면 학교에서 더 전문적으로 가르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선 왜곡돼 나타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정은정(동국대 지리교육과)=학교란 지식만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에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과정으로써 살아가는 다양한 법을 배우고 경험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수능 위주 국영수 중심 교육으론 다양한 사고를 배울 수 없습니다. 고등학생들의 목표 1순위가 좋은 대학 가는 것이라면 올바른 교육이 지향하는 바가 아닐 것입니다. 또한 자주 바뀌는 교육과정은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이나 모두 혼란만 가증됩니다.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시도할 것이 아니라 신중한 제도의 검토가 요구됩니다.


교생실습기간 동안 학생들과의 즐거운 추억은
이미희(이화여대 역사전공)=
우리 반 아이들과 미처 친해질 기회도 별로 없었는데 한 아이가 전학을 가게 됐어요. 입시라는 부담감도 있을 테지만 짬을 내어 전학 가는 친구 환송파티를 하고 마지막엔 서로 부둥켜안고 울더라구요. 친구들끼리 경쟁자일 수 있는 구조지만 아직도 여기 홍성여고엔 눈물이 있고, 따뜻한 우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앞으로 우리 반 아이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앞으로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
최진영(순천향대학원 교과교육학과)
=어린 시절 무척 허약한 편이어서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어요.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정말 따뜻하게 저를 아이들과 어울리게 도와주고 이끌어 주셨어요. 중학교 때까지 시골에서 생활하다가 조금 큰 도시의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삭막하고 너무 힘들었어요. 그때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어줬다면 훨씬 쉽게 적응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힘들 때 다가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친구같이 편안한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박지선(동국대 교육학과)=저는 평생교육이나 사회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정규과정을 거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교육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비록 때를 놓쳤지만 공부에 대한 열의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방송통신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은정(동국대 지리교육과)
=사실 저 스스로 교사가 되고 싶었다기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의 권유로 마지못해 사범대에 진학했어요. 그래서 방황도 많이 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도 했는데 막상 교생실습을 나와 아이들과 지내다보니 새로운 꿈도 생기고 현장에서 소중한 경험을 배웁니다. 그래서 지금은 반드시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 싶단 생각이 간절해요.

예비교사로서 이론과 현장에서 느낀 괴리감도 많았겠지만 지금의 열정과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잃지 않고 첫마음을 지킬 수 있는 선생님들이 되어주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