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빼닮은 벚재산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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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빼닮은 벚재산을 아시나요?”
  • 최효진 기자
  • 승인 2023.02.1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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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은유~ 〈1〉 - 결성면 교항리 용동마을

홍성지역에도 한반도를 꼭 닮은 지형이 있다. 사실 사람들도 잘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벚재산’라고도 했지만 그저 편하게 ‘뒷산’이라고 불렀다. 몇 십년을 살던 어르신들도 알지 못했던 것을 지난해 드론으로 촬영해서 보니 영락없는 한반도의 모양을 쏙 빼닮았다. 
 

조광영(67) 씨는 “처음에 벚재산이 한반도를 닮았다길래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을 봤지. 그랬더니 한반도랑 꼭 같은겨. 호랑이 허리며 발톱 모양까지. 뒷발쪽이 조금 아쉽긴 한데 쭉 뻗은 중국이랑 러시아까지 한반도를 쏙 빼닮은거여”라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라온 ‘한반도 닮은 지형’이라고 하는 사진들도 많이 찾아봤지만 용암마을 벚재산만큼 닮아 보이진 않는다.

용암마을은 예전 결성현 용천면 지역이다. 1914년 결성면으로 편입됐다. 와룡천이 다리목이어서 ‘교항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용동마을뿐만 아니라 자은동, 서지동, 덕우, 중리 등이 합쳐져 교항리가 된 것이다. 교항리로 합쳐졌지만 이 곳 사람들의 용동마을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정확히는 1970년 이전까지 용동마을은 와룡천이 마을 전체를 감싸는 지형의 동네였다. 마을 앞뒤로 드넓은 백사장으로 뒤덮여 사람들은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용동마을의 사람들은 이렇다할 논이 없어 백사장에 보리나 밀 등을 키워왔다고 했다. 그러다 와룡천이 끊어지면서 마을 앞까지 경지정리를 해 1975년 즈음부터 마을 앞에 논이 생겨난 것이다. 

마을 앞의 논은 ‘문전옥답’(門前沃畓)의 좋은 예였다. 그 때부터 사람들의 소출은 비약적으로 늘었다고 했다. 

최동점(80) 씨는 “용동마을은 부자들이 꽤 많이 살았슈. 시집와서 봤더니 여기 사람들은 밥은 안 굶었슈. 도박해서 말아 먹은 사람들은 있어두…”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갔다. 마을도 점점 비어갔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난해 농림부에서 추진하는 ‘생활여건개조사업’의 공모에 선정됐다. 

지난 16일 사업계획도 통과됐다. 이 사업은 용동마을과 서지동마을이 참여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14억 2500만 원이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마을이장과 함께 추진한 이상복 추진위원장은 “마을 이장님이나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서 사업을 따냈습니다”라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용동마을은 아름다운 곳이에요. 마을이 이대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기에는 억울합니다”라고 말했다. 

존폐위기에 내몰린 마을을 되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힘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 묘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구심점은 누가 뭐라고 해도 마을 이장 정창욱(76) 씨다. 정 이장은 처음부터 귀농을 하거나 귀촌을 한 사람들에게 마을이 터부시하면 안 된다고 했다. 사람들이 마을에서 살면서 ‘벽을 허무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용동마을로 귀농하거나 귀촌한 주민이 8가구 되는데 이제는 한 마을 식구다. 

정창욱 이장은 “동네 사람들이 몇 해 전부터 동짓날에는 귀촌한 주민의 집에서 다함께 팥죽을 먹으면서 화합 잔치를 했어요. 올해는 KBS 6시내고향에서 생떡국을 해 먹었습니다. 이 집도 귀농한 집이네요”라고 말했다. 

올 해 생떡국을 해 마을 사람들에게 대접한 집은 고재학 씨 댁이다. 고 씨는 결성귀농귀촌인연합회에서 회장을 맡고 있다. 

고재학 결성귀농귀촌인연합회장은 “사실 귀농한지 5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이 따뜻하게 반겨주셔서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면서 “용동과 결성의 귀농귀촌인들이 쉽게 적응하고 마을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결성에서도 오래된 마을, 교항리 용동마을에서 새로운 이웃들을 만들기 위해 따뜻하게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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