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위한 애도수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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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위한 애도수업’을 읽고
  • 노승희 <사과꽃발도르프학교 담임교사>
  • 승인 2024.02.2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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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할머니의 장례 때 정장을 입은 장례매니저가 장례식에 필요한 세세한 물품과 순서들을 안내해주는 모습을 봤다. 갑작스러운 사별의 상황에 무엇부터 챙겨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장례매니저의 안내는 장례식의 절차가 익숙하실만한 나이의 어른들에게도 위안이 됐다. 이 책은 학교에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애도의 상황에 매니저의 역할을 해줄 책이다. 학교마다 한 권씩은 비치해두면 갑작스레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상황에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점점 힘들어지는 학교의 상황을 위로하며, 특히 이 책을 읽을 선생님의 마음을 다독이며 시작한다. 학교 구성원들의 죽음, 함께 추모해야 할 사회적 참사들의 상황에서 우리 교사들은 교실에서 유일한 어른으로 아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고, 아이들의 반응을 살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진다. 그 과정에서 정작 교사 자신들을 돌보지는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교육청에서 전달되는 애도 상황 시 업무매뉴얼에도 교사 자신을 돌보는 과정은 생략돼 있다. 이런 교사들에게 먼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업무적인 매뉴얼까지 상세히 안내해준다. 
 

김현수·위지영·이윤경·김대운/창비교육/1만 8000원.

애도는 여정이다.(48쪽)

1부 ‘슬픔과 애도 이해하기’에서는 슬픔, 애도, 장례식의 의미 등 죽음에 대해 개념적으로 함께 생각해볼 내용들을 담았다. 연령대, 발달 단계에 따라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또 그에 따라 어떻게 도움과 지원을 해줘야 하는지를 담아 교실과 가정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게 했다. ‘애도는 여정이다’라는 말이 와닿는다. 애도의 과정에 어떤 과업이 있고 어떤 단계에 있는지를 개념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은 애도의 여정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알지 못하고 맞닥뜨릴 수밖에 없던 죽음, 애도라는 세계의 언어들을 습득하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2부 ‘슬픔과 애도 실천하기’에서는 적절한 위로의 말을 안내하고, 애도 과정과 학교의 업무 등을 보다 상세히 전달하고 있다. 교실에서 어떻게 아이들과 죽음과 애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지, 평소의 수업 시간에 교과와 연결해서 죽음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어떤 수업이 가능할  지도 보여준다. 무엇보다 부록으로 1029참사(이태원 참사) 이후 애도 서클의 경험, 교사를 위한 분노, 애도, 연대의 모임 운영 매뉴얼 등이 담겨 있어 자칫 개념과 매뉴얼만 담긴 딱딱한 책이 될 뻔했던 책이 현실에 발을 딛고 의미를 찾은 듯하다. 

애도의 여정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필요한 지점은 죽음에 대한 우리의 태도였다. 우리는 정서상 죽음을 에둘러 말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아이에게는 ‘하늘나라에 갔다’ 등의 비유적 표현을 자주 쓰고, ‘돌아가셨다’는 높임 표현도 죽음의 직접적 표현을 피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책은 직접적으로 ‘죽었다’라고 말하는 것이 죽음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한다. 또한 학교 내에서 구성원의 죽음을 알리지 않는 것보다 알리는 것이 좋고, 제대로 알고 사실과 슬픔을 공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하는데, 이것 또한 현실과 많이 다른 점이다. 학교와 가정 내에서 학생들에게 공부하는데 방해된다고, 또는 상처받는다고 죽음에 대해 쉬쉬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구성원에게 정확하게 죽음의 원인, 경과 등을 전달해야 죽음에 대한 추측과 소문을 막을 수 있고 유족들의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추측과 소문으로 유족들을 더욱 힘들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참사들과 죽음에 대한 궁금증과 감정이 일어도 억누르고 학생의 본분인 공부를 해야 했던 과거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1029참사 이후 애도수업의 경험을 나눠주신 한 선생님은 학교는 시험 점수로 판단되는 인지적 영역에만 집중해왔고 비인지적 영역(감정, 인간관계,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다루는 교육 과정이 매우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학교는 어떤 배움을 할 수 있는 공동체여야 할까? 생각해보게 된다. 사회적 참사를 역사 속 한 가지 사실, 개념적 지식으로서 배우는 곳이 아니라, 함께 감정을 나누고 애도하며 공동체 의식과 연대감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우리 학교에는 함께하는 ‘애도 수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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