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 채무보증 재정위기 화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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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억 채무보증 재정위기 화근 우려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3.05.2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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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궁리관광단지 쟁점

▲ 서부면 궁리 5개 마을 주민들은 궁리지구 관광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해 지난달 8일 열린 임시회를 방청했다.

홍성군 서부면 궁리지구 일원에 조성을 추진하는 궁리레저관광단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한동안 2500억원에 달하는 군 채무보증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졌던 궁리관광지 개발은 군의회 등의 반대에 부딪혀 잠시 소강국면에 들어서는 듯 했으나 최근 김석환 군수가 계속적인 추진 의지를 표명하면서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궁리지구 관광단지 개발과 관련해서 지역민들 사이에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지 등을 들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지역발전이나 경제 활성화 등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 궁리지구 추진 과정 =지난 2011년 3월 12일 홍성군과 (주)HS개발공사는 서부면 궁리일원 280만㎡(84만 7000평) 부지 위에 오는 2018년까지 사업비 1조 3000억원을 투자해 관광과 쇼핑, 숙박, 휴양 등을 겸비한 국내 최대 규모의 휴양지를 만드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2년이 지난 올해 초부터 군은 의원간담회 자리에서 홍성문화스포츠레저관광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추진 계획을 세 차례에 걸쳐 설명했다. 이 사업은 토지매입과 부지조성에만 2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사업은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모 증권사로부터 토지매입 및 부지조성비 2500억원을 대출받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증권사는 대출조건으로 홍성군이 조성토지에 대한 매입확약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대출 만기일이 도래하면 그동안 분양된 토지대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고 부족 시 차액만큼 홍성군이 분양이나 매입을 책임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홍성군의회 의원들 사이에서는 안전장치를 확실히 해야 한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관광단지 개발사업의 실현가능성, 매입확약시 안전장치 보강, 주민의견 수렴 등을 이유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석환 군수는 지난 3월 이 사업과 관련해 군이 안아야할 위험성이 크다며 반대의견을 피력해온 해당부서 과장 등 관련 공무원들을 인사 조치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 주민들 찬반 의견 분분 =김석환 군수는 지난 3일 서부면사무소 회의실에서 관광단지 조성사업예정지 5개 마을 주민대표들에게 설명회를 개최했다. 궁리 산막마을 김모 씨는 "주민들은 구체적으로 관광단지 조성사업이 무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대표들이 아닌 일반 주민들을 모아 놓고 구체적인 설명회를 개최한 후 주민대책위를 구성하라고 해야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상황마을 이모 씨는 "관광단지가 개발된다고 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65세 이상 노인이 절반이 넘는데 일자리 창출로 소득을 이뤄낸다는 것은 일부 젊은 사람들에게나 해당될 것이고 마을 주민 대다수는 일부 보상금을 쥔 채 삶의 터전을 잃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리마을 한모 씨는 "일부 주민들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관광단지가 조성되면 지가 상승 등 주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업시행자는 관광단지조성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군에 정식으로 전달한 상태는 아니다. 다만 군은 매입확약동의서 등 법적인 절차를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실무 담당자는 감사원, 안전행정부 등 중앙정부의 조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증폭 =궁리지구에 조성될 홍성문화스포츠 레저 관광단지 프로젝트 사업은 MOU를 맺을 당시 2013년까지 사업계획수립과 기본설계완료, 관광단지 지정고시, 실시설계인허가완료, 투자자 유치, 용지 매입 및 토지 수용을 마칠 예정이라고 홍보했다. 당시 부동산업 관계자들은 280만㎡의 광대한 토지를 단 2년 안에 수용까지 마친다는 계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궁리지구에 조성될 홍성문화스포츠 레저 관광단지는 충남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안면도 관광지 개발사업과 비슷하다. 안면도 관광지 개발사업은 태안군 안면읍 373만2831㎡ 일대에 2020년까지 총 1조474억원을 투자하는 명품 관광지 육성사업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관광지 지정 후 투자자 선정 과정에서 총 네 차례나 외자 유치에 실패하며 23년간 표류하다 지난달에서야 실질적인 행정절차인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갖고 첫발을 뗐다.

도 차원에서 추진한 관광단지 조성 사업도 23년째 표류하다 이제 기지개를 펴는 실정인데 이와 비슷한 규모의 대규모 사업을 개인 사업자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시행하겠다는 점이 우려스럽고 실현가능성이 있겠냐는 것이 일부 군민들의 반응이다.

△ 지자체 채무보증 논란 =전남 나주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민자를 유치해 산업단지를 개발하다 재정위기를 맞았다. 나주시는 왕곡동 일대 미래산업단지를 개발하기 위해 2011년 초 특수목적법인(SPC)에 채무보증 합의서를 써줘 SPC가 2000억원을 차입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금융비용이었다. 나주시가 예산(4400억원)의 절반가량을 보증했지만 분양률은 5%에 그쳐 재정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궁리레저관광단지도 같은 맥락에서 보는 시각이 많다. 민간사업체가 토지매입 및 부지조성비 2500억원에 대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는데 대출조건이 홍성군에서 조성토지에 대한 매입확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양된 토지대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고 부족할 경우에는 홍성군이 분양이나 매입을 책임지라는 것이다. 조성 토지의 분양이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부담이 고스란히 홍성군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이럴 경우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홍성군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 우려 목소리의 핵심이다. 또 군의 재정 위기는 결국 군민들에게 피해로 돌아온다는 점도 사업추진 참여에 대한 신중성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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