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보면 성품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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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보면 성품 알 수 있어요"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3.05.21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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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구두병원 운영
홍성군청 앞 황창희 씨

"아니, 왜 저를 인터뷰하시려고요? 제가 뭐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홍성군청 앞에서 15년간 다른 사람의 구두를 닦고 고쳐온 황창희(49) 씨가 처음 던진 말이다.



전라도 목포가 고향인 황 씨는 홍성으로 오기 전 서울에서 10년 넘게 남대문에서 가죽 원단 장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IMF를 만나 한 5년만 고생하자고 찾아온 홍성이 황 씨에겐 제2의 고향이 됐다. 황 씨는 식당에 가서 벗어놓은 구두만 봐도 오늘은 군청 무슨 과가 회식을 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구두로 사람을 기억한다. 15년 넘게 구두를 다루다 보니 얼굴보다도 오히려 구두로 사람을 알아보게 된 희한한 직업병이라며 껄껄 웃는다.

"언젠가 군청 모 과장님이 식당에서 신발이 바뀌었다며 절 찾아오셨어요. 척 보니 법원 직원 구두더군요. 그래서 서로 바뀐 구두의 주인을 찾아준 적도 있어요" 365일 거리를 지키며 사람들의 구두를 치료해주는 구둣방. 황 씨는 자신의 구두수선 집을 '구두 종합병원'이라고 표현했다. 구두 수선에 관한 것이라면 불가능한 것 빼고는 다 수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사람들이 구두를 좋은 것 사는 데 관리를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안 닦으면 한 달만 지나도 20만원 준 구두나 3만원 준 구두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똑같아져요. 구두만 잘 관리하면 몇 년 가는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몰라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항상 자리를 지킨다는 황 씨. 콧노래도 부르고, 수선을 기다리는 손님들과 수다도 떨고, 나름 재미있게 일하는 것 같아 비결을 물었다. "이왕이면 재미있게 일해야죠. 구두가 돈으로 보이면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죠. 한창 장사가 잘 될 때는 2~3명 보조하는 사람도 두었는데 지금은 경기도 어렵고 값싼 중국산 구두가 들어오면서 수입이 많이 줄었어요"

15년간 별의별 사람과 신발을 마주했고 수백 수천 개의 신발을 고치면서 이제는 구두만 봐도 주인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단다. 신발을 고치다 보면 '서로'가 기쁘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는데 그만큼 보람찰 때가 없다고 했다. 황 씨는 "내가 혼자서 잘 고쳤다고 해도 소용이 없어요. 내가 잘 고치고 손님이 잘 고쳤다고 서로가 만족할 때가 가장 좋은 거지요"라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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