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농혁신과 박범신 작가 어울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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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농혁신과 박범신 작가 어울리나요?
  • 맹 다 혜 <곰이네농장․주민기자>
  • 승인 2013.10.07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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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5일~26일 3농혁신대학 마을가꾸기 과정에 다녀왔다. 우리 동네에 있는 행정저수지라는 아름다운 저수지를 더 아름답게 가꾸고 예의 없는 낚시꾼들로부터 행정저수지를 마을주민의 것으로 돌리기 위한 일들을 시작하고 있는데, 그것과 관련한 교육이었다.

충남도는 안희정 도지사가 농업정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3농 혁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중 마을 가꾸기가 중요한 분야라 교육과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냥 그런 교육이겠거니 생각하고 갔는데, 왠걸, 영화 '은교', 소설 '소금'으로 유명한 박범신 작가가 강사로 나왔다. 유명한 작가를 뵙는 것도 영광이었고 그런 작가가 농업을 얼마나 알아서 도대체 무슨 강의를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 하고 시작했는데, 너무 괜찮았다. 강의가 끝나자 마치 아름다운 음악 한곡 잘 듣고 나온 기분이었다.

문학이 바탕이 되어 현재 한류가 있는 것처럼 농업이 바탕이 되어 우리나라 산업을 밑받침 하고 있다는 말, 농업에 문학을 더하란 말, 책 읽는 농부가 되라는 말, '박범신 딸기' 같은 그런 것들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농업을 위해서라면 본인의 이름을 쓸 의향도 있다는 말도 했다.

또한 사람에겐 두가지 욕구가 있기 마련인데, 생산성을 추구하는 욕구(높은 연봉, 높은 소득, 좋은 집, 좋은 차, 스펙 등), 근원적인 것을 추구하는 욕구(현재에 행복하고 싶은 마음, 느리게 살고 싶은 마음, 작은 것에 자족하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 이 두가지 욕구를 잘 조율하며 살아야 하는데 농업에선 생산성도 중요하지만 농업이 주는 가치, 농촌의 아름다움, 농부의 소박한 삶을 지키고 국민에게 가치 있는 먹거리를 주고자 하는 마음들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한 예로, 밀밭 한가운데 작은 빵집, 얼마나 멋있냐며 그런 상상력을 가진 농부가 되길 바라고 그러기 위해선 늘 책을 가까이 하란 말이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그게 곧 3농 혁신과도 같은 것 같다. 농업이 가진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자는 의미에서 문학과 농업이라는 것이 절대 이상한 조합이 아니라는 점을 느낀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잊고 있던 스콧 니어링의 이야기도 듣다보니 처음 귀농할 때 미쳐있었던 '스콧니어링-조화로운 삶', '헨리데이빗소로우-월든' 그런 것들이 다시 떠올랐다. 농촌에서 현실에 부딪히다 보니 우리나라 환경이 농부를 그렇게 살 수 있게 하냐며 집어 치운 게 벌써 10년은 넘었다. 너무도 멀리 왔지만 농업인으로서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 보자는 고민이 들어나는 요즘,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했다.

그동안 단지 농사를 짓는다는 이유로 농업인들은 늘 평가절하 되어 왔는데 박범신 작가와 같은 지식인들의 도움으로 점점 농촌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자는 유행을 만들어주어 감사하다. 남들의 평가에 따라 은연 중 주눅이 들었던 나에게 박범신 작가의 강의는 농업인으로서의 자존심 같은,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일깨워주신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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