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농약을 마실까? 말까?"
상태바
"이 농약을 마실까? 말까?"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13.10.11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실까? 말까? 이것이 문제로다" 얼마 전 현직 시절 점심시간에 강당을 지나는데 어디서 다소 독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였다. 어느 학생이 책상에 머리를 숙인 채로 엎드려 있어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농약을 음료수 병에 담아가지고 있는 서랍에서 나는 냄새였다. 차츰 대화를 시작하면서 알아보니 가정에서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역시 상담이란 삶에서 지치고 힘들 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인생행로에서 길을 잃고 방황할 때 바른 길을 안내해 주는 희망의 가이드가 되기도 한다.
그동안 교직에 근무하면서 학생과를 맡아 청소년들을 지도하기 위해서 상담에 관한 연수와 심리상담 지도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홍성교육청에서 학생상담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고 하여 교육을 받고 모 중학교에 배정을 받아 활동을 했다. 알고보니 3학년 학생 6명이 1학년 학생을 구타한 사건이 발생하여 학교에서 처리하고 선도차원에서 집단 상담 요청이 있어서 방문을 했다. 조금은 설레고 긴장된 마음에서 학생들을 대하고 보니 순진해 보이고 평소에 알고 있던 학생도 있어서 다소 안도감이 생겼다.
한편 건강한 청소년들로 운동을 잘하는 학생들이라고 하여 체육을 담당한 나하고 7명이 7색 무지개를 연상하며 희망을 갖고 매월 7일 방과 후에 만나서 운동을 하면 내가 심판을 맡겠다고 하였다. 나의 학창시절에 대한 회고담과 각자의 장래 희망과 좌우명을 발표하도록 했다.
우선 자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나의 장점과 학교의 좋은 점을 생각하고 앞으로 100세까지 살 것을 예상해서 10년 단위로 계획표를 세우도록 과제를 주었다. 그 다음에 만나서 각자 발표를 하고 친구가 보는 장점도 말하여 격려도 해주며 십대들의 쪽지도 주어서 삶에 대한 새로운 용기를 갖도록 하였다. 상담을 끝내고 함께 가서 맛있는 음식도 사주며 가까운 관계가 유지되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통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느낌과 새로운 다짐을 생각하며 우편으로 편지를 보냈고 본인이 좋아한다는 좌우명을 붓글씨로 크게 써서 오래 간직하도록 코팅을 해 주었더니 좋아하고 고마워하는 것 같다.
우리 생활에 농작물도 관심과 사랑을 갖고 재배하면 좋은 결실이 약속되듯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많은 청소년들은 더욱 그러하다. 반면에 오늘날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등으로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온통 불안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의 관계가 불협화음과 대화단절로 결국은 폭력이 난무하는 것이 아닌가.
인간은 자신의 지난 처지를 망각하고 있기에 관련된 한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노년의 어느 아버지가 아들에게 창밖의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까치를 보고 "저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질문을 받은 아들은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대답을 했다. 그런데 재차 그리고 3번을 물으니까 매우 퉁명스럽게 "까치라니까요"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불쾌한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서 오래전에 그 아들을 키울 때 적어 놓은 일기장에서 어린 아들이 밖에 있는 까치를 보고 "저것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아버지는 조금도 싫은 기색이 없이 그 아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23번을 대답한 기록을 보여 주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는 과거에 받은 은혜와 사랑을 잊고 사는 빚쟁이가 아닌가.
최소한 상대의 입장과 나의 처지에 대한 보답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오늘날 물질은 풍족한 데 인간이 지켜야 할 윤리 도덕에 대한 실천이 부족하며 특히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화목한 가정이 이룩되어야 학교와 사회가 안정이 된다. 우리의 삶은 욕구와 선택의 연속으로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농약병을 들고 고민했던 그 학생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찡하게 울리는듯하다. 결국 우리가 하루하루를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유혹을 물리치는 최선이며 비록 값비싼 신발은 아니더라도 값진 발걸음을 걸어라는 말이 떠오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