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을 각오
상태바
욕먹을 각오
  • 맹다혜<곰이네농장·주민기자>
  • 승인 2013.10.31 1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8일 홍성문화원에서 열린 살기 좋은 희망마을 만들기 마을발전계획 발표대회에서 우리 마을이 2등을 했다. 너무 뿌듯했고 다음날 비 온다는 일기예보에도 볏짚 묶는 일이 바쁘셨을텐데 일을 미루고 참석해주신 마을 분들이 정말 감사했다.
물론 나는 하루 기분 좋고 다시 걱정이다. 아직은 마을에 돈이 들어온 게 아니라 화기애애 할 수 있지만 단돈 얼마라도 들어왔을 때 과연 갈등 없을까도 걱정되고 이쯤 되면 나혼자 개인적으로 욕 먹는건 둘째 치고 마을 분들의 평온한 일상을 흔드는거 같아서 그게 더 부담으로 다가온다. 아주 어린 주제에 말이다. 많은 분들이 그거 욕 엄청 먹을 수 있다. 니가 경제적으로 아직 안정되지 않았는데 그런 일 벌리면 뭐 떨어지는게 있으니 그런다는 말들도 나올 수 있고 정말 더러운 꼴 볼 수도 있다, 우려도 많이 해주신다. 그래서 그간 교육을 다니면서 위원장이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수많은 욕의 시나리오도 머릿속에 넣어두었고 욕 먹을 수 있으니 괜히 좌절하지 말자 마음에 준비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사실 먹을 수 있는 욕이란게 이미 개인적으로 늘 배터지게 먹어왔던 욕이다. 시골에 지연 혈연 없이 정착하다 보면 별의별 억측과 생뚱맞은 오해들을 들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면서 싸우기도 해보고 누군가와 원수 같은 관계가 되어 보기도 했다.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그간 배운 것이 있다면 "무조건 참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었다. 올해도 순간적으로 멱살 잡고 싸우고 싶은 분들이 있었지만 순간엔 참기가 무척 어려웠어도 지나고 보면 잘했다고 나한테 칭찬을 퍼붓기도 했다. 아예 칭찬보다는 욕을 더 먹을거라고 생각하고 일이 쉽게 풀리길 바라지 말자 다짐도 하고 "참는다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라는 말을 늘 되새기고 있다.
갈등은 나와 상대방을 너무 높은 수준으로 생각하고 기대하다가 그게 아니었다라는 실망감이 들 때 생기는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사람은 아주 대단하기도 하지만 아주 단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만 봐도 처음 농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는 유기농 아니면 안 된다고 다짐을 했었는데 지금은 나도 살고 봐야 되지 않냐며 값을 더 쳐주지 않으면 유기농을 뭐하러 하냐고 얘기하고 있으니 다 자기 이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게 사람이란걸 절감한다. 가끔 하우스에서 격하게 일하고 들어와서 보면 내일 무슨 교육이 또 있고 일은 잔뜩 밀렸는데 내가 지금 무슨 일을 벌인 것일까 난감할 때도 있다. 그때마다 나보다 몇십배는 부지런하시고 이 깡시골에서 자식들 다 가르치고 결혼시키고도 빚 하나 없이 통장에 현금을 잔뜩 쌓아놓고 사시는 대단한 마을분들을 생각한다. 아무리 연세가 있으셔도 나보다 일을 더 잘하시고 경험이 많으신 부모님 뻘 되는 분들이라고 위안 삼으며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힌다. 내가 힘 좋을 때는 나를 믿고 내가 힘들 때는 마을 분들을 믿고 마을 분들이 혹시나 상처 주실 땐 그중에서도 나를 믿어주시는 분들을 믿고 그러다보면 이렇게 저렇게 넘어가지 않겠나 싶다. 내가 평생 살 마을이니 이 정도 투자는 해야 나중에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앞으로도 여러 가지 일들을 잘 참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