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상태바
배움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13.11.07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의 삶 가운데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돈이나 명예, 권력이 아니고 새로움에 대한 배움이라고 한다. 현대는 배움에 시간적 공간적으로 편리함을 제공받는 시대이지만 내가 운월리 창주사가 있는 서당(도광제)에서 처음 한문을 배우던 시절은 참으로 가난했다.
지난번에 주문중의 종회에서 동양철학의 대현인 주자(朱子, 1130-1200)의 영정을 모신 창주사의 보존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이 사당은 순조 병술 27년(1826년)에 건립하여 후손과 유림들이 매년 추향을 지내는 곳이다. 현대 학자들은 공자의 학문을 유학이라고 하고 주자의 학문은 신유학이라고도 한다. 우주 질서와 인간의 마음에 대해 깊이 연구하는 학문인 성리학(性理學)은 송나라의 주자(주희)에 이르러 집대성 되었으며 우주만물의 형성 원리와 철학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현실 정치에 적용하고자 했다. 이러한 성리학은 고려 말에 원나라를 통해서 들어왔으며 조선왕조는 통치이념으로 삼고 모든 제도와 문물을 정비하는 기본원리로 삼았다고 한다.
성리학을 조선시대에 발전시킨 학자는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가 있으며 특히 이황은 '동방의 주자'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학문의 업적을 남기기도 하였다. 아울러 '주자십회훈(朱子十悔訓)'은 우리 생활에서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그 기회를 놓치면 뒤에 뉘우쳐도 소용없음을 강조하는 교훈이다. 그 중에 하나인 소불근학노후회(小不勤學老後悔)는 젊을 때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뉘우친다고 했다.
또한 우리가 많이 암송하고 있는 주자의 권학편에 있는 문장도 생각이 나는데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 "소년은 늙기가 쉽고 배움은 이루기가 어려우니 짧은 시간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지당한 말씀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청춘이 영원히 지속될 줄 알고 시간을 허비하거나 미루는 경향이 많다. 우리 인간에게 공평한 것 중에 하나가 시간으로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하루에 누구에게나 똑같이 24시간이 주어졌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에서 금은 돈이기에 하루가 8만6400초임으로 우리는 무형의 통장에 8만6400원이 매일 입금이 되며 이 돈은 그날그날 쓰지 않으면 달아나 버리는 만나와 같은 것이다. 우리는 돈을 잃으면 아깝게 여기면서 시간은 낭비하고도 무감각하게 되는데 어느새 금년도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으니…
나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2년 동안 한문을 배웠다. 그것이 자본이 되어서 교직에서 퇴임하고 지금은 초등학교 방과 후 학습과 노인복지관과 사회복지관에서 한문 강사로 활동하게 되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어 한문이 내 삶에 효자 과목이 되고 있다. 다행히 요즈음은 100세 시대에 평생학습이 성행하여 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복지관에서 배움의 기회를 잃었던 주부들이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열공(열심히 공부함)하여 고입,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모습에 감동이 되고 보람을 느끼게 된다.
다시한번 주자의 후손으로서의 긍지와 청소년기에 배웠던 한문을 함께 복습하고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기회를 갖게 되어 매우 행복하다. 과거에는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배워서 남주냐"라는 말이 이제는 "배워서 남주자!"로 변하였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재능기부의 시대가 되었으니 열심히 베풀며 살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