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배려와 감사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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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배려와 감사의 마음
  • 맹다혜<곰이네농장․주민기자>
  • 승인 2013.11.28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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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7일은 내가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날이 되었다. 남편의 비보에 나는 물론 나와 남편을 아는 분들 모두가 너무 놀라했다. 내 남편은 질기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스럽게 굴며 나를 웃기고 속 썩이면서 계속 살줄 알았는데 한순간이었다. 겨울 농사에 들어가는 난방비라도 벌어보겠다며 택배일을 한건데 이런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그래도 멀리 전라도 광주까지 와주신 많은 분들의 위로와 격려 덕분에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 밖으로 나가면 안쓰럽게 생각하는 분들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했는데 그게 다 나에 대한 염려이니 괜찮고 또 아무렇지 않게 대해 주시며 여기 저기 다니던 모임에 나오라 연락주시는 분들, 심지어 다혜씨네 농장에서 모임을 하자는 분들을 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저런 배려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냥 감사할 뿐이다. 동네 분들이 담아주신 김장 김치도 혼자 먹기 너무 많다. 다니던 절에 스님께서는 이책 저책 골라주시며 위로해주시고 매일 신경써주고 계시다. 농사짓는다고 할 때부터 서먹해졌던 오빠도 언제나 날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도와준다고 할 때 받아줘야 식구라는 것도 알 것 같다. 여기서 자꾸 숨고 물러서면 그간에 쌓은 노력들이 순식간에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말씀,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은 남들의 이목 신경 쓰지 말고 꽉 움켜쥐라는 말씀 등 조언들을 참고하며 앞으로의 일도 조심스럽고 냉정하게 고민하고 있다. 여태 무엇을 위해 노력해왔고 그래서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결국 '농사 하나' 잘 지려던 것이었고 그건 포기 못하는 것이다. 특히나 농사 하나 짓도록 도와 줄테니 같이 잘 살아보자는 것에 사는 이유를 두었던 남편의 십여년간의 고생이 나의 좌절로 인해 쉽게 물거품이 되는 것은 더 말도 안된다는 생각에 맘을 다잡기도 한다. 혼자서 어떻게 시골에 살며 농사를 지을래 하실 때마다 약간 걱정은 되지만 어차피 남편과는 떨어져 지낸 적도 많고 하우스 농사 시작했을 때는 투자비용을 번다고 남편은 택배 사무실을 운영 하고 나 혼자 하우스에서 하루종일 일한 적이 더 많았다. 다만 남편의 부재가 너무 많이 느껴지지 않도록 일을 많이 줄여야 하는데 어디까지 줄여야 하는지 그 대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잘 정리해야 한다. 남편한테 장난으로 "나는 농사짓고 농촌에 사는 게 먼저고 그 다음이 아저씨이지 아저씨가 먼저가 아니다"라고 얘기하며 웃던 일들, 고생은 했지만 때론 지능적으로 일을 피해 다니며 속 썩였던 일들, 남편 때문에 정말 원수가 따로 없던 일들을 떠올리다보면 우습기도 하다. 좋고 재밌었던 기억으로 웃으며 시원하게 보내주고 싶다. 어떤 분들에겐 웃고 다니는 내가 정말 매정하고 무섭게 보일지라도 그게 낫다.
혼자 그렇게 열심히 살아보려 애쓴 일, 무슨 고민과 괴로움으로 힘들어했었는지 남편에 대한 일은 내가 제일 잘 알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매일 정성으로 기도해주고 있다. 쉽게 생각하면 완전히 망가져버린 초라한 인연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만나고 헤어진 일들이 헛된 일이 아니었고 가장 좋은 인연으로 마무리 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다시한번 멀리까지 오셔서 위로해주시고 마음 써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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