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하게 괜찮다
상태바
나는 심하게 괜찮다
  • 맹다혜<곰이네 농장 대표>
  • 승인 2013.12.27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뭐하고 지내냐고 물으시면 "그냥 있다"고 하는데, 다들 너무 황당해 하신다. 여차저차 해서 내친김에 올 연말까지는 쉬자고 마음 먹었다. 시간도 많으니 사람들도 만나고 절에 가서 스님과 깊은 대화도 하고 기공도 배우면서 내 안에 남아있는 안 좋은 기운과 생각들을 열심히, 바삐 청소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한다. 잊지 못하고 맨날 절에 가서 슬퍼한다고, 이젠 종교에 미쳤다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으시지만 절대 추호도 그런 게 아니다. 다시 일어나기 위해 좀 쉴 뿐이고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보상심리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전보다 더 평안한 마음과 맑은 정신으로 지내고 있다. 나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렇게까지 만들어주신 우리 미타사 스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집안의 겨울 준비를 하다보니 이제 시골집은 어떻게 겨울을 나는 건지 대충 감이 잡힌다. 난로 때기, 수도 동파 방지등 혼자 일을 해놓고 이제 이런 것도 할 줄 안다며 "내가 누군데, 나 맹다혜야~"라며 웃기도 한다. 그러면서 배우고 있는 게 많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방법은 내가 완전히 혼자 설 수 있을때 서로 관심을 가져주고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게 내버려두는 일이라는 것, 뭔가 나한테 부족한 걸 채워줘야 사랑이라고 생각한 애들 같은 마음에 대한 반성. 그게 식구들부터 친구, 주변 분들에게까지 번지며 전과는 다르게 사람들을 대하게 되는 것 같다. 그간 남편한테서 40대가 사는 법을 다 배웠으니 가능한 일이다. 애들 같았던 나를 이렇게 인간 만들어주고 간 우리 남편에게 너무도 감사할 뿐이다. 농사가 날 너무 괴롭히는 건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 그러다 가끔 블로그로 주문이 들어와 아직 하우스 안에 살아있는 애플민트를 따다보면 또 그런 것은 아니다. 올 한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왔던 희망마을 사업의 위원장이라는 것은 그만두게 되었는데 원래 마을이 좋은 평가를 받도록 올해까지만 한다고 했었고 나를 받아준 마을에 대한 보답이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좋았다. 위원장이라는게 집안이 안정되어 주변을 생각할 수 있을때 하는 일인데 지금의 나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닌 것이다. 다만 마을의 발전이 나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언제든 내가 필요한 부분에선 도울 생각이다.
여하튼 처음에 농사지으려 했을 때 마음만 생각하며 잘 정리하고 있다. 친환경 농사, 농촌에서의 소박한 삶, 젊은 사람으로서 농촌에 도움이 되는 인간이 되고자 했었는데 먼저 나하나 먹고 살자고 애쓰다보니 정반대로 가기도 했었다. 이젠 오히려 사는게 단순해졌으니 충분히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러고도 괜찮은데 잘만 이겨내면 앞으론 무슨 일인들 못 이겨내겠냐는 희망찬 생각으로 지내고 있으니 너무 불쌍하게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나에게 많은 감사함을 주셨던 분들 따뜻한 마음이 복이 되어서 새해에는 원하시는 일들 다 잘 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