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세상이 내 것 같아요(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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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세상이 내 것 같아요(37)
  • 홍주일보
  • 승인 2014.01.0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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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 소설

자모회 소집은 교사에 대한 학부형의 신뢰성을 저하시킬 것이 뻔한데도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욕심 하나로 강행하려는 학교 측의 태도, 그것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교사들의 태도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민선생, 조회 안 들어가요”
갑작스런 말소리에 생각에 잠겨있던 소영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강선생이 출석부를 끼고 바라보고 있었다.
소영은 얼른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교무실 안에는 교감과 담임을 맡지 않은 몇 사람만 남아 있을 뿐 모두들 조회를 하기 위해 교실로 들어간 것 같았다.
“아휴, 내 정신 좀 봐.”
당황한 소영이 서둘러 책을 꺼내 들고 일어서서 출석부꽂이 쪽으로 달려갔다.
“민선생 혼을 빼놓을 만한 일이 있나보군요.” 한마디 툭 던지고 지나치는 강선생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그녀는 숨을 한번 내쉬고는 교실로 향했다.
“오늘 수업 끝나고 나서 잊지 말고 교무실로 오도록.”
담임선생님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그 끝말이 교탁위에 머물러 있었다. 현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방에서 수학책을 꺼내 책상위에 펼쳐 놓았다. 그러는 현우의 모습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영이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지!”
진영이 종호네가 모여 있는 곳을 흘끗 쳐다보고는 말을 꺼냈다. 종호 자리에 세 녀석이 모여 앉아 현우 쪽을 바라보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가운데 앉아 있는 종호만이 입을 다문 채 미소를 띄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현우는 진영의 말에 대꾸도 않고 묵묵히 수학책을 펴놓고 책 속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이대로 참는다는 게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벌레 먹은 가지를 도려내지도 못하면서 자기만 오라 가라 하는 담임선생이 우스웠다. 현우의 마음 한구석에서 오기가 슬그머니 치솟기 시작했다.
“그래 부를테면 불러라. 하나도 두렵지 않다.”
차츰 시니컬한 표정이 번져가는 얼굴을 보는 진영의 마음에도 검은 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이리 앉아라.”
강선생은 아무 말 없이 옆으로 다가서있는 현우에게 옆자리의 의자를 내밀었다.
“괜찮습니다.”
현우는 눈을 내리깐 채 무미건조하게 내뱉고 그대로 뻣뻣한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괜찮긴 뭘 괜찮아? 이리 앉아.”
유난히 건방지고 꿍꿍이를 알 수 없는 전학생을 바라보는 강선생은 마음이 어수선한지 담배를 빼어물고 라이타를 켰다.
“힘들지”
괴로움으로 일그러진 강선생의 얼굴을 보며 현우가 자리에 앉자마자 강선생이 물었다.
현우는 질문의 요지를 알 수 없었다. 적응하기 힘드냐는 말인지, 아니면 말썽 부리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힘드냐는 말인지 몰라서 아무 말도 없이 책꽂이 앞쪽에 서있는 꽃병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질문은 전자의 뜻일텐데도 왠지 후자 쪽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고개를 들었다.
“어른들은 다 똑같아. 자기들 마음대로 사람을 재단하고 몰아친다니까.”
경우 말대로 낙인찍기 좋아하는 어른들이니까 앞에 앉아 있는 담임선생님도 별반 다를 바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네가 요즘 종호네 때문에 피곤할 거라는 걸 안다. 기분은 나쁘겠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폭력을 써서는 안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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