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로] 홀로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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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로] 홀로서기
  • 장미화<홍성군장애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
  • 승인 2014.03.06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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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봄 그녀가 어느 날 환한 미소를 머금고 날 찾아왔다. 늘 밝은 모습으로 다른 이용자분들과 서스럼없이 지내며 먼저 다가가는 적극적인 그녀를 보면서 나 자신도 그녀를 무방비 상태로 맞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정 부모님과 장애동생, 아들과 살고 있다고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가끔씩 아이 양육문제등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더 가까워졌다.
하루는 아침 일찍 찾아와서 “저 좀 취직시켜주세요” 자기도 일을 하면 살고 싶다고 하였다. 그러나 국민기초수급자이면서 중증장애가 있는 한부모 여성이 취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면서 또한 현실적으로 취업할 곳이 그리 많지 않아 그녀를 취업시키기에는 녹록치 않았다. 그 말을 한 후 일상생활이 바쁘다 보니 서로 자기의 일을 하면서 그냥 시간이 지났는데 작년 봄 다시 그녀가 취업을 했으면 하는 강한 욕구를 표현하였다. 그래서 홍성지역의 업체 대표자를 만날 때 마다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어주었으면 했다.
지난해 말 동양하우징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그녀가 왜 취업을 해야만 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여기서 부터는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이야기입니다.‘먼저 이번 기회를 통해 부족한 자신을 당당한 사회인으로 세워주신 동양하우징 사장님과 관리부 식구들께 감사를 전한다고 합니다. 남편과 이혼하고 10살된 아들을 키우며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그녀는 요즘 직장엘 다니고 있습니다. 수급자로 사는 것이 어찌 보면 더 편안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지만 그녀는 아들에게 떳떳한 엄마로 인정받고 싶어 과감히 수급자를 포기하고 박봉이지만 직장인의 길을 택했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시할머니를 3년간 모셨습니다. 낮엔 주무시고 밤새 집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시는 시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갓난쟁이 아들을 들쳐 업고 할머니를 쫓아다녀야만 했습니다. 어렵게 이혼을 했지만 위자료도 한 푼 못 받고 겨우 아들과 함께 친정집으로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양육비도 주지 않아 생활은 늘 힘겨웠습니다. 양육비를 받기 위해 법적인 준비도 고려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지난 2말에는 세번째 월급을 받았습니다. 비록 장애를 갖고 있고 비장애인보다 능률은 떨어질지라도 누구보다 자신의 일터를 사랑하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정직하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임하고 있습니다.’
평생 노예처럼 수급자로 살기 싫었다는 그녀의 말이 귓전에 맴돕니다. “이제 모든 것이 지났으니 더 이상 감출것도 숨길 것도 없습니다. 당당히 홀로서기를 성공한 난 울 사랑하는 아들의 엄마니까 그것 만으로도 내 삶의 의미는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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