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전령, 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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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리는 전령, 냉이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9.03.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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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탐구생활-냉이
지금이 딱 제철인 봄을 알리는 냉이는 봄철 나른해진 기력을 되살리는데 최고의 음식이다.

미세먼지가 아무리 심해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그 틈을 비집고 봄은 우리에게 온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매년 새롭게 봄이 주는 의미는 크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삶에 대한 다짐을 하게 되는 봄에는 만물이 소생한다. 다만 나만 소생하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나이 탓 일수도 있다.

미세먼지가 잠잠해진 어느 날 봄을 맞아 아직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들판 여기저기를 걸어본다. 발길 따라 걸으니 냉이가 추운 겨울을 뚫고 냉큼 솟아올라 있다. 첫 시골살이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이 냉이, 달래, 고사리 등의 나물을 뜯어 먹는 일이었다. 달래와 고사리는 생김새가 특이해 쉽게 구분이 되는데 냉이는 잡초인지 냉이인지 구분이 안 돼 애를 먹기도 했다. 다행히 옆집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냉이를 한 소쿠리 캐 온 날은 따스한 햇살 아래 엉덩이를 깔고 앉아 냉이를 다듬는 일이 봄철 주요 행사였다. 냉이를 다듬는 일은 조금은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뿌리의 흙을 일일이 제거하고 잔털도 제거해야 하지만 수다를 나눌 수 있는 아주머니 덕분에 냉이 다듬는 일이 즐거운 노동의 시간이었다. 특유의 향긋한 향이 나는 냉이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아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줘 봄철 나른해진 몸을 회복하는데 그만이다.

냉이는 무침, 국, 죽, 밥, 튀김 등 다양하게 요리에 응용할 수 있다. 특히 날콩가루와 함께 먹으면 영양이 우수해진다. 연간 냉이 생산량의 70~80%는 주로 3월경에 출하되므로, 지금이 딱 냉이의 제철이다. 최근에는 시설 재배가 늘면서 사시사철 냉이를 먹을 수 있지만 이른 봄 야생에서 나오는 냉이의 향이 가장 좋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음식은 단연 무침이다. 냉이를 잘 다듬어 흐르는 물에 씻은 후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된장 등의 양념에 조물조물 무쳐내면 잃었던 입맛도 돌아오는 냉이무침이 된다.
별미로 먹어보고 싶다면 냉이튀김도 좋다. 튀김반죽을 만들 때 식용유를 한 수저 넣으면 더 바삭한 냉이 튀김을 만들 수 있다. 자칫 나물을 잘 안 먹는 아이들도 바삭한 식감에 잘 먹을 수 있으니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시도해볼 만하다. 매일 먹는 된장찌개에 냉이나 달래 등을 넣어 봄의 기운을 더해보는 것도 좋다. 특히 된장찌개에 넣고 끓여 내면 냉이 특유의 향이 국물에 배어 근사한 국물 맛을 낼 수 있다

홍성군에서도 냉이가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홍동면에 거주하는 한 어머니는 겨우내 냉이를 캐서 시장에 내다 팔면 쏠쏠하게 지갑을 채울 수 있다며 늘 냉이 씨를 뿌려 키우신다고 한다. 요즘은 젊은 층에서도 비닐하우스 등에서 재배하기도 한다. 그러나 혹한(酷寒)을 나고 자라야 하는 냉이가 올해 유난히 따뜻했던 기후에 겨울 가뭄까지 겹치면서 작황이 좋지 않아 냉이의 상품성이 떨어지면서 가격이 하락했다고 한다. 냉이 뿐만 아니라 취나물, 돌나물 등 봄나물 시장이 전체적으로 가격 하락에 허덕이고 있다. 취나물은 전년 대비 31%, 돌나물은 25.8% 가격이 하락해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봄철 떨어지는 기력 회복에 탁월한 냉이, 달래, 돌나물 등 향긋한 봄나물의 향연으로 농가들의 시름도 덜어주고 건강도 챙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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