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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말

막 태어난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한다. 아이는 어머니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말을 배운다. 말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 가운데 하나이다.

요즘 성인 가족들 중 가족 내 게임 문제로 끙끙거리다가 센터에 전화를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그 중 50대 어머니는 20대 중반인 아들(A씨)이 게임을 하다가 화를 참지 못하고 컴퓨터나 자판기를 던지고 유리창을 깨트리는 등 감정조절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때마다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들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고 한다. 아들이 직장에서 퇴근하고 돌아오면 거의 잠을 자지 않고 게임을 하고, 매 월 몇 십만 원씩 아이템을 구입하며, 주말이면 인스턴트 음식을 주문해서 먹기 때문에 키가 167cm인데도 100kg이 나간다고 걱정이 많았다. 어머니의 애타는 마음과 달리 아들은 우리 기관에서 제공하는 가정방문상담을 받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 상담을 진행할 수 없었다.

한 달 후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들이 상담 받는 것을 동의했다는 것이다. 남자 청년이기에 경험이 많은 남자 상담사를 배정했다. 시간이 흘러 어머니로부터 5주 만에 다시 전화가 왔다. 상담을 좀 더 연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유를 물었을 때, “성인이 된 아들과 처음으로 산책을 했어요. 그리고 외식을 했어요. 상담 선생님을 만나면서 우리 아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게 느껴져서요….”라고 했다. 이 말 속에는, 감동과 행복감이 그대로 필자에게 전달되었다. 게임만 하고 대화를 단절한 아들과 함께 길을 걷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을 경험하면서 어머니가 느꼈을 행복한 마음이 느껴졌다. 이후 필자는 가정방문상담사와 통화를 하고 상담을 연장했다.

1990년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2001년 3G핸드폰이 출시되던 다음 해 서울 스마트쉼센터(당시 인터넷중독대응센터)가 개소됐다. 2005년에는 중독(과의존) 업무가 법제화되고, 2009년도에 범부처간 중독(과의존) 업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현재 스마트쉼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정방문상담은 2009년 4월에 제정되었다. 방문상담의 목적은 취약계층(한부모가정, 조손가정, 저소득층가정, 다문화가정, 맞벌이 가정의 청소년, 장애인, 성인 무직자)과 일반 가정 중 인터넷 중독(고위험군, 잠재적위험군) 문제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상담사가 집으로 방문하여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제정된 가정방문상담은 10여년이 넘게 전국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수많은 대상자들이 이를 통해 긍정적인 도움을 받았고 사회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요인들을 최소화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얼마 전 권선중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중독 상담을 할 때 우리가 병원에 안내해야 할 대상자와 그렇지 않아야 할 대상자를 구분하여 말씀하셨다. 평상시 알고 있는 사항이었지만 더욱 공감되는 지점이 있었다. 필자도 과의존 대상자를 병원에 안내한 경우들이 있었다. 심리적으로 불안이 매우 높아서 감정이 조절되지 않은 경우, 그리고 군 입대를 거부하고 게임만 하고 있는 경우 등 몇몇 사례가 있었다. 전자의 경우에는 공존질환으로서 약물을 복용하면서 상담을 진행하여 일정 부분 도움이 되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상담만으로 좋아져서 군 입대, 그리고 전역 후 직장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센터를 통해서 가정방문상담을 받은 A씨의 경우 자신은 게임중독이라고 인정하지 않지만 우울성향이 높고 감정 조절이 원활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보통 우울증이나 기분장애, 그리고 충동조절은 전두엽의 세로토닌이 정상보다 낮은 상태일 때 나타난다. A씨의 경우 약을 복용하지 않았지만 상담을 통해서 어머니와의 관계, 그리고 직장에서의 대인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이 거북이 걸음처럼 매우 느리지만, 그 노력의 결과가 삶으로 아주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게임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관계에 대한 열망이 있다. 상담사는 과의존 대상자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언어를 이용하여 그들의 마음을 공감해 준다. 약물을 통한 치료가 효과적인 사람들이 있지만, 마음을 알아주는 언어를 통해서 치료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의 마음을 연결시켜 주는 공감의 언어는 치유를 가져온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언어는 삶을 변화시킨다. 마음을 알아주는 말을 찾기 위해 오늘도 필자는 내담자의 말에, 그들이 말하지 않은 침묵의 소리를 듣기 위해 마음의 안테나를 켠다.


최명옥<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위원>

최명옥 칼럼위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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