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아름다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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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아름다움이란
  • 범상<칼럼위원>
  • 승인 2013.09.1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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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욕망을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앞에서 제시한 두 가지 욕망의 차이점은 철학적 종교적 주제가 되어왔다. 여기에 대해서 붓다는 '아집을 추구하는 욕망'과 '아집을 소멸하려는 욕망'으로 구분한다. 아집(我執)은 내(我)가 실재한다는 착각이 일으킨 집착이다. 따라서 실재하는 아(我)가 없음을 깨달으면 아집 역시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느끼며, 숨쉬고, 생각하는 나를 어떻게 부정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무아(無我)를 가르치는 붓다는 실재하는 '나'가 없음을 다음의 두 가지로 증명한다. 첫째 상일성(常一性)의 문제로서 나의 신체와 의식은 어떤 경우에도 변하지 않고 항상 하나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신체와 의식은 외부환경에 따라 항상 변하므로 실체가 없다. 둘째 신체와 의식이 실재 한다면 적어도 자기 자신은 자기 마음대로 통제 가능해야 한다는 주재성(主宰性)의 문제이다. 쉽게 말하면 몸과 마음이 자기 것이라면 늙기 싫다고 마음을 먹으면 늙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눈의 예를 들어보면 '내 눈이 무엇을 본다'와 '내 눈에 무엇이 보인다'로 구분 할 수 있다. 이때 본다는 주체가 되고 보인다는 대상이 된다. 그러나 대상이 사라지면 주체(실재)라고 생각했던 보는 작용도 함께 사라진다. 따라서 눈이 실재라면 대상이 사라져도 보는 작용이 존재해야하므로 눈이 눈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상이 실재라면 눈이 없어도(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것들을 인식해야 한다) 객체로서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눈은 대상과 상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 실체가 없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만물은 각 개인의 감각기관 안에서 상대적으로 존재할 뿐 실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욕망이 아집의 유지 존속에 매달릴 때는 부정적인 것이 되고 아집의 소멸을 추구 할 때는 긍정적이 된다. 예를 들면 명품가방을 몇 개씩 두고도 또 명품을 사들이는 것은 아집의 욕망이며, 그것을 억제하려는 욕망은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겠다.

최봉영 항공대 교수는 '말과 바탕공부'에서 아름다움에 대해 아름은 두 팔로 감싸 안을 수 있는 양이나 부피를 나타내는 말로서 개인적이라면, 다움(답다)은 그것이 가장 좋은 상태에 놓여있는 공적인 측면이라고 규정한다. 그래서 아름다움은 '개체인 아름이 떨림과 울림을 통해서 안팎으로 잘 어울려 있는 상태에 뜻하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에서 다움은 사물의 바탕에 놓여있는 본디의 자질이 그것을 배우려는 욕망과의 만남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드러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물의 바탕에 놓여있는 본디의 자질'이 무엇인가는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사사(私事)라는 개인의 욕망이 전체의 이익인 공의(公義)와 걸림 없이 통할 때 완성된다는 견해는 '아집의 유지'와 '아집의 소멸'에 대비할 수 있다. 살펴보았듯이 붓다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아집을 소멸하는 것이며 우리말이 뜻하는 아름다움은 개인과 전체가 걸림 없이 하나로 통함이다. 그래서 무엇이 되었든 옳고 바른 것에만 '아름답다'는 말을 붙일 수 있다.

요즘 일부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의 옷을 아름답다고 떠들어대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아름다움의 본질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치가 아름답다 즉, 정치답다고 하는 것은 정치가 개인의 욕망의 수단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증진의 도구가 됨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말대로 박근혜대통령이 '장소와 분위기에 잘 어울리면서도 품격 있는 패션을 선보이며 컬러외교'를 펼치고 있다면 그것으로 얻어낸 국익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하며 검소하게 살아가는 여성정치인들은 결코 아름다움이 없다는 것인가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대통령은 ~다움의 '본'으로서 가짜 명품이라도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사회의 병폐를 치유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덧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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