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0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내 삶의 여정 속 아버지 내 삶의 여정 속 아버지 어둠속에 반짝이는 불빛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던 풍요의 계절이 어느덧 겨울 전령사를 맞아 눈인사를 나눌 무렵, 나는 잠시 아버님 댁에 다니러 갔다. 저녁 후에 작은방에서 쉬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방문을 두드리셨다. 아버지는 무엇인가 중요한 얘기를 꺼내려는 듯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말문을 여셨다. “이거 좀 보아라.” 하시며 아버지가 책상 위에 내려놓은 건 꼬부랑글씨가 빼곡히 적힌 채 여러 갈래로 구겨진 흔적이 있는 종이 한 장이었다. “아버지, 이게 뭐예요?” “음, 일하다 힘든 게 있어서 말이야!” 아버지는 내가 군복무 할 때 서울로 홍주문단 | 한학수 칼럼·독자위원 | 2021-01-21 08:32 백세인생 백세인생 우리나라도 이제 장수국가로 진입하고 있다. 이는 경제발전으로 국민들의 소득향상에 따른 건강과 영양섭취, 삶의 질 향상, 국가와 지자체에서 복지사업의 확대와 노인복지의 질적인 향상, 그리고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의 발달이 한몫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들이 평균수명도 연장되고 생활패턴도 서구화로 많이 바뀌었다.요즘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 전국 어디라도 달려가서 먹는 사람들을 흔히 보게 된다. 몸이 아파야 약을 먹는 사람도 있지만 몸에 좋다는 보약과 영양제 등을 끼니 때마다 한 주먹씩 먹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가 있다. 이처럼 몸에 좋은 약과 보약을 많이 접하다 보니 오래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을의 경로당들도 프로그램이 잘 돼 있어서 노인들의 장수에 한몫을 하는 것 같다. 다양한 프로 홍주문단 | 조승만<문학박사·수필가> | 2017-11-20 09:48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봄이 되니 웅크렸던 생명들이 차가운 겨울을 이겨내고 어둠 속 두꺼운 땅거죽을 뚫고 나온다. 아름다운 온갖 꽃들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자기만을 보아 달라고 피어난다. 꽃의 향연에 초대되는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기쁨의 노래를 부르고 환호를 지른다. 오늘은 힘들고 어려워도 꿋꿋이 참으면서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가지며 사는 것이 우리 인생일 것이다. 염라대왕에게 불려가기 전까지는 죽음을 너무 의식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그러나 막상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사람이 사는 동안 누구나 인간답게 행복하고 편안하게 사는 것을 희망할 것이며 막상 죽음이 앞에 닥치면 두렵고 무섭게 느껴질 것이다. 나도 몇 년 전인가 화장장 책임자로 근무하던 시절, 농촌의 어느 마을에서 유치원에 다니 홍주문단 | 조승만<홍성도서관 문예아카데미 회원> | 2017-08-20 08:55 아버님 제일에 아버님 제일에 아버지의 막내 딸 복동이어요. 아버지! 많이 불러보고 싶었던 아버지. 무릎에 어리광도 부리고 싶어요. 어려서 학교에 다닐 때 동무들이 지네들 아버지가 동화책을 사왔느니 예쁜 옷이며 인형이며 학용품이며 맛있는 과자도 사왔다고 서로 자랑을 하면 얼마나 부러웠던지 돌아서서 울었어요. 길을 가다 자기 아버지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너는 참 복도 많다’, ‘나는 언제 저렇게 해 보나’하고 한탄도 했었답니다. 어머니한테 나는 왜 아버지가 안계시냐고 투덜대면 “명이 그만인 것을 어찌하겠냐”며 “그래도 너는 아버지한테 귀염둥이였다”고 하셨습니다. 너의 오빠나 언니는 별로 관심도 없었던 것 같이 하셨는데 막내라 그런지 너는 유독 안아도 주시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시고 뽀뽀도 해 주시며 예뻐하셨다고 홍주문단 | 정복동 | 2017-08-06 09:50 은근한 신경전 은근한 신경전 “봄볕은 딸을 보내고 가을볕은 며느리를 보낸다”는 말이 있다. 며느리는 딸 같을 순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서른 중반이 넘어 늦깎이 신부가 된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인생선배가 되어 간간이 시어머니와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시어머니들의 공통점은 당신의 아들이 최고 이며 못 말리는 아들 바보라는 것이다. 얼마 안 된 새댁이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도 근거 없는 말이 아님을 체감한다.그렇다고 어머니가 며느리로써 나를 예뻐하지 않으신 것은 아니다. 당신아들이 40세 넘은 노총각이었으니 이제나 저제나 아들의 배필을 손꼽아 기다리시던 차에 나를 만났으니 어찌 안 기쁘셨겠는가. 처음 인사드리던 날 어머니는 하회탈 같은 얼굴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여 나를 사정없이 토닥이셨다.나 역시 50세도 채 홍주문단 | 이미나<홍성도서관 문예아카데미 회원> | 2017-07-29 09:11 자연의 기본 자연의 기본 초봄이 지나자 온 대지 위에 꽃이 피고 잎이 열리는 모습들이다. 죽은 가지와도 같았던 나목에 꽃망울이 달리는가 하면 연둣빛이 감돌고 논 밭둑에 잘디잔 이름 모를 꽃들이 수를 놓는다.요즘같이 미세먼지가 많고 소음공해가 심해도 세월이 흐르니 피고 지는 나무들, 때가 되자 촉촉한 봄비 한 번 맞지 않았어도 조용히 눈을 뜨는 모습들이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아침에 일어나니 창 밖에서 맑고 청아한 새 소리가 들린다. 겨우내 조용하더니만 봄으로 들어서자 벌써 계절을 노래하는 어여쁜 새들, 조용히 대문을 나섰다. 이게 또 웬일인가. 하늘이 뿌옇고 주위도 온통 미세먼지인지 아니면 황사인지 아침부터 야단이다.봄 햇살이 아침을 열기도 전에 반갑지 않은 손님 아닌 불청객이 동네에 가득하다. 그래도 슬슬 홍주문단 | 유애선 수필가 | 2017-07-21 10:21 “어머니의 건강이 그립습니다” “어머니의 건강이 그립습니다” 나는 홍성군노인회(이범화 지회장)가 주관하는 결성면 할머니 행복경로당에 문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전체 인원이 20~30명이 되는데 하혜자 회장님을 비롯해 고학력자들도 있어서 의사소통이 잘 되는 경로당이다.지난달에는 글쓰기를 했는데 이경숙 씨의 글이 매우 감동적이어서 소개하고자 한다.“일제 강점기에 처녀공출이란 말을 들은 외할아버지께서 임자가 있으면 끌려가지 않는다는 말에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 총각과 결혼을 했다.막상 시집을 와보니 층층시하에 가난한 살림으로 많은 식구가 살기에는 여러 가지 조건으로 보아 어려웠다고 한다.아버 홍주문단 | 주호창 주민기자 | 2017-07-17 13:05 할머니의 변비 할머니의 변비 검은 공기 모양 덩어리 열댓 개가 방바닥에 나뒹군다. 할머니 손이 기저귀속에 들어가 있다. “이게 뭐예요 할머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죠.” 치매가 심한 할머니는 가끔 작고 동글동글한 대변 덩어리들을 방바닥에 던져 놓는다. 할머니가 양손에 대변을 꼭 쥐고 놓아주지 않는다. 손을 펴서 닦아 드리려고 하는데 “이것 내 거야” 소리를 지르며 요리조리 피하신다. 할머니와 한판 씨름이 벌어진다.겨우 손에서 대변을 빼내고 항문에 남아 있는 잔변도 파내고 따뜻한 소창으로 항문 찜질까지 하고 보니 옷이며 침대 시트에 이불까지 대변이 묻어있다. 대야에 물을 떠다가 손발을 씻기고 주변 정리를 하고 나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고마워 고마워요.” 하시며 소녀처럼 해맑게 웃으신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다.휴게실 홍주문단 | 백정자 수필가 | 2017-07-07 09:29 이순이 되다 드디어 나도 이순이 되었다. 귀가 순해졌다는 공자님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 역시 그 나이가 되어보니 희로애락을 잘하면 넘어설 수 도 있겠다 싶어 스스로 놀라버린다. 사랑도 미움도 넘어설 수 있고, 기쁨도 슬픔도 저 멀리 두고, 원망도 분노도 녹여버리는 것이 과연 평범한 보통 사람들도 가능한 것인지 내 자신이 궁금하다. 이 나이에 더 올라가야할 산과 넘어야 할 강, 넘어져야할 돌 뿌리와 떨어질 절벽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올라가야할 천당도, 떨어질 지옥도, 건너가야 할 피안도 없어져 버리는 마음상태. 이것이 나이 60세에 공자님이 도달하고자 했던 이순의 상태일까.그럼에도 지나온 오월의 나뭇잎처럼 푸르러만 가던 시절, 우연히 마주쳤던 어떤 종류의 슬픔은 잘 잊히지 않는다. 어떤 홍주문단 | 오세홍 수필가 | 2017-06-18 22:31 오늘 오늘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맹자님께 여쭤보았다. 하느님께서는 여전히 왼쪽 뺨을 내놓고, 부처님은 마음을 비우라고 하시니, 공자님 맹자님께는 가다 말았다.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니 왼쪽 뺨이 아프다. 부처님 말씀대로 비우니 배가 너무 고파 찬 냉수를 한 사발 마셨다. 공자님 맹자님께 가보아도 너 하기 나름 이니라 하시며 별다른 방편이 없으실 것이 아닌가? 결론은 ‘공자님 맹자님 다 알겠어요. 모두 이 소녀 탓입니다.’ 일 것 같다.오늘도 참 지루한 날이었다. 그래도 문밖에서 무례하게 기웃거리지 않고 내가 기다릴 때쯤 찾아와 주는 안개 와 꽃구름도 다녀갔다. 5월의 백화요란(百花擾亂)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이다. 멀리서 골바람이 조심조심 노크해주는 저녁이 왔다. 지금 책상 홍주문단 | 이윤자 수필가 | 2017-06-12 20:01 처음처음1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