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철학자들의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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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철학자들의 컨퍼런스
  • 김상구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3.10.07 09:1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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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대표적 좌파 철학자 알랭 바디우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라는 슬라보예 지젝 등이 9월 23일-10월 2일 까지 서울에 모여 '멈춰라, 생각하라: 공산주의의 이념 2013 서울'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철지난 공산주의의 유령이 아직도 배회하고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이 컨퍼런스에서 언급된 공산주의는 북한과 같은 역사적으로 실패한 사회주의와 거리가 멀다. 알랭 바디우는 이번 강연에서 '현재 북한 체제는 군국주의와 민족주의일 뿐 공산주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지젝도 북한의 사회주의는 공산주의라는 프로젝트가 어떻게 잘못 변형되어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라고 언급하고 있다.

지젝은 지난 여름에도 우리나라를 방문했는데, 그의 강연에는 수많은 청중이 모여들어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번 강연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그는 프랑스 정신분석학을 공부하여 문학, 영화, 오페라 등에 관한 책을 출판하기도 했지만 그의 깊은 관심분야는 철학이다. 마르크스, 헤겔, 라캉의 철학을 공부한 그는 뉴욕의 '월가를 점령하라'같은 시위 때 메가폰을 잡고 즉석연설을 하기도 했다. 소수의 부자를 위해서 다수가 희생하는 자본주의는 그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그는 지적한다. 마르크스가 주장한 공산주의는 사회주의라는 몰락한 국가 모습으로 파산을 맞이했지만 함께 잘 살아보자는 그 근본 철학은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공산주의 국가의 모습이 어떤 것이냐는 마르크스도 '공산당 선언'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듯이 지젝도 우리가 그것을 찾기 위해 '사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생각 속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는 것이다(지젝에 대해서는 홍주일보 2012년 7월 26일자, 필자의 '슬라보예 지젝은 누구?'라는 칼럼 참고).

알랭 바디우도 정치적 문제를 철학적 사유로 해결하려 했던 프랑스의 사르트르, 푸코, 알튀세르 등과 같이 프랑스 철학의 전통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그의 철학은 전통철학에서 사용하던 주체, 진리, 사건 등과 같은 개념들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한다. 데카르트식 이성적 주체는 이제 존재하지 않으며 '주체'는 사건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개념으로 파악한다. 고전적 주체의 파산선고다. 그는 소설과 희곡을 쓰기도 했는데, 그의 글도 라캉, 데리다의 글처럼 난해하다. 수학의 집합이론을 '존재'의 개념을 파악하는 이론으로 끌어들여 그의 철학을 도식화하고 있다.

바디우는 의회 민주주의는 '자본주의를 공고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가짜 민주주의이며 과두정치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하면서 '진정한 민주주의는 모든 인민에게 권력이 주어져 있는 체제'인데 현실이 그러하냐고 반문한다. 선거를 통해 이루어지는 민주주의는 우리가 살고 싶어 하는 세계와 틈이 있으며 그 틈새에 끼어있는 억압당하는 사람들은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국가의 '셈하기(counting)'에서 누락된 '타자들'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하고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도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디우는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사회의 변혁은 늘 소외된 이방인들의 저항에서 이루어졌음을 1871년 파리코뮨 당시의 노동자들에서 찾고 있다. 그는 이번 방한에서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사회주의가 몰락한 지금, 자본주의는 무한경쟁을 통한 극대 이윤을 창출하려고 하고 있고, 인간은 심신이 소진(burn-out)되어 힐링을 외치고 있다고 바디우는 진단한다. 화폐와 상품이라는 싸늘한 얼굴로 모든 유대관계를 끊어놓는 자본주의 세계는 "젊은이들에게 '시장에서 소비자가 돼라'는 것 이외에는 어떤 가치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다른 가치, 다른 삶의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라고 이번 서울 강연에서 젊은이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그 방법은 억압된 현실 상황에 저항하면서 새로운 삶의 방법을 사유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생각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두 위험한(?) 철학자가 이번 컨퍼런스에서 요구하는 것은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언급한 진정한 '비르투'(용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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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산 2013-10-10 04:16:23
요즘 과도한 자본주의를 자랑하던 미국과 일본이 중국에 수모를 당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로 굉장한 성과를 낸 것에 대한 역풍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한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상업주의와 결합하며 그 근본을 잃었고, 또 그 자본주의라는 것이 결국에는 자아 이기주의로 흐를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어 그 스스로 자기를 속박할 수 밖에 없는 운명으로..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극즉반의 전환점에 온 듯합니다..

반산 2013-10-10 03:56:37
요즘 정치가에서 유행하는 말, 꺼진 불도 다시 보자.....
꺼진 것 같은 사회주의가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중국이 패권적 사회주의가 고개를 처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사회주의는 유럽의 사회주의를 근간으로 한다고 하지만, 그들은 근본적으로 그것을 추상적으로 계승하며 자신들의 자생적인 문제에 교묘하게 접합하며 성공하였습니다. 그 성과가 점점 확대하고 있으며 확장일로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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