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를 강요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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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를 강요하는 사회
  • 심재선<도예가, 주민기자>
  • 승인 2014.03.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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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예술가의 길을 가보겠다며 진로를 바꾼 이후 열심히는 노력했으나 예술가로서의 삶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기란 무척 어려운 듯하다. 한국 사회에서 예술가의 삶은 어떨까?
세대별로 차이는 있을 거라 생각하나 예술가 역시 삶을 영위하는 생활인으로 자기 분야의 일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의 밝은 미소를 보며 힘든 일들을 이겨내곤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IMF 경제 위기 이후 전업 예술가들은 정말 많이도 사라졌고 지금도 결혼 후 아이가 생기고 가정의 규모가 커지면 생업으로 하던 예술 분야를 떠나 다른 일들을 찾아 이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업 예술가들이 이직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을 수 있으나 배고픈 것만이 이유가 아니라 예술가의 기본 삶을 영위하기 어렵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에도 무시 못할 부분이 있다.
얼마 전 매스컴에서 ‘공짜로 해 주세요’라는 기사가 예술가 사이에서 SNS를 통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예술가들이 좋은 취지로 재능 기부에 참여하고 있으나 정작 예술가들을 이용해 자기네들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재능 기부를 강요하는 잘못된 풍토와 그로 인해 예술인들의 예술혼을 꺾고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재능 기부란 재능을 가진 사람이 공공을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새로운 봉사 형태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예술 노동을 기부하는 행위를 예술가에게는 대가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화가나 서예가에게 그림이나 글씨를 부탁하든지 음악가나 사진작가에게 행사에서 잠깐 연주해 달라거나 사진을 찍어 달라 하는 등 일부 사람들은 예술가 개인의 상태나 기분은 고려하지 않고 ‘좋은 일이니까’하며 재능 기부를 요구한다.
필자 역시 만들다가 찌그러지거나 잘못된 것이 있으면 달라고 하는 말이 싫을 때가 많다.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예술 행위를 즐기는 것이지 남을 의식해서 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실제로 필자는 작업 후 잘못된 것이 생기면 없애거나 집에서 소비하고 외부 반출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남에게 준다는 것은 정말 실례이다. 정말 잘된 작품이어야 남에게 줄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시집(?)보낼 때 가치를 인정해 준다면 아무리 좋은 작품을 주더라도 아깝지 않다. 예술가들의 노동의 대가를 수치화, 계량화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측면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의 예술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예술 노동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말이다. 예술가들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재능 기부 강요나 또는 재능 기부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 재능 착취가 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예술가들은 창작할 때가 가장 즐거우나 예술혼을 꺾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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