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로]재수없는 새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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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로]재수없는 새 까마귀
  • 모영선<한국조류보호협회 홍성군지회장>
  • 승인 2014.04.10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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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악~ 꽈악~”. 아침부터 운다고 동네사람들은 “에잇 재수 없어~ 퉷. 저리 썩 꺼지지 못해”하고 한마디씩 던진다. “동네 초상이라도 날려보네.” 아니나 다를까 병환으로 고생하시던 할머니가 밭에 나가 일하시다가 밭둑에 쓰러졌단다. 그렇게 이승을 떠난 할머니 집에 까마귀도 떠나지 않고 울어댄다.
동네 어른들이 모여 “저놈의 재수 없는 까마귀 때문이야~.”
이렇듯 사람들로부터 까마귀는 재수 없는 새였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였다. 옛날 마을에 대부분이 밖에서 농사짓던 시절 객사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였다. 그때마다 동내 사람 얼굴을 기억하는 까마귀는 마을사람에게 알리려 노력하였고 까마귀 우는 날에는 변고가 발생하였다. 그리고 예전 풍습에 초상집이나 산소에 나타나기도 한 것은 초상집엔 사자밥이, 산소에는 땅신에게 제사지낸 제사밥이 있음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까마귀를 재수 없어 하였고 둥지라도 보이게 되면 헐어 버리고 쫓아 버리거나 잡기도하였다. 이렇게 까마귀는 점점 마을에서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속에 둥지를 틀고 집으로 갈 때에도 곧장 가지 않았다. 높고 먼 곳에서 사람의 모습이 있는지 확인하고 다른 곳으로 빙빙 돌며 눈속임 후에 몰래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까마귀는 군집생활을 하는 새로 무척 똑똑한 새이다. 기억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을 ‘까마귀 고기 먹었니~’라고 하니 까마귀의 생태와는 다른 듯하다.
까마귀를 보고 효자 새라고 해서 반포조(反哺鳥), 효조(孝鳥)라고도 한다.
그러나 어미는 새끼 까마귀가 잘 날수 있을 때까지 먹이를 물어다주는데 그러다보니 먹기만 하는 새끼 새가 활동하는 어미새 보다 큰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어미 새를 부양하는 새로 사람의 눈에 보여졌기에 이런 오해가 생겨 난 것이다.
번식기에는 1∼2쌍씩 작은 무리를 지어 지내고 번식을 끝낸 뒤에는 큰 무리를 지어 남쪽으로 내려가 겨울을 난다.
번식이 끝나면 제각기 무리를 지어 휴식처와 텃세권을 정하고 아침저녁으로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까마귀의 집단은 리더가 없는 단순한 집합체인데, 이 때문에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는 말이 생겼다.
홍성에서 용봉초등학교로 용봉산을 오르다 중턱의 팔각정에서 뒷쪽으로 가서 용봉산 골짜기를 바라보면 까마귀들이 집을 수리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월부터 6월까지 둥지를 만들기에 분주하기 때문이다. 또 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을 찾아 하늘을 바라보며 까마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금주에 가족과 함께 까마귀를 찾아보는 휴식의 여유를 즐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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