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로] 개똥벌레와 반딧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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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로] 개똥벌레와 반딧불이
  • 모영선<생태학교나무 이사장, 주민기자>
  • 승인 2014.06.0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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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어두울 무렵 어디선가 반딧불이 한 마리가 희미한 빛을 뿌리며 날아들었다. 적막의 숲에서 어둠의 눈인 듯 반딧불 하나가 날았다.(한승원, ‘해일’)
여름의 기운이 일기 시작하는 시각 저녁밥을 먹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마을 공터에서 뛰어놀다보면 희미한 작은 불빛이 우리들 주변을 감싸 안았던 추억 속의 곤충, 수업시간 형설지공(螢雪之功)의 사자성어를 배울 때 반딧불 형(螢)의 빛으로 공부했다고 하던 내용을 듣고 아하 그럴 수 있겠구나 하였던 기억이다. 그런 반딧불이 언제부터인지 우리 곁을 떠나 추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곤충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반딧불이 점점 주변에서 사라져갈 즈음 전북 무주군 설천면 장덕리 수한마을 앞 계곡은 ‘반딧불과 그 먹이(다슬기)서식지’로 1982년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되었고 1997년에는 ‘무주 반딧불 축제’를 개최하여 올해까지 12회를 치렀다. 전에는 우리네 주변에서 함께 있던 반딧불을 지금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무주까지 가야만 볼 수 있음이 너무 안타까운 실정까지 된 것은 왜일까? 급속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뒤에 자연에 대하여 돌아볼 여유가 없었고 자연은 인간이 이용의 대상만으로 경제성장 우선이 만든 콘크리트문화 때문이지 않을까. 우리고장 홍성에서도 저녁 늦게 남산(한용운 동상) 정상에 가면 반딧불이 짝짓기에 한창이다. 우리 주변을 떠났던 반딧불이가 하나둘 서식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반딧불이는 개똥벌레라고도 한다. 몸 빛깔은 검은색이며 앞가슴등판은 오렌지 빛이 도는 붉은색이다. 배마디 끝에서 두 세번째 마디는 연한 노란색이며 여기에 빛을 내는 발광기관이 있어 수컷과 암컷이 서로를 부르기 위한 신호로 사용한다. 어두운 밤에 활동하는 반딧불이에게는 안성맞춤이 이런 것이 아닐까?
어른벌레는 2∼3일 뒤부터 밤새워 짝짓기를 하고 짝짓기 4∼5일 뒤 밤에 이끼가 많고 촉촉한 곳 위에 300∼500개의 알을 낳는다. 애벌레는 논, 하천에 사는 우렁, 다슬기를 먹이로 수중생활을 하면서 15∼20mm까지 자란다. 6월경에는 어른벌레가 되어 빛을 내며 밤에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수명은 2주 정도로 이슬을 먹고 사는데, 알을 낳고 11∼13일 뒤에는 자연적으로 죽는다. 전 세계에 2000여종의 반딧불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전부 빛을 내는 것 같지만 많은 종류가 빛을 내지 못한다.
가족과 함께 이른 저녁, 식사를 한 뒤 손전등 하나들고 엄마, 아빠, 아이가 손을 잡고 남산에 오르면 “아무리 우겨 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무덤이 내 집인걸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라는 ‘개똥벌레’ 노래가 끝날 즈음 정상 팔각정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간 반딧불이는 반쪽을 찾아 아름다운 빛을 내면서 밤의 향연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이 아름다움을 혼자만 간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워 글을 적어보지만 마음 한구석엔 두려움 또한 함께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혹여 몇 안되는 반딧불이를 잡아 관찰하거나 집으로 삶의 공간을 옮기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일 것이다. 이글을 읽는 독자께서는 남산의 반딧불이 남산에서 영원히 밤의 향연을 즐길 수 있도록 보호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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