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를 땅에 심는 새, 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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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를 땅에 심는 새, 어치
  • 모영선<생태학교이사장 ·주민기자>
  • 승인 2014.08.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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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오후 남산의 숲에 고요함을 깨는 소리에 주변을 둘러보게 됩니다. ‘갸아 갸아 갸아, 과악 과악 과악’ 하고 시끄럽게 울어대는 주인공은 바로 어치이다. 어치는 참새목 까마귀과 조류로 모습은 날 때 보이는 허리와 날개의 흰점이 뚜렷한 산림성 조류이며 머리와 등,배는 분홍빛을 띤 갈색. 몸은 회갈색이며 파랑색 광택의 독특한 날개덮깃에는 검은 줄무늬가 있다. 뺨선과 꼬리깃, 날개깃은 검다.

몸의 길이는 약34cm정도이다. 어치의 학명은 Garrulus glandarius인데 Garrulus는 ‘잘 떠든다’는 뜻이며, glans가 견과 ‘도토리’를 뜻하므로 glandarius는 ‘도토리를 좋아하는’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영어식 이름으로는 ‘Jay’라고 하는데 사전을 보면 ‘잘 지껄이는 사람, 수다쟁이’를 일컫는 속어로 이 새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경계할 때는 맹렬하게 우는데, 가는 소리로 ‘쀼우, 쀼우’ 하고 휘파람 소리를 내기도 하고 간혹 다른 새의 소리나 고양이, 매, 말똥가리의 울음소리를 그럴 듯하게 흉내를 내기도 한다.

남산의 조용한 숲을 걸을 때 가끔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 ‘어! 숲속에 왠 고양이 소리지?’ 하고 소리나는 쪽을 유심히 살펴보면 거기엔 어치라는 녀석이 능청스럽게 앉아 나를 놀리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많은 소리를 흉내기로 유명하여 성대모사의 달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치는 가을이 되면 겨울 준비를 한다. 참나무 숲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도토리를 열심히 먹는데 목 부분의 포대에 도토리를 4~5개 담고 날아가 숲의 땅바닥에 구멍을 파고 도토리 한 알을 넣고 낙엽이나 이끼로 덮어 둔다.

이렇게 되풀이 하여 감추어 나간다. 숲 이곳 저곳에 도토리를 숨겨 놓으면 찾기 힘들 것 같지만 어치들은 기억력이 좋기 때문에 겨울 내내 먹이를 찾아 먹는다. 어치가 겨울을 이기고 나면 먹다 남은 도토리들은 봄에 싹틔울 준비를 한다. 어치가 겨울나기 위함으로 땅속에 묻어 둔 것이 참나무들에게는 자신의 2세를 위한 씨앗을 심은 결과가 된것이다.

그래서 어치 덕분에 참나무는 숲에서 점점 더 넓게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남산 정상에는 참나무들이 많기 때문에 어치의 활동을 관찰 할 수 있으며, 충령사 주변 소나무에서도 쉬고 있는 어치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숲에 어치 이외에도 박새, 진박새, 곤줄박이, 직박구리등 많은 산새를 관찰 할 수 있다. 오늘은 가족과 함께 가까운 남산에 한번 올라보면서 산새의 모습과 산새소리를 감상하는 시간을 할애하는 건 어떨까. 잠시의 여유로 자연을 아름다움을 느끼며 삶의 활력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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