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며느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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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며느리들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2.01.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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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의 또 다른 이름은 ‘딸’이다. 집안에서 ‘아버지’와 ‘남편’은 분명히 같은 사람을 지칭하지만 호칭에 따라 역할과 임무가 달라지듯이, 며느리와 딸 역시 그러하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들이 모여서 한결같이 “요즘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어른) 알기를 우습게 안다”는 등 자신들의 신세 한탄과 세상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 자리에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전후사정을 들어보면 충분히 수긍이 가지만 자신들의 삶에 대한 반성 없이 모든 잘못을 ‘요즘 며느리’ 탓으로 돌리는 듯 하는 분위기가 못마땅하여 “당신들의 딸들이 바로 요즘 며느리입니다. 당신들의 딸부터 잘 단속하면 세상의 며느리 모두가 효순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당신들도 요즘 며느리라는 소리들 들으면서 시어머니가 된 것이 아니냐”며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이어서 “요즘 며느리라는 말 속에는 ‘자신’과 ‘자신의 아들’ 그리고 ‘며느리가 낳은 손자 손녀’는 빠져 있습니다. 생각을 한 번 돌이켜 보세요, 아들이 있으니 며느리가 있고, 며느리가 있으니 손자·손녀가 있는 게 아닙니까? 그리고 아들을 낳지 않았으면 며느리도 없을 텐데, 귀찮고 눈치 보여서 아들과 함께 사시는 것도 불편하시다며 공연히 아들을 낳으셔 가지고 남의 귀한 딸들을 욕하시고 그러세요?”

순간 할머니들이 멍하게 쳐다보았고 내친김에 “이제부터 며느리가 눈에 거슬리면 마음속으로 ‘아들 낳은 내 탓이구나’ 하고 생각하시고 딸 대하듯 하십시오. 모든 것은 자신이 먼저 변해야 상대가 변하게 됩니다. 마치 여기 계신 어떤 분이 저처럼 머리 깎고 승복을 입고 밖에 나가 불자들이 ‘스님’ 하고 합장을 하듯이 말입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을 표현했지만 그 후로 만나 뵙지 못했으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자못 궁금하다.
요즘 청소년문제가 심각하다. 이것은 청소년의 문제가 아니라 인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요즘 며느리(부모)의 문제이며, (어른을 몰라보는)요즘 며느리의 문제는 딸(아들)을 그렇게 키운 당신들(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동감할 때 비로소 사람 사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무한·무차별경쟁을 신봉하고 경쟁에서 이긴 자 만이 모든 것을 향유하는 승자독식사회는 이미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화장실에 한참 앉아 있으면 코가 마비되어 더 이상 구린내를 맡지 못하듯이 물질만능과 무한경쟁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점점 깊이 빠져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교육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에 하나이다. 인간은 교육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교육이 정상이라면 ‘청소년문제’와 ‘요즘 며느리’ 같은 일들은 애초부터 만들어지지 않았다. 허리가 휠 정도가 아니라 인생전부를 자녀교육에 투자하는 사회분위기가 지속된 지 오래이다. 그런데 교육의 결과인 인간행동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듯하다.

왜 이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는 이때까지 교육자본가들의 속임수에 넘어가서 교육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부모의 욕심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자식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이지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탐욕에 가깝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효도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끝임 없이 교육을 빙자하여 부모의 탐욕을 부추긴다. 그래서 세상의 부모들은 자신의 부모들은 팽개쳐버리고 자식이 잘된다면 속옷까지 팔아서 투자하게 된다. 즉, 자본가의 입장에서 보면 효도(부모님께 쓰는 돈)보다 자식사랑을 부추기면 수십 수백 배의 경제적 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다수의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3~5000만의 빚을 지게 되는 반면 100만원 초반대의 봉급을 받는 직장도 구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대학4년이라는 막대한 소비층이 형성되어 건전한 경제구조를 파괴시킨다. 대학 4년 동안 1억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고도 어학·취업준비 등등에 또 다시 투자해야 하는 현실과 한심한 교육수준은 더 이상 사회와 개인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본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대학교육이 인성과 지식은 그만두고라도 투자와 수익이라는 경제개념에서도 전혀 맞지 않지만, 교육자본가들의 교묘한 논리에 함몰되어, 허망한 욕심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내일 모레면 설이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면 ‘내가 아들한테 투자 한 게 얼마인데’ 하는 서운함이 만들어내는 ‘요즘 며느리’라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 경쟁과 자본의 논리로 빼앗겨버린 삶의 가치를 뒤돌아보며, 참다운 교육과 가족의 소중함을 함께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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