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전락 신축장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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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전락 신축장옥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3.05.2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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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갈산 등 재래시장 점포 상당수 활용 안돼
정취 없는 현대화 소비자 외면…종합적 재검토 필요


홍성군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엄청난 예산을 들여 신축한 장옥이 창고로 방치되는 등 되레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재래시장 내 주차장, 물류센터 등 편의시설의 개선은 뒷전인 채 장옥 신축이나 외관 재정비 등에만 치중한 근시안적 사업 추진이 이같은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어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성군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갈산 재래시장을 시작으로 낡은 장옥을 철거하고 신축장옥을 조성하는 현대화사업을 시행해 왔다. 갈산시장의 경우 698.25㎡면적에 사업비 5억원을 들여 현대화된 장옥이 신축됐으며 광천전통시장은 지난 2008년 채소전과 과일전 일대의 낡은 장옥이 철거된 뒤 1150㎡의 규모의 장옥이 신축돼 임대·분양됐다. 가장 최근으로는 2011년 홍성정기시장에 69억 3000만원을 들여 2566㎡ 면적의 장옥 6동이 신축됐다. 신축장옥에는 61개의 점포가 입점했고 옥상에는 43대의 주차공간도 조성돼 주민들에게 쇼핑 편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홍성군이 이 같은 사업추진을 위해 쏟아 부은 예산은 모두 120여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현대화된 장옥을 신축했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 상인들에게 외면 받으면서 창고로 방치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홍성전통시장 신축장옥의 경우 61개 점포 중 현재 10여 곳이 물건을 파는 가게가 아닌 입점상인들의 창고로 쓰이고 있다. 점포가 창고용도로 전락하면서 자연스레 해당 점포 주변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도 뜸해져 시장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갈산재래시장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2003년 지어진 신축 장옥에는 18여 곳의 점포가 입점할 수 있지만 현재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점포는 7곳에 불과할 뿐 나머지는 셔터가 내려져 있거나 창고로 이용되고 있어 시장 점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3~4곳의 점포 칸막이가 헐린 채 집기류와 쓰레기가 뒤엉켜 방치되고 있는 경우도 있어 폐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신축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장옥들이 창고로 이용되거나 문을 닫은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은 재래시장 이용객이 줄어드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난전을 중심으로 한 재래시장 특유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탁상행정에서 기인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신축 장옥은 건물은 번듯하지만 정취가 없어 소비자들은 옛 모습이 담겨 있는 난전에 펼쳐진 노점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재래시장 한 상인은 "신축 장옥이라 하더라도 내부가 어두워 사람들 발길이 뜸하고 그러다보니 장옥 상인들이 장옥 밖에 난전을 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유분방한 재래시장 분위기를 무시한 현대화사업이 자초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아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사업을 추진했는데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기왕 조성한 시설이 상가 공동의 이익과 시장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상인들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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